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우주는 더 이상 성역 아닌 전장"...유럽, '우주 방위'에 천문학적 투자
미중 패권 경쟁, 지상 넘어 우주로...韓, 독자 정찰-핵억지 신경망 확보 시급
미중 패권 경쟁, 지상 넘어 우주로...韓, 독자 정찰-핵억지 신경망 확보 시급
이미지 확대보기우주가 전쟁의 문턱이 되었다는 선언의 의미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이 툴루즈에서 우주는 더 이상 성역이 아니라 전장이 되었다고 선언한 순간은 하나의 국가 지도자의 메시지를 넘어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곡점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브레멘에서 유럽우주국이 승인한 전례 없는 규모의 우주 예산 증액은 이 메시지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유럽 전체가 전략적으로 자신을 재정의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본지는 프랑스 기반의 유럽 인터넷 매체인 마던 디플로머시(Modern Diplomacy)가 12월11일 게재한 '유럽의 새 우주 방위 시대'라는 제하의 보도를 기반으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이 우주를 지상 권력의 재배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인식 아래 우주 전략을 추진해 온 데 비해 뒤처졌던 유럽이 마침내 프랑스의 주도와 독일의 재정적 기여 결정으로 새 우주 방위 시대로 돌입하기로 한 상황과 함께 우주 전략을 둘러싼 세계 질서의 변화에 상응한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향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심층 분석했다.
유럽은 그동안 우주를 민간 기술 발전의 무대로만 바라본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과 중국의 우주 군사화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유럽은 자신들이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급격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프랑스가 근접 접촉 정찰 위성, 비운동 에너지 체계, 우주 교란 장비 개발에 나선 것은 단지 군사적 자율성의 문제를 넘어 유럽이 우주라는 새로운 전장에서 발언권을 잃지 않겠다는 결의의 표현이다. 이는 유럽이 육지와 바다, 공중에서처럼 우주에서도 독립된 행위자가 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브레멘의 지갑이 열리기까지 걸린 너무 긴 시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 구성된 유럽의 우주 강국들은 오랫동안 각자의 산업 기반을 보호하는 데 집중해 왔다. 지금까지 유럽우주국은 지리적 환원 규칙에 따라 회원국이 낸 만큼 공적 개발 예산을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 구조는 기술 경쟁을 약화시키고 전략 대응 능력을 무디게 했다. 그럼에도 각국이 이를 고집한 이유는 우주 산업이 매우 제한된 국가의 기술과 자본 속에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브레멘에서 회원국들은 결국 기존의 사고방식을 포기했다. 프랑스는 기존 규칙이 위기 대응 능력을 약화시키고 혁신을 저해한다고 주장하며 가장 강하게 개편을 요구했다. 결국 유럽은 핵심 안보 프로젝트에 한해 이 규칙을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라 유럽 내부 질서의 구조적 재편을 의미한다. 독일이 재정 압박에도 불구하고 분담금을 거의 삼분의 일 올린 것은 그만큼 유럽이 처한 전략 환경이 거칠고 예측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공통 인식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궤도 전략이 유럽을 움직였다
러시아는 이미 궤도에서 근접 정찰 및 교란 능력을 실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루치 혹은 올림프 계열의 위성이 독일군 통신 위성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사건은 유럽이 우주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이미 미국의 GPS 의존을 줄이고 독자 항법 체계를 무기 플랫폼 중심으로 통합해가며 우주 기반 군사력을 국가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마크롱의 경고가 빠르게 현실화된 것은 결국 러시아와 중국이 우주 공간을 자신들의 세력권 확장의 연장선으로 보고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더 이상 미루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트럼프 2기의 전략과 유럽의 우주 재편이 맞물리는 지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의 군사력 우위를 재건하는 데 있어 우주를 핵심 영역으로 보고 있다. 우주군 강화, 군민 겸용 시스템의 통합, 민간 우주 기업과의 전략 제휴를 확대함으로써 미국은 이미 우주에서의 패권을 새로운 방식으로 구축하고 있다.
유럽의 움직임은 미국의 전략 변화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완하는 측면을 갖고 있다. 유럽이 우주에서 일정한 독립성을 유지해야 미국의 부담을 줄이고 나토의 전체적 억제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유럽이 이 과정에서 어디까지 미국과의 전략적 조율을 유지할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자율적 궤적을 그릴 것인지에 있다. 이 선택은 향후 유럽 질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억제 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주 방위는 지상 전략의 확장이다
우주 기반의 감시 체계, 항법 체계, 통신 시스템은 이미 현대 전쟁의 핵심 구성 요소다. 대만 문제, 남중국해, 북극 항로, 인도태평양 해양 경쟁, 러시아의 재확장 전략 등 모든 주요 지정학적 갈등에서 우주 기반 능력은 결정적 요소가 되고 있다.
따라서 유럽이 우주 안보 체계를 강화한다는 것은 단지 기술 영역의 강화가 아니라 지상 전략을 지탱하는 기반의 재구축이다. 우주가 선제적으로 무력화된다면 NATO 동부 전선은 방어 체계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 유럽은 이러한 위험을 더 이상 감수할 수 없다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한국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질문
유럽의 우주 방위 강화는 한국에도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은 지금까지 미국의 군사 위성 체계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감시, 정찰, 조기경보, 항법, 통신까지 대부분이 미국 기반이다. 그러나 미중 패권 경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의 자원은 점점 더 여러 전선으로 분산되고 있다. 유럽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우주에서 자립하려는 움직임은 한국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핵무기, 위성 개발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독자 정찰 위성군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은 좋은 출발이지만 충분하지 않다. 우주 기반의 군사 능력은 단순한 감시가 아니라 전체 억제 체계의 핵심이다. 독자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 한일 공동 핵 개발, 아시안 나토 구상 등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우주 기반 정찰과 조기경보 능력은 필수적이다.
한국의 응답 전략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한국은 다음의 4가지 방향으로 전략을 재정렬해야 한다.
첫째, 독자 핵무장의 전제 조건인 전략적 자율성을 위해 우주 기반 ISR(정보, 감시, 정찰을 의미), 조기경보, 생존성 높은 통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핵 억지력의 눈과 신경망에 해당한다.
둘째, 미국의 우주군 및 일본의 우주 방위 체계와의 통합을 심화하되 특정 기술에서는 한국의 자주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레이저 기반 비운동 에너지 요격, 초소형 근접 정찰 위성 분야에서 한국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셋째, 유럽의 우주 방패 구상과의 기술 협력도 고려해야 한다. 유럽은 미국과 중국의 중간 지대에서 새로운 기술 동맹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으며 한국의 기술 역량은 유럽이 필요로 하는 영역과 맞닿아 있다.
넷째, 북한의 군사 정찰 위성 기반 미사일 공격 능력 고도화에 대응해 다층적 우주 조기경보 체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이는 한미일 공동 대응 전략의 핵심이다.
우주 방위는 새로운 냉전의 서막이다
유럽의 움직임은 단순한 기술 투자가 아니라 새로운 냉전의 서막을 선언하는 사건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지상에서 우주로 확장되고 있으며, 러시아는 이 공간을 활용해 기존 전장과 다른 방식으로 영향력을 투사하고 있다.
유럽이 대응을 늦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그 격차를 빠르게 줄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북핵과 중국, 러시아라는 3중 압박에 놓인 유일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따라서 우주 기반의 생존 전략이 다른 어떤 국가보다 절박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선택은 분명하다. 우주에서의 자율성 없이는 억지력도, 동맹도, 평화도 지속될 수 없다. 유럽의 각성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전쟁은 지상에서 시작되지 않는다고. 전쟁은 이미 우주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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