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혹한에 불붙은 천연가스…美 선물가격, 이번 주 70% 폭등

글로벌이코노믹

혹한에 불붙은 천연가스…美 선물가격, 이번 주 70% 폭등

美·유럽 강추위에 난방 수요 급증 우려…생산 차질 가능성 겹치며 시장 긴장 고조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가 운영하는 중질유 처리 시설에서 천연가스가 연소되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가 운영하는 중질유 처리 시설에서 천연가스가 연소되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을 강타한 혹한 여파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가격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쇼트 커버링(매도 포지션 청산) 수요가 가격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근월물 천연가스 선물은 이날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주간 기준 상승률은 70% 이상에 달할 전망으로 199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주간 상승 폭이다.

유럽 천연가스 선물도 올해 들어 약 40% 상승한 뒤, 이날 거래에서는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갔다.

미국 전역의 3분의 2에 이르는 지역에 이례적인 한파를 동반한 강력한 겨울 폭풍이 예보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남부 지역의 주요 가스 생산 시설에서 파이프라인 내부의 수분이 얼어 흐름이 막히는 ‘프리즈 오프(freeze-off)’ 현상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파로 가계 난방 사용이 늘어나면서 가스 소비가 급증해 재고가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기상 악화 전망이 투자 심리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분석하면서 천연가스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주 말까지만 해도 헤지펀드들이 미국 천연가스 가격 하락에 대한 베팅을 늘렸지만, 날씨 예보가 급격히 수정되자 해당 포지션을 서둘러 정리하면서 고스란히 가격 상승 압력이 됐다.

유럽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겨울 난방 시즌 초반부터 천연가스에 대한 하락 베팅이 우세했으나, 최근 몇 주간 저장 시설에서의 가스 인출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이미 높은 에너지 요금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의 추가적인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유럽은 2022년 에너지 위기 이후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 대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향후 며칠 안에 또 한 차례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가격 추가 상승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의 가스 재고는 지난해 여름 비축 여건이 녹록지 않았고, 올겨울 반복된 한파로 이미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가스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유럽뿐 아니라 다른 천연가스 수입국에도 그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은 아시아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아시아 천연가스 기준 가격은 이번 주 들어 지난해 11월 말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지역 내 기온이 떨어지면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유럽과 달리 재고 여력이 비교적 충분하지만, 한파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천연가스를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