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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력 용량 가격 1000% 폭등…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쇼크’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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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력 용량 가격 1000% 폭등…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쇼크’ 현실화

PJM 경매 낙찰가 333달러 ‘역대 최고’…공급망 붕괴 경고
예비 전력 6.6GW 미달, 원전 6기 분량 펑크…‘블랙아웃’ 공포
美 정치권 “전기료 인하하라” 압박…韓 전력기기 ‘슈퍼사이클’ 반사이익
지난 2017년 11월 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의 일출 무렵 송전탑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7년 11월 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의 일출 무렵 송전탑 모습.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집어삼키는 막대한 전력 수요가 미국 전력망 공급 체계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가 주관한 경매에서 전력 용량 가격이 1년 만에 10배 넘게 치솟으며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했다. 월가는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폭등이 전력망 불안정성을 키우고, 나아가 정치적 역풍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유력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17(현지시각)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업체인 ‘PJM 인터커넥션(이하 PJM)’2027~2028년도 전력 용량 경매 결과, 낙찰 가격이 메가와트일(MW-day) 333.44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4~2025년 경매 가격인 29.92달러와 비교해 무려 1000% 이상 폭등한 수치이자 역대 최고가다.

데이터센터 블랙홀, 전력 시장 강타


이번 경매 결과는 AI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전력 수요 급증이 실제 전력 시장 가격 결정 구조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PJM은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버지니아 등 미국 내 13개 주와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6500만 명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비영리 기구다.

PJM이 주관하는 용량 시장은 발전소들이 폭염이나 한파 등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비상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대기하는 대가로 보상받는 구조다. 이번 경매 가격 폭등으로 인해 전력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총비용은 약 164억 달러(2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스튜 브레슬러 PJM 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경매 결과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신규 공급 속도를 훨씬 앞지르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라며 “PJM과 이해관계자, 정부, 그리고 데이터센터 업계가 협력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원전 6기 분량 구멍… 신뢰성 위기 고조


문제는 가격만이 아니다. 전력망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예비 전력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PJM은 이번 경매에서 전력망 신뢰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목표 용량을 채우지 못했다. 부족한 용량은 약 6.6기가와트(GW), 대형 원자력 발전소 6기가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이는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극한 기상 상황에서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 뚫렸음을 의미한다. 배런스는 이번 사태가 향후 미 동부 지역 13개 주 전역에서 정전 위험을 높이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PJM 측은 “2027년 실제 공급 시점까지 시간이 있어 수급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를 고려할 때 단기간 내 해소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전기료 낮춰라정치권 압박… 2026년 투자 경계령


가격 급등의 수혜를 입은 발전 기업들의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비스트라 등 주요 기업은 올해 23%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하지만 월가는 2026년 시장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치솟는 전기요금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이 커지면서 정치권이 개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유틸리티 기업인 콘솔리데이티드 에디슨에 요금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제프리스의 줄리앙 뒤물랭-스미스 애널리스트는 내년 PJM 내 주요 주에서 주지사 선거가 열리는 만큼 전기요금 인하 압박은 피할 수 없는 정치적 의제라며 유틸리티 기업에는 위태로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美 전력망 공급 절벽… 韓 전력기기 반사이익 기대


미국 전력 시장의 공급 부족 사태는 역설적으로 한국 전력기기 산업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내 변압기 및 전선 공급망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절벽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전력기기 3사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수주잔고가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보고서를 보면 급증하는 수요 탓에 현지 변압기 주문 후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대 4년까지 늘어났다.

전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현지 생산 능력만으로는 노후 전력망 교체와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며 기술력과 납기를 모두 갖춘 한국 기업들의 초고압 변압기 수출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