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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인텔 CEO, '사적 투자 연계' 인수 의혹 휩싸여…AI M&A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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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인텔 CEO, '사적 투자 연계' 인수 의혹 휩싸여…AI M&A 비상

립-부 탄, 리보스·삼바노바 등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 인수 적극 추진 논란
이사회, 이해충돌 우려에 CEO 개입 제한…AI 전략 차질 속 내부 긴장 고조
인텔의 립-부 탄 CEO가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인수 및 투자 거래를 추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내부적인 긴장 상태가 고조되고 있다. 이는 인텔이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M&A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터져 나와 AI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인텔의 립-부 탄 CEO가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인수 및 투자 거래를 추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내부적인 긴장 상태가 고조되고 있다. 이는 인텔이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M&A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터져 나와 AI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립-부 탄(Lip-Bu Tan)이 자신이 지분을 투자하거나 회장직을 맡았던 스타트업들에 대한 인수합병(M&A)을 회사에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는 탄 CEO가 벤처 캐피탈리스트로서의 배경을 활용하여 인텔의 전략을 자신의 사적 이익과 연결시키려 한다는 논란을 일으키며, 인텔 내부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 WCCF테크의 보도 및 분석에 따르면, 탄 CEO는 취임 이후 자신이 투자 포트폴리오(Walden Catalyst 등)에 속한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를 인텔 이사회에 제안해 왔다. 가장 논란이 된 사례는 AI 칩 스타트업 리보스(Rivos) 인수 시도이다. 탄 CEO는 리보스의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었으며, 2025년 여름 인텔 이사회에 리보스 인수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탄 CEO가 거래의 양측을 대리하는 이해충돌 문제와 더불어, 탄 CEO가 당시 인수를 정당화할 만한 확실한 AI 전략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의 제안을 처음에는 거부했다.

이후 메타(Meta)가 리보스에 관심을 표명하고 인수 제안을 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메타와 인텔 간의 경쟁적인 입찰(Bidding War)이 발생했고, 리보스의 가치는 당초 20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 수준에서 최종 약 40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인텔은 결국 이 인수전에서 패배했지만, 탄 CEO의 벤처 기업인 월든 캐털리스트(Walden Catalyst)는 리보스 매각 결과를 투자자들에게 '성공적인 결과(successful outcome)'라고 자축하며, 탄 CEO가 간접적인 재정적 이익을 얻었음을 시사했다.

삼바노바도 논란…'기술과 인재' 확보 명분


리보스 외에도 탄 CEO는 자신이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AI 컴퓨팅 스타트업 삼바노바(SambaNova)에 대한 인수 탐색을 인텔에 제안했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삼바노바는 인텔과 구속력 없는 조건 합의서(Non-binding term sheet)를 체결하는 등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 CEO는 리보스와 삼바노바 같은 기업 인수가 인텔의 실패했던 자체 AI 칩 개발 노력을 만회하고, 인텔이 "AI 칩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더 많은 기술과 인재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행위를 옹호하고 있다. 그는 스타트업 투자자로서의 역할이 양측 모두에게 효과적인 거래를 협상할 수 있게 한다고 믿는 것으로 알려졌다.

CFO에게 의사 결정권 위임…내부 통제 강화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자 인텔은 내부 정책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제 탄 CEO는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거래에 대해 이사회 및 인텔 캐피털(Intel Capital)의 투자 의사 결정 회의에 참석하거나 투표할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이러한 이해충돌이 있는 거래의 최종 의사 결정 권한은 데이비드 진스너(David Zinsner) CFO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감사위원회(Audit Committee)를 통해 모든 '특수 관계자 거래(related-party matters)'를 면밀히 감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탄 CEO가 자신의 투자를 블라인드 신탁(blind trust)에 맡기거나 특별 위원회를 구성하여 민감한 거래를 처리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벤처통 CEO'의 양날의 검


인텔은 탄 CEO를 영입할 당시 그의 광범위한 산업 내 인맥이 인텔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했다. 실제로 탄 CEO의 네트워크는 엔비디아로부터 50억 달러(약 7조 3000억 원),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인텔 주가를 회복시키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이번 의혹은 탄 CEO의 '벤처 캐피탈리스트 DNA'가 기업의 공적 전략을 사적 이익과 혼동하여 내부 갈등을 유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인텔의 AI 전략 추진에 있어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Editor’s Note]


인텔 립-부 탄 CEO를 둘러싼 이해충돌 의혹은 AI 시대의 M&A 속도전과 기업 지배구조의 윤리적 경계가 충돌하는 지점을 보여줍니다. 인텔이 AI 칩 경쟁에서 뒤처진 만큼, 탄 CEO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속성 기술 확보는 필요악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CEO가 자신의 투자금 회수와 직결되는 거래를 주도하는 것은 주주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리스크입니다. 인텔은 CFO에게 의사 결정 권한을 위임했지만, 이는 표면적인 조치일 뿐 탄 CEO의 영향력 아래에서 '중립적인 M&A'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텔의 AI 전략의 성패는 기술력뿐 아니라, 이 복잡한 이해충돌 문제를 얼마나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