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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시아 증시, '돈맥경화' 뚫고 2025년 대폭발…홍콩·인도가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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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시아 증시, '돈맥경화' 뚫고 2025년 대폭발…홍콩·인도가 주도했다

홍콩 기업공개(IPO) 등 주식 발행 730억 달러 '4배 퀀텀 점프'…12년 만에 아시아 1위 탈환
CATL·샤오미 등 '거물' 줄상장…인도는 '지오 플랫폼' 등 사상 최대 IPO 예고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CATL의 로고. CATL은 지난 5월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해 53억 달러를 조달하며 올해 아시아 증시의 부활을 이끌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CATL의 로고. CATL은 지난 5월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해 53억 달러를 조달하며 올해 아시아 증시의 부활을 이끌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경기 둔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홍콩 증시가 2025년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홍콩을 필두로 인도, 중국 본토,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등 주식 발행 시장에서 역대급 호황을 누리며 글로벌 자금을 쓸어 담았다.

14일(현지시각) 싱가포르 매체 비즈니스타임스(Business Times)가 블룸버그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25년 홍콩 증시의 주식 발행 규모(IPO, 유상증자, 블록딜 포함)는 730억 달러(약 107조 원)를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4배 폭증한 수치다. 이로써 홍콩은 2013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아시아 1위 자금 조달 시장의 왕좌를 되찾았다. 글로벌 순위에서도 미국에 이어 당당히 2위를 기록했다.

홍콩의 부활을 이끈 일등 공신은 중국 기업들의 '메가 딜'이었다. 지난 5월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CATL(닝더스다이)은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해 53억 달러(약 7조8000억 원)를 조달하며 올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IPO 기록을 세웠다. 전기차 업체 BYD와 샤오미 역시 유상증자 등을 통해 각각 50억 달러(약 7조3000억 원) 이상의 실탄을 확보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장벽과 정치적 견제 속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홍콩을 글로벌 확장의 전초기지로 삼아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은 것이다.

제임스 왕 골드만삭스 아시아(일본 제외) 주식 자본 시장 책임자는 "올해는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한 해였다"며 "거래 규모는 계속 증가할 것이나, 그 속도는 다소 조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톱5' 중 4곳이 아시아…인도의 약진


올해는 아시아 자본시장의 '전성시대'였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주식 발행 규모 상위 5개 시장 중 4곳(홍콩, 인도, 중국 본토, 일본)이 아시아 국가였다.

특히 인도의 약진이 눈부시다. 인도는 탄탄한 내수 펀드 자금과 개인 투자자들의 열기에 힘입어 2년 연속 사상 최대 IPO 기록을 경신, 총조달 금액이 200억 달러(약 29조 원)를 넘어섰다. 시릴 아마찬드 망갈다스 로펌의 마난 라호티 자본시장 책임자는 "올해 인도에서는 과거 모든 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이상 규모의 딜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2026년 전망도 밝다. 인도 최대 통신사 릴라이언스 지오 플랫폼(Jio Platforms)이 내년 상장을 예고하고 있어, 인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피터 귄하르트 아시아태평양 기업금융 책임자는 "인도 사업 규모가 큰 다국적 기업들이 현지 자회사 상장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묻지마 투자' 경계령…2026년은 '옥석 가리기'


홍콩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약 300개 기업이 상장 대기 줄을 서 있을 정도로 IPO 파이프라인은 튼튼하다. 중국 국영 스위스 농업 기술 기업 신젠타 그룹(Syngenta Group)과 왓슨 그룹(Watson Group) 등 대어급 IPO가 내년 시장을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26년 시장 분위기가 사뭇 다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쏟아지는 물량 속에서 투자자들이 옥석 가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BNP파리바 자산운용의 저 송 선임 투자 전문가는 "강력한 한 해를 보낸 후 투자자들은 밸류에이션(가치 평가)과 펀더멘털에 대해 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 시장의 고평가 논란도 변수다. 올해 인도에 상장한 300여 개 기업 중 약 절반이 현재 공모가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애버딘 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톰 아시아 주식 투자 이사는 "시장 조정이 발생할 경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한 변수


중국 본토 시장 역시 기술 자립을 목표로 한 반도체 기업들의 상장 열기가 뜨겁다. 중국 GPU 기업 무어 스레드(Moore Threads)는 상하이 증시 데뷔 첫날 주가가 400%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아시아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잠재적 위협 요인이다.

UBS 그룹의 존 리 아시아 국가 커버리지 공동 대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올해 수준 이상의 발행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며 낙관하면서도, "내년 전체 모금액이 올해를 넘어설지는 지정학적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예단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