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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엄웹스터 선정 2025년의 단어는 ‘슬롭’…저품질 AI 콘텐츠 범람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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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엄웹스터 선정 2025년의 단어는 ‘슬롭’…저품질 AI 콘텐츠 범람 반영

미리엄웹스터 선정 2025년의 단어 ‘슬롭(slop)’. 사진=미리엄웹스터이미지 확대보기
미리엄웹스터 선정 2025년의 단어 ‘슬롭(slop)’. 사진=미리엄웹스터
미국의 유명 사전 출판사 미리엄웹스터가 매년 발표하는 ‘올해의 단어’로 2025년에는 ‘슬롭(slop)’이 선정됐다고 AP통신이 15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조악하고 가짜 같은 디지털 콘텐츠가 대량 생산되는 현실을 상징하는 단어라는 게 미리엄웹스터의 설명이다.

미리엄웹스터는 이날 발표에서 ‘슬롭’은 원래 1700년대에 진흙이나 질척한 것을 뜻하는 말로 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낮은 것을 가리키는 의미로 확장됐으며, 최근에는 ‘AI에 의해 보통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라는 뜻이 더해졌다고 밝혔다.

그레그 발로 미리엄웹스터 사장은 공식 발표에 앞서 AP와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매력적이면서도 짜증 나고 다소 우스꽝스럽다고 느끼는 AI 기술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발로 사장은 ‘슬롭’이 괴상한 영상, 이상한 광고 이미지, 허술한 선전물,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뉴스, AI가 쓴 조악한 전자책 등을 포괄한다고 밝혔다.

최근 텍스트만으로 사실적인 영상을 만들어내는 AI 영상 생성기가 주목을 받았지만 유명인이나 사망한 인물을 등장시키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확산되며 허위 정보와 딥페이크, 저작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이 같은 콘텐츠는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도구가 훨씬 쉬워졌고 정치적 목적에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베네수엘라에서의 미군 행동을 옹호하며 어린이 애니메이션 ‘프랭클린’의 주인공을 무장 전사로 바꾼 합성 이미지를 게시해 논란을 불렀다. 유치원생에게 친절과 공감을 가르치는 캐릭터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쓰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슬롭’이라는 단어는 진흙투성이 돼지나 역한 스튜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알고리즘 편향이 뒤섞인 공격적이거나 무의미한 AI 이미지들을 떠올리게 한다. 일부에게는 불안감을 주는 표현이지만 발로 사장은 오히려 희망의 신호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 단어 검색이 늘었다는 것은 사람들이 가짜나 조악한 콘텐츠를 인식하고 진짜와 진정성을 더 원하게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리엄웹스터는 매년 검색량과 사용 빈도가 급증한 단어를 분석한 뒤 한 해를 가장 잘 반영하는 단어를 합의로 선정한다. 지난해에는 미국 대선 이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양극화(polarization)’를 올해의 단어로 뽑았다.
이 밖에 2025년 주목받은 단어로는 ‘6-7’, ‘퍼포머티브(performative)’, ‘게리맨더(gerrymander)’, ‘터치 그래스(touch grass)’, ‘콘클라베(conclave)’, ‘관세(tariffs)’ 등도 꼽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