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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쓸 줄 아는 자가 부(富)를 쥔다"…거대 기업 떠난 '부(富)', 이들에게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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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쓸 줄 아는 자가 부(富)를 쥔다"…거대 기업 떠난 '부(富)', 이들에게 쏠린다

WSJ , AI 기술 아닌 '활용 격차'가 승부 갈라… "그냥 쓰는 척만 해선 도태"
개발자 없는 '1인 유니콘'의 탄생… 숨겨진 '잠재 역량' 깨우는 슈퍼 유저가 미래 주도
인공지능(AI) 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단순히 기술을 보유한 집단과 이를 업무에 적용해 성과를 내는 집단 사이의 '부(富)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거대 기술 기업(Big Tech)이 독점하던 가치 창출 기회는 AI를 끈기 있게 실험하고 체화한 '슈퍼 개인'들에게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단순히 기술을 보유한 집단과 이를 업무에 적용해 성과를 내는 집단 사이의 '부(富)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거대 기술 기업(Big Tech)이 독점하던 가치 창출 기회는 AI를 끈기 있게 실험하고 체화한 '슈퍼 개인'들에게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이미 미래는 와 있다. 다만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았을 뿐이다. 인공지능(AI) 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단순히 기술을 보유한 집단과 이를 업무에 적용해 성과를 내는 집단 사이의 '()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거대 기술 기업(Big Tech)이 독점하던 가치 창출 기회는 AI를 끈기 있게 실험하고 체화한 '슈퍼 개인'들에게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현지시각) AI 모델을 활용해 자신만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반인들이 경제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향후 10년의 변화가 단순한 노동 대체를 넘어, 개인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1인 기술 기업'의 시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술보다 활용이다"… 격차에서 기회 낚아챈 사람들


WSJ은 현재 AI 시장의 핵심 화두로 '활용 격차'를 지목했다.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기업이 만든 고성능 모델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이를 자신의 업무에 맞춰 최적화하는 방법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 빈틈을 파고든 것은 호기심 많은 개인들이다.

실제로 호주의 한 염소 목장주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앤트로픽의 코딩 AI '클로드 코드'를 활용해 획기적인 프로그래밍 기법을 발견했다. 그는 AI에게 코드를 작성하게 한 뒤, 다시 AI가 그 코드를 검수하고 수정하도록 명령하는 작은 프로그램을 짰다.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캐릭터 이름을 딴 이른바 '랄프 위검(Ralph Wiggum)' 기법은 사람의 개입 없이도 버그 없는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베이커스필드의 50년 된 원예 기업 '선 월드(Sun World)'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이 회사는 농업 전문가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재배 노하우와 과학 문헌을 학습시킨 'AI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농부들은 채팅창에서 자연어로 질문하며 전문적인 농업 지식을 실시간으로 얻는다. 과거라면 막대한 자문료와 시간이 필요했던 일이 AI를 통해 즉각적으로 해결되는 셈이다.

'잠재 역량'의 발견… "AI는 이미 당신보다 많은 걸 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AI가 개발자조차 예상하지 못한 능력을 감추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에단 몰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이를 '잠재 역량'이라고 정의했다. AI 모델이 이미 갖추고 있지만, 사용자가 우연히 발견해 내기 전까지는 드러나지 않는 기능들을 뜻한다.

몰릭 교수는 "현재 AI 도구는 프로그래밍부터 고대 언어 해독까지 방대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과거 자금과 인력 부족으로 좌초됐던 프로젝트들이 이제는 단 한 명의 비전문가에 의해 실현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3년 전만 해도 0%에 가까웠던 AI 사용률은 최근 미국인의 62%"일주일에 여러 번 사용한다"고 답할 만큼 폭증했다. 이는 AI가 단순한 흥미 거리를 넘어 실질적인 업무 필수재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단순 챗봇을 넘어 '에이전트''1인 기업'의 시대로


AI 기술의 진화는 단일 모델을 사용하는 단계를 넘어, 여러 AI가 협업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메타는 최근 온라인상에서 복잡한 작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에이전트 '마누스'를 개발 중이다. 마누스는 메타의 자체 모델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앤트로픽의 모델까지 조합해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산타클라라대 램 발라 부교수(인공지능학)"2년 전만 해도 오류(환각 현상)가 많아 실무에 쓰기 어려웠던 챗봇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활용될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환각 현상을 줄이는 기술과 AI를 기존 시스템에 통합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산성 혁명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호주 시드니의 카피라이터 리앤 셸턴 씨는 202211월 챗GPT 출시 이후 일감이 줄어드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는 대신 챗GPT를 자신의 문체에 맞춰 훈련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현재 그는 기업 고객들에게 '맞춤형 AI 도구'를 구축해 주는 컨설턴트로 변신해 과거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WSJ은 향후 10년 동안 AI 도입 효과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몰릭 교수는 "AI 도입으로 인한 변화는 예측하기 어려운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는 반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특정 직종은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래의 부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실험하고, 이를 자신의 업무 흐름에 통합해 내는 '실행력' 있는 개인과 기업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은 이미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것을 집어 들어 어떻게 휘두를지는 온전히 사용자의 몫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