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검찰, 전격 압수수색서 USB·서류상자 확보…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 수사
인텔 “IP 존중” 해명에도 기술 유출 의혹 증폭… 파운드리 패권 경쟁 ‘진흙탕 싸움’ 번져
인텔 “IP 존중” 해명에도 기술 유출 의혹 증폭… 파운드리 패권 경쟁 ‘진흙탕 싸움’ 번져
이미지 확대보기IT 전문매체 Wccf테크는 30일(현지 시각) 대만 자유시보를 인용해 “대만 수사 당국이 인텔로 자리를 옮긴 웨이젠 로(Wei-Jen Lo) 박사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결과, TSMC의 영업비밀이 담긴 기밀문서를 다수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인력 이동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첨단 반도체 패권 경쟁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분석된다.
자택서 쏟아져 나온 ‘TSMC의 심장’…USB·박스째 발견
대만 검찰과 수사 당국은 로 박사의 자택에서 컴퓨터와 USB 드라이브는 물론 TSMC의 첨단 공정 기술 정보가 담긴 서류 상자를 여러 개 압수했다. 수사 당국은 로 박사가 TSMC 재직 시절 취득한 기밀 정보를 퇴사 후에도 반납하지 않고, 경쟁사인 인텔의 업무에 활용하려 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TSMC 측은 즉각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회사 측은 “로 박사의 행위는 명백한 영업비밀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현지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대만 ‘국가안전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만은 반도체 기술을 국가 핵심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어 유죄가 확정될 경우 중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로 박사는 TSMC 재직 당시 반도체 미세 공정의 난제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통합 기술과 차세대 2나노 공정 개발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다. 그가 인텔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업계에서는 TSMC의 노하우가 인텔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추격자’ 인텔의 무리수인가…기술 격차 좁히기 올인
이번 사건의 이면에는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선언한 인텔의 절박함이 깔려 있다. 인텔은 ‘IDM 2.0’ 전략을 앞세워 TSMC와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미세 공정의 안정적인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려는 시도를 지속해 왔다.
Wccf테크는 “인텔이 TSMC의 전직 임원을 채용한 것은 단순한 인력 보강이 아니라 대만 기업이 장악한 첨단 패키징과 미세 공정 노하우를 흡수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의 라피더스(Rapidus)가 2027년 2나노 양산을 목표로 추격해 오는 상황에서 인텔로서는 검증된 기술 리더십 확보가 시급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인텔 경영진은 선을 그었다. 립부 탄(Lip-Bu Tan)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경쟁사의 지식재산권(IP)을 존중하며, 엄격한 IP 준수 정책을 따르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로 박사의 자택에서 물리적인 증거물이 확보됨에 따라 인텔의 도덕성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술 쇄국’ 빗장 거는 대만, 인재 전쟁 격화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반도체 기업 간의 ‘기술 보호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히 높은 연봉을 제시해 인재를 빼가는 관행에 제동이 걸리고, 엔지니어의 이직 제한 약정이나 기밀 유지 의무가 한층 엄격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TSMC가 전직 임원을 상대로 강경한 법적 조치를 취한 것은 내부 동요를 막고 경쟁사들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라면서 “2나노 공정 양산을 앞두고 벌어지는 1위 기업의 ‘수성’과 후발 주자들의 ‘공세’가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로 박사가 유출한 정보가 인텔의 실제 공정 개발에 사용됐다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인텔은 막대한 배상 책임과 함께 기술 도용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위기에 처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