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맞서 싸워온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11개월 간의 은신 끝에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극비리에 입국해 모습을 드러냈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와 AP통신 등 주요외신이 1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시상식엔 불참…딸이 대리 수상 후 호텔 발코니서 첫 공개 등장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마차도는 전날 오슬로 시청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는 도착하지 못했고 그의 딸 아나 코리나 소사가 상을 대신 수여받았다. 이후 마차도는 이튿날 새벽 오슬로 그랜드호텔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이 상은 베네수엘라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차도를 위해 모인 군중은 “자유!”를 외치며 국가를 제창했고 마차도는 “나는 이 상을 베네수엘라에 가져갈 것이다. 곧 독재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 배로 출국해 키라소 거쳐 오슬로 도착…“목숨 건 탈출”
당초 마차도는 지난해 7월 대선을 앞두고 야권 경선에서 승리했으나 마두로 정권은 그의 출마를 금지하고 여행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1월 9일 시위에 참석한 직후 체포됐다가 풀려난 그는 곧바로 은신에 들어갔으며 이번에 보트로 베네수엘라를 빠져나가 카리브해 키라소 섬을 경유해 미국 메인주 뱅거를 출발한 비행편으로 오슬로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노벨위원회에 보낸 음성 메시지에서 “수많은 이들이 내 탈출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며 “이 상이 베네수엘라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차도는 “진실을 말하려는 이들 모두가 위협받는 나라가 지금의 베네수엘라”라고 강조했다.
◇ “자유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되는 것”
딸 아나 소사는 수상식에서 마차도가 직접 작성한 연설문을 대독했다. 연설문은 “자유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되는 것”이라며 “이 상은 민주주의가 평화를 위해 얼마나 필수적인지 세계에 상기시키는 경고”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 긴 고통 속에서 우리가 세계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노벨위 “가장 놀라운 민간 용기의 사례”…트럼프 지지로 논란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마차도는 어둠 속에서 민주주의의 불꽃을 지켜낸 인물이며, 최근 라틴아메리카 역사상 가장 놀라운 민간 용기의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위원장 요르겐 와트네 프리드네스는 “독재자는 도덕적 딜레마를 겪지 않지만 시민운동가들은 늘 ‘어려움과 불가능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며 마두로 대통령에게 “선거 결과를 인정하고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다만 마차도가 노벨평화상 수상 직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카리브해 군사 작전을 지지하고, 무력을 통한 마두로 축출을 거론한 점은 일부 비판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마두로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미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해당 지역에서 22차례 공습으로 90명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이들이 마약 밀매선이라고 주장하지만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 “무력 없이 자유 없다”…여전히 베네수엘라 귀국 시점은 미정
마차도는 과거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자유 없는 평화는 없고, 힘 없는 자유도 없다”고 주장하며 마두로 체제 하 선거 자체가 “사기극”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학자이자 세 자녀의 어머니로 마두로 정부의 야권 탄압과 언론·시민사회 탄압에 맞서 싸운 대표적 여성 인사로 꼽힌다.
노벨평화상은 지난해 10월 마차도에게 수여됐으며 그는 이를 “한 사회 전체의 성취”라고 평가한 바 있다. 마차도는 귀국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곧 조국에 돌아가 아이들과 가족, 수많은 베네수엘라인을 껴안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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