비료값 폭등·수출 급감... 무역전쟁 청구서 날아들다
콩 이어 쌀까지... '아부'와 '청탁'이 만든 뒤틀린 통상 정책
美 재정적자 11% 급증·애그플레이션 공포... 1930년대식 실패 답습 우려
콩 이어 쌀까지... '아부'와 '청탁'이 만든 뒤틀린 통상 정책
美 재정적자 11% 급증·애그플레이션 공포... 1930년대식 실패 답습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정부가 무역전쟁으로 위기에 빠진 자국 농가를 달래기 위해 120억 달러(약 17조 6500억 원) 규모의 긴급 지원책을 내놨다. 스스로 만든 무역 장벽 탓에 농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세금을 투입해 이를 메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농업계 인사들을 만나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고 보도하며, 이번 사태를 "보호무역주의가 빚어낸 참사이자 아부와 지대추구(rent-seeking)로 얼룩진 정책 난맥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무역전쟁의 역설... 비료값 뛰고 수출길 막혀
WP와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오후 브룩 롤린스 농무장관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그리고 농업계 대표들을 백악관 내각실로 불러들였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농가 구제를 위한 120억 달러 지원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정책이 미국 농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WP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 탓에 비료 가격은 1년 전보다 톤당 100달러(약 14만 7000원)나 치솟았고, 수출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농가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 비용은 늘어난 반면, 주요 수출국인 중국 등의 보복 관세로 판로는 막혔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농업계 전체 손실액이 440억 달러(약 6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번에 발표한 120억 달러 지원금은 전체 예상 손실의 30% 수준에 불과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콩(대두) 합의의 배신... 중국, 약속 물량 20%만 구매
정부의 섣부른 시장 개입이 실패한 대표 사례로 대두(콩) 시장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봄 중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분쟁을 시작했고, 그 결과 미국 농가의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 시장이 닫혔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올해 대두 수출량은 40% 가까이 급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을 압박해 콩 구매를 강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중국은 다른 수입 품목에 대한 관세 완화를 대가로 올해 1200만 톤, 향후 3년 동안 2500만 톤을 구매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
"쌀 덤핑 막아달라"... 아부가 만든 엉터리 관세
이날 백악관 회동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도 연출됐다.
회의에 참석한 쌀 생산자 메릴 케네디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찬양하며 "인도, 태국, 중국이 쌀을 헐값에 넘기고(덤핑)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후속 조치를 지시했고, 베선트 장관은 "알겠다"고 답했다.
WP는 이를 두고 "쌀 관세 정책이 아부와 지대추구의 결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꼬았다. 지대추구란 기득권 유지를 위해 비생산적인 로비 활동에 자원을 낭비하는 행위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케네디가 문제 삼은 수입 쌀은 대부분 미국 내에서 재배되지 않는 '향미(aromatic varieties)'라고 지적한다. 미국 농가와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마치 미국에서 재배할 수 없는 커피콩이나 바나나에 관세를 매기는 것과 유사하다. 이는 관세 부과로 이득을 보는 미국 농가는 없는데, 애꿎은 소비자만 비싼 값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1930년대 악몽의 재현... "뿌린 대로 거둔다"
미국 언론과 경제학계에서는 현 상황을 1930년대 대공황 시절의 정책 실패와 비교하고 있다. 당시 연방정부는 가격 하한제를 설정하고 과도한 규제를 가하며 시장을 통제하려 했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납세자에게 전가됐다.
WP는 사설을 통해 "정부가 농업을 시장 논리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산업이 아니라, 무조건 보호해야 할 국가 안보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뿌린 대로 거둔다"며 "정부의 설익은 개입은 식료품 가격 상승과 소비자 선택권 축소라는 부작용만 낳고, 정작 농민들은 보조금을 받아도 관세 전쟁 이전보다 더 가난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일갈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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