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3대 안보 문서 재검토 결정과 1월 13일 한일 정상회담이 교차하는 동아시아의 불안정한 균형
- 시간 부족을 느끼는 국가와 인식 부족에 머물고 있는 국가의 전략적 대비
- 시간 부족을 느끼는 국가와 인식 부족에 머물고 있는 국가의 전략적 대비
이미지 확대보기일본은 지난 2022년 안보 전략 개정을 통해 국방비 증액과 반격 능력 보유라는 전후 최대 수준의 정책 전환을 단행했다. 당시 일본의 기본 판단은 미중 경쟁이 장기화될 것이며, 억제와 관리가 병행되는 구조 속에서 단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반해 있었다. 그러나 이후의 국제 환경은 이 전제를 빠르게 무너뜨렸다.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상시화되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무력 사용의 문턱을 낮췄으며,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실전 운용 단계로 끌어올렸다. 이 세 흐름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일본은 더 이상 10년 단위의 전략 구상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일본은 왜 10년 전략을 앞당겨 다시 쓰기 시작했나
올봄에 하기로 한 재검토의 특징은 범위와 깊이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단순히 위협 인식을 문서에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 국방비 규모와 재원 조달 방식, 실제 작전 수행 능력까지 다시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본이 얼마나 방어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충돌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으며 그에 맞는 국가 역량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안보 전략이 점진적 보완 국면을 넘어 구조적 재설계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미중 경쟁의 성격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이 인식하는 미중 경쟁은 더 이상 느리게 관리되는 장기 경쟁이 아니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특정 시점에 집중될 수 있는 단기 위기형 경쟁으로 성격이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조기 재검토는 바로 이 시간 압축에 대한 대응이다. 위협이 앞당겨질수록 전략 역시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나라에서 열리는 정상회담과 한일 관계의 전략적 재배치
이러한 전략적 변화는 문서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1월5일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월 13일 일본 나라를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는 외교 일정은, 동아시아 외교 역시 안보 전략 재편과 동시에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회담은 이미 성사된 결과가 아니라, 일본의 안보 전략 전면 재검토가 예고된 시점에 맞춰 조율된 일정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분명하다.
특히 회담 장소가 도쿄가 아닌 일본의 고도로서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로 선택된 점은 상징적이다. 이는 위기 대응이나 현안 타결을 위한 급박한 외교가 아니라, 한일 관계를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를 일정 자체에 담은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상 간 만남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상시적 조율의 연장선에 두겠다는 의도가 장소 선정에 반영돼 있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로 경제, 사회, 문화 협력이 전면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진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보 환경이 급속히 불안정해지는 국면에서, 양국은 군사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관계 관리와 협력의 외피를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안보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라고 보기 보다는 오히려 안보 전략의 가속을 가능하게 하는 외교적 완충 장치를 사전에 구축하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다카이치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다섯 번째로 예정돼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는 한일 관계가 특정 사안에 따라 급격히 흔들리는 구조에서 벗어나, 반복적 접촉과 조율을 통해 관리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셔틀 외교가 수도 외 지역으로까지 확장되는 흐름은 정상 외교를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외교 운용의 기본 수단으로 정착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미중 경쟁의 시간 압축과 한국이 마주한 선택의 한계
일본의 3대 국가안보 문서 전면 재검토와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은 서로 분리된 사건이 아니다. 이는 미중 패권 경쟁이 관리 가능한 장기 경쟁 단계를 지나, 단기 위기 가능성을 내포한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인식이 안보 전략과 외교 일정 전반에 동시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이 같은 변화는 동아시아 질서를 보다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구조로 밀어 넣고 있다.
주목할 것은 전후 오랫동안 유지돼 온 미국 중심 억제 구조와 일본의 제한적 역할 분담이라는 안정적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이 국가 안보 전략을 재설계하는 순간, 역내 군사 균형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재조정 국면으로 들어가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은 이에 맞춰 군사적 계산을 조정할 것이며, 군비 경쟁과 위기 관리의 부담은 동시에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에게 이 같은 흐름은 선택이 아니라 조건으로 다가올 것이다. 일본이 전략의 전제를 다시 쓰고, 외교적 관리 범위를 확장하는 동안 한국이 기존 안보 프레임에 머문다면 그 같은 전략적 시차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특히 한미일 3자 협력 구도 속에서 일본의 역할이 확대될수록, 한국의 위치와 책임 역시 재정의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10년 전략을 앞당겨 다시 쓰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힘을 더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위협을 언젠가 올 가능성이 아니라 몇 년 안에 현실화될 수 있는 변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그 긴장감이 전략과 문서, 재정과 외교 일정까지 동시에 움직이게 만들었다. 전략의 조기 수정은 일본 사회 전반에 공유된 위기 인식이 제도화되는 과정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한국은 같은 환경에 놓여 있으면서도 그만큼의 시간 압축과 긴장을 아직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위협은 설명되고 있지만 절박하게 인식되고 있지는 않으며, 변화는 논의되지만 서둘러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로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다. 일본이 전략을 다시 쓰게 만든 것은 새로운 정보가 아니라 위협을 바라보는 시간 감각의 변화였다는 점에서, 한국의 조용함은 단순한 안정이 아니라 인식 지연의 신호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이 마주한 선택은 일본처럼 무엇을 더 할 것인가 여부가 아니라, 언제부터 긴장할 것인가에 가깝다. 일본은 이미 최악의 시점을 계산하기 시작했고, 그 계산이 전략을 앞당기고 있다. 한국이 여전히 시간을 믿고 있다면, 문제는 준비의 수준이 아니라 출발 시점이 될 수 있다. 동아시아 질서가 빠르게 압축되는 이 시점에서 한국의 가장 큰 위험은 과도한 행동이 아니라 지나치게 조용한 인식일지도 모른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