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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D램 가격 '슈퍼 사이클' 진입…AI 수요 폭증에 PC 메모리 가격 4배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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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D램 가격 '슈퍼 사이클' 진입…AI 수요 폭증에 PC 메모리 가격 4배 폭등

16Gb DDR5 현물가 3개월 만에 4배 급등…오픈AI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글로벌 생산량 40% 선점
마이크론, '크루셜' 철수 선언…삼성·SK하이닉스 양강 구도로 'AI 메모리'에 용량 집중
2025년 12월 4일 기준, DDR5 16Gb 칩의 현물 가격이 3개월 만에 4배 이상 치솟으며 D램 시장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AI 서버용 HBM 및 고성능 D램 생산에 집중하면서 범용 PC 메모리의 공급이 급격히 고갈되고 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12월 4일 기준, DDR5 16Gb 칩의 현물 가격이 3개월 만에 4배 이상 치솟으며 D램 시장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AI 서버용 HBM 및 고성능 D램 생산에 집중하면서 범용 PC 메모리의 공급이 급격히 고갈되고 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2025년 12월 4일 현재, RAM(D램) 가격이 완전히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주류 DDR5 칩의 현물 가격은 16Gb당 27달러에 육박하며 9월 대비 4배 이상 폭등했다. 계약 가격 역시 급등하면서 분석가들은 '강세장(bull market)'과 '슈퍼 사이클(super-cycle)'이라는 용어를 공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동시에 '빅 3' D램 제조사 중 하나인 마이크론은 소비자용 램(RAM) 시장에서 철수하고 크루셜(Crucial) 브랜드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며, 게이머와 크리에이터를 위한 PC 메모리 키트 가격은 9월 이후 3배 가까이 치솟았다.

DDR5 칩 가격 27달러 육박, 재고 붕괴


13일(현지시각)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DRAMeXchange)에 따르면, 12월 4일 기준 16Gb DDR5 칩의 평균 현물 가격은 약 26.9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9월 20일의 6.84달러와 비교했을 때 불과 두 달여 만에 약 4배가 폭등한 수치이다.
이 수준에서, 단일 16GB DDR5 모듈에 들어가는 D램 칩 가격만 약 217달러에 달하며, 인쇄 회로 기판(PCB), 전력 관리, 조립 비용 등을 더하기 전 순수 원가만 225~228달러에 이른다.

계약 가격의 상승 폭은 더욱 충격적이다. 일부 12월 DRAM 및 3D NAND 계약 가격은 월 대비 80~100% 상승했으며, 광범위한 D램 계약 가격은 2025년 3분기 기준 전년 대비 약 171.8% 급등했다. 요약하면, D램 가격은 올여름 대비 2배, 1년 전 대비 3배 가까이 비싸진 셈이다.

공급업체의 평균 D램 재고는 2024년 말 13~17주에서 2025년 10월에는 2~4주로 급감하며 심각한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마이크론, '크루셜' 폐지하고 AI에 집중


D램 시장을 규정하는 핵심 뉴스는 마이크론의 소비자 메모리 시장 철수이다. 마이크론은 29년 역사의 크루셜 브랜드를 중단하고, AI 데이터센터 및 기업 고객에게 생산 능력을 재배정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마이크론이 2026년 2월까지 크루셜 램과 SSD의 소매 채널 출하를 중단함에 따라, 최종 사용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D램 제조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만 남게 되었다.

마이크론의 결정은 소비자 램이 AI 및 기업용 메모리에 비해 이차적인(second-class) 제품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신호로, 경쟁 완화로 인해 소비자 램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고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픈AI '스타게이트', 글로벌 공급량 40% 선점


D램 가격 폭등의 핵심 원인으로는 오픈AI의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가 지목된다.

톰스 하드웨어와 트렌드포스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AI는 삼성과 SK하이닉스와 병행 계약을 맺고 월 최대 90만 장의 D램 웨이퍼를 확보하기로 했다. 이는 글로벌 전체 D램 생산 능력의 약 40%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이다.

오픈AI의 막대한 선점(Mega-deal)은 엄청난 양의 잠재적 소비자 및 서버 D램이 포장되기도 전에 공개 시장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메모리 시장에서 사실상 모든 경쟁자들을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있다는 증거이다.

DDR5 키트 가격 3배 폭등…PC 시장 직격탄


D램 칩 가격 폭등은 소비자 제품 가격에 직접 반영되고 있다. PC파트피커(PCPartPicker) 데이터 분석 결과, DDR4와 DDR5 램의 평균 가격은 9월 이후 약 3배 급등했다.

고성능 64GB DDR5-6000 키트: 9월 약 200달러 → 11월 약 750달러

주류 32GB DDR5 키트: 약 115달러 → 400달러 이상

일반 16GB DDR4-3600 키트: 약 80달러 → 약 230달러

DDR5 가격 급등은 마더보드 판매량 감소로 직결되어, ASUS, MSI, GIGABYTE 등 주요 마더보드 제조사들의 판매량이 2024년 말 대비 40~50% 급감했다. 또한, PC 조립업체 사이버파워PC(CyberPowerPC)는 램 비용이 500% 상승한 것을 이유로 시스템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고성능 PC에서 램 가격이 CPU 가격을 초과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은 심각한 가격 부담을 안고 있다.

가격 정상화, 2027년 이후 전망


업계 분석가들과 전문가들은 D램 가격 상승세가 적어도 2026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2026년 1분기에도 메모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여 스마트폰 및 노트북 제조사들이 제품 가격 인상 또는 사양 하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팀그룹(TeamGroup)의 총경리 게리 첸(Gerry Chen)을 포함한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메모리 부족 현상이 유통 재고가 고갈되는 2026년 상반기에 더욱 악화될 것이며, 2027년 말 또는 2028년에야 새로운 일반 D램 생산 능력이 가동될 것이므로 그 전까지는 의미 있는 가격 안정화가 어렵다고 경고했다.

트렌드포스 분석에 따르면, 2026년에는 DDR5의 수익성이 HBM3e의 수익성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DDR5 서버 메모리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 일반 소비자용 메모리 공급 부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