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야심작 벤치마크 유출, 전작보다 7% 성능 하락 '굴욕’
TSMC, 美 애리조나서 규제·문화 장벽에 90조 투자 '진땀'
TSMC, 美 애리조나서 규제·문화 장벽에 90조 투자 '진땀'
이미지 확대보기톰스하드웨어와 CNBC, 대만뉴스 등 주요 외신이 지난 23일과 2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인텔과 TSMC는 각기 다른 난제에 봉착했다.
인텔 팹52, 외형은 '골리앗'… 생산 능력 TSMC 압도
인텔이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건설한 '팹52'는 물리적 규모와 장비 면에서 현존하는 미국 내 반도체 시설 중 가장 앞서 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팹52는 TSMC가 짓고 있는 애리조나 팹21의 1·2단계 시설을 합친 것과 맞먹는 생산 능력을 갖췄다. 주당 웨이퍼 1만 장, 월간 기준으로는 약 4만 장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장비의 수준이다. 팹52에는 네덜란드 ASML사의 최신형 '트윈스캔 NXE:3800E'를 포함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4대가 배치됐다. 이 장비는 기존 모델보다 처리 속도가 빨라 시간당 웨이퍼 220장을 생산할 수 있다. 인텔은 이곳에서 꿈의 공정이라 불리는 '1.8나노급(18A)' 칩을 양산하며 기술적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18A 공정의 배신?… 차세대 '팬서 레이크' 성능 논란
문제는 이 거대한 공장에서 찍어낼 제품의 경쟁력이다. 인텔의 사활이 걸린 18A 공정의 첫 제품인 '팬서 레이크(Panther Lake)' 프로세서가 전작보다 오히려 성능이 떨어진다는 벤치마크 결과가 유출돼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대만 매체 쥐헝왕(CNYES)은 긱벤치(Geekbench) 테스트 결과를 인용해, 팬서 레이크(Core Ultra 7 365)의 싱글코어 점수가 2451점, 멀티코어 점수가 9714점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는 TSMC 3나노 공정으로 만든 전작 '루나 레이크(Core Ultra 7 268V)'의 점수(싱글 2639점, 멀티 10318점)보다 약 6~7% 낮은 수치다.
업계 전문가들은 "18A 공정이 TSMC의 2나노급과 대등하다는 인텔의 주장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18A 공정을 이용하는 외부 고객사는 '제로(0)'에 가깝다. 자체 제품의 성능마저 TSMC 제조품에 밀린다면, 인텔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부활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최대 클럭 속도 역시 전작 5.0GHz에서 4.7GHz로 뒷걸음질 친 점도 수율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미지 확대보기TSMC, 기술은 있는데… 美 규제·문화 장벽에 '발목'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낯선 환경 탓이다.
뉴욕타임스와 대만뉴스에 따르면, TSMC는 애리조나 프로젝트에 약 650억 달러(약 96조 원)를 쏟아부었지만, 공장 건설과 가동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대만에서는 단일 기관이 처리하던 인허가 과정이 미국에서는 시·군·주·연방 정부로 쪼개져 있어, 허가를 받는 데만 대만보다 2배 이상 시간이 걸렸다. 준수해야 할 기술 규정만 1만 8000개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사람'이다. 고강도 노동과 수직적 위계질서에 익숙한 대만 엔지니어들과,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중시하는 미국 현지 노동자들 사이에 문화적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숙련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대만에서 기술자를 데려오자 현지 노조가 반발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2026년이 '골든타임'… 수율과 적응력이 승부처
업계는 오는 2026년을 미·대만 반도체 경쟁의 분수령으로 꼽는다. 인텔은 팹52의 압도적인 하드웨어를 뒷받침할 18A 공정의 수율과 성능을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팬서 레이크의 양산품 성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덩치만 큰 공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TSMC는 '현지화'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기술력이 우수해도 미국의 복잡한 규제와 노동 문화를 극복하지 못하면 비용 구조 악화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3나노 공정은 여전히 인텔 18A보다 우수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미국 내 생산 기지 안착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월가 투자은행(IB)의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메이드 인 USA 반도체의 성공 여부는 인텔의 기술적 완성도(Yield)와 TSMC의 문화적 적응력(Adaptability)이라는 두 가지 변수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