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으로 포착된 해상 민병대 동원 훈련, 항로 통제 통한 대만 겨냥 회색지대 전략 현실화
이미지 확대보기중국이 군함을 동원하지 않고 민간 선박을 활용해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해상 봉쇄 훈련을 실시한 정황이 위성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세계 주요 항로 중 하나인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회색지대 방식의 해상 통제 능력을 실제로 시험한 것으로, 대만을 염두에 둔 비군사적 봉쇄 시나리오가 현실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공개한 위성 영상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민간 어선과 상선 약 2천 척을 동원해 최대 460킬로미터에 달하는 해상 밀집 대형을 형성했다. 이 선박들은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줄지어 배치돼 사실상 이동식 해상 장벽을 구성했고, 특정 항로를 따라 장시간 정지 또는 저속 항해를 반복했다. 군함이나 해군 표식은 없었지만, 통제된 집단 기동이라는 점에서 우발적 어로 활동과는 성격이 명확히 달랐다.
민간선박을 군사적 수단으로 전환한 해상 민병대 운용
이번 훈련의 핵심은 민간 선박의 조직적 동원 방식에 있다. 중국은 수년간 민간 어선을 해상 민병대 개념으로 활용해 왔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와 밀집도가 이전 사례를 크게 웃돌았다. 선박들은 동일한 항로와 시간대에 집중 배치됐고, 외부 선박의 접근을 사실상 어렵게 만드는 물리적 장벽을 형성했다.
위성 분석이 드러낸 ‘해상 봉쇄 리허설’
이번 움직임은 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처음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해상에 일렬로 늘어선 선박군은 일정 시간 동안 해체되지 않았고, 일부 구간에서는 다층 형태로 중첩 배치되며 항로 우회를 강제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는 단순 훈련이 아니라 실제 봉쇄 상황을 가정한 리허설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특히 해당 해역은 대만과 동남아를 잇는 해상 교통로와 인접해 있다. 중국이 군사 충돌 없이도 물류와 에너지 수송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동시에, 위기 시 대만 주변 해역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봉쇄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만을 겨냥한 비군사적 압박 수단의 진화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이 대만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공식 발표나 군사적 선언 없이 진행됐지만, 봉쇄 방식과 규모는 대만 주변 해역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은 이번 훈련으로 군함과 미사일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민간 선박만으로 주요 항로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남중국해에서 시험된 회색지대 전략의 확장 가능성
남중국해는 중국이 회색지대 전략을 실험해 온 대표적 공간이다. 이번 사례는 그 전략이 단순한 국지적 충돌 관리 수준을 넘어, 대규모 해상 통제 능력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민간 선박이라는 외피를 쓴 집단 기동은 군사적 대응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실제 통제 효과는 극대화한다.
이러한 방식이 반복될 경우,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의 항행 자유 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군사 충돌 없이도 해상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수단이 현실화되면서, 역내 국가들의 대응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군함 없는 봉쇄가 던지는 전략적 함의
이번 훈련이 던지는 가장 큰 함의는 명확하다. 해상 봉쇄는 더 이상 군함과 전투기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은 이번 훈련을 통해 민간 선박을 활용해 군사적 효과를 내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고, 이는 향후 분쟁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변수로 떠올랐다.
남중국해에서 시험된 이 방식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유사한 전술은 다른 해역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군사 충돌의 문턱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해상 통제 경쟁은 앞으로 동아시아 안보 환경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