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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규제 완화에 美 6대 은행주 ‘랠리’...내년 전망도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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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규제 완화에 美 6대 은행주 ‘랠리’...내년 전망도 '맑음'

IB 실적 회복·트레이딩 호황 겹치며 JP모건·골드만삭스 등 6대 은행 시총 6000억 달러 증가
 미국 뉴욕시 270 파크 애비뉴에 위치한 JP모건체이스 건물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시 270 파크 애비뉴에 위치한 JP모건체이스 건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 규제 완화 기조와 투자은행(IB) 부문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미국 6대 대형 은행들의 주가가 올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에서는 또한 대형 은행들의 실적 호조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은행 6곳의 시가총액이 한 해 동안 6000억 달러(약 867조 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S&P글로벌 자료를 인용해 자산 기준 미국 최대 은행 6곳인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및 모건스탠리의 합산 시가총액이 전날 장 마감 기준 2조3700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말 1조7700억 달러 대비 34%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에 반해 시가총액 기준 유럽 최대 은행 6곳의 합산 시가총액 규모는 약 1조 달러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들과 유럽 은행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은행주는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웃도는 성과를 내며 2년 연속 시장 수익률을 능가하는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FT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대형 은행들이 대폭 강화된 규제에 묶이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금융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은행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RBC의 제라드 캐시디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해야 했고, 이는 업계의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렸다”면서 “규제 변화가 주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미국 금융당국은 대형 은행들의 레버리지 한도를 상향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자본 규제를 결정하는 연례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를 개편하고 고위험 대출에 대한 대출 가이던스도 철회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조치들이 은행권 전반의 투자 매력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른바 ‘바젤Ⅲ 엔드게임(Basel III Endgame)’으로 불리는 글로벌 자본 규제의 최종 시행안이 2023년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제시됐던 초기 안보다 훨씬 완화된 형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BC의 캐시디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이미 이전 규제안에 맞춰 자본을 충분히 쌓아둔 상태”라며 “현재 모두가 초과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등 규제 완화에 비판적인 인사들은 금융 규제 완화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은행들의 위험 감수 확대 가능성에 대해 현재까지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HSBC의 솔 마르티네즈 미국 금융주 리서치 총괄은 “이는 장기적으로는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면서도 “은행들의 대차대조표 규모가 크게 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위험을 감내할 여지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씨티그룹 주가는 올해 들어 약 70% 급등하며 미국 6대 대형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년 동안 진행해 온 조직 단순화와 비용 절감 노력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주가도 올해 약 60% 가까이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의 핵심 사업인 투자은행(IB) 부문의 회복세가 뚜렷해진 데 따른 것으로,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실적 개선 추세가 내년에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레이딩 부문의 장기 호황도 주가 상승에 호재다. 업계 분석기관 크리실 코얼리션 그리니치는 주식과 채권 거래를 포함한 은행권의 전체 트레이딩 수익이 올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HSBC의 마르티네즈는 “현재 상황은 다소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좋아 보인다”며 “양호한 펀더멘털이라는 호재가 주가에 얼마나 이미 반영돼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