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I.N·Hnoss 등 10여 개 로컬 강자들 잇따라 영업 종료 선언
글로벌 SPA 공세와 중국발 초저가 공습에 내수 시장 점유율 급감
브랜드 정체성 부재와 운영 미숙이 부른 '적자의 늪'... 체질 개선 시급
글로벌 SPA 공세와 중국발 초저가 공습에 내수 시장 점유율 급감
브랜드 정체성 부재와 운영 미숙이 부른 '적자의 늪'... 체질 개선 시급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26일(현지시각) 베트남 경제매체 VNF(Vietnam Finance)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말부터 이달까지 1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베트남 자국 패션 브랜드들이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베트남 업체들의 줄도산은 글로벌 브랜드의 시장 잠식과 중국발 초저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공습, 그리고 로컬 기업들의 경영 미숙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10~17년 버틴 로컬 강자들, '운영 부적합' 이유로 시장 퇴출
최근 베트남 패션 업계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브랜드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VNF 보도에 따르면, 누적 사회관계망서비스 팔로워 140만 명을 보유한 여성복 브랜드 'L.II.N 클로딩(L.II.N Clothing)'이 10년의 여정을 마치고 영구 폐업을 발표했다.
해당 브랜드 창업자는 "열정이 식어서가 아니라 현재 시장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운 사업 구조 때문"이라며 폐업 이유를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17년 동안 시장을 지켜온 '흐노스(Hnoss)'와 13년 업력의 '카스타(Casta)' 역시 영업을 중단하거나 전국 22개 매장을 폐쇄했다.
하노이의 유명 브랜드 '허25(Her25)'는 12년 만에, 신발 브랜드 '못(MỘT)'은 지난해 초 운영을 멈췄다.
업계에서는 8~12년 차 중견 브랜드인 '렙(Lép)', '에디니(Edini)', '당하이옌(Danghaiyen)' 등이 줄줄이 무너지는 현상을 두고 로컬 패션의 위기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글로벌 공룡과 초저가 플랫폼 사이 '샌드위치' 신세
베트남 브랜드들이 이처럼 고전하는 배경에는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FM 리서치의 랄프 마타스(Ralf Matthaes) 대표는 지난 26일 VNF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소비자들이 가격에 매우 민감해졌으며, 지불한 금액 대비 최고의 가치를 주는 제품을 우선순위에 둔다"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베트남 산업조사컨설팅(VIRAC) 보고서는 자라(Zara), 에이치앤엠(H&M), 유니클로(Uniqlo)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확장세가 로컬 브랜드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쉬인(SHEIN)이나 테무(Temu) 같은 중국계 초저가 온라인 플랫폼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높은 운영비를 감당해야 하는 오프라인 기반 로컬 브랜드들은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 빠졌다.
이러한 현상은 베트남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 포에버21(Forever 21)이 지난해 350개 매장을 폐쇄하며 파산 보호 신청을 한 사례나, 영국의 조니 클로딩(Joanie Clothing)이 영업을 중단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디자인보다 운영이 문제"... 브랜드 정체성 확립이 생존 열쇠
전문가들은 외부 요인 못지않게 내부 경영 역량 부족을 폐업의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여성복 브랜드 '람 쿠에(Lam Khue)'의 창업자 흐엉 팜(Huong Pham)은 지난 26일 VNF를 통해 로컬 브랜드들이 범하는 7가지 실수를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시장 탓만 하는 수동적 태도 ▲불분명한 브랜드 정체성 ▲구체적인 핵심성과지표(KPI) 부재 ▲고객 요구를 무시한 제품 중심 사고 ▲공사 구분이 없는 방만한 재무 관리 등을 폐업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팜 쑤언 홍(Pham Xuan Hong) 호찌민시 의류직물협회장은 "소비자들이 여전히 디자인의 다양성과 가격 유연성 측면에서 해외 브랜드를 선호한다"라며 "내수 브랜드가 강력한 재무 구조와 장기 전략 없이 경쟁하기는 매우 어려운 처지"라고 말했다.
결국 베트남 패션 시장은 단순한 침체가 아닌 '질적 전환기'에 진입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레 호아이 비엣(Le Hoai Viet) 호찌민 개방대학교 강사는 "베트남인의 구매력은 낮지 않지만 선택은 더욱 까다로워졌다"라며 "단순히 예쁜 옷이 아니라 브랜드만의 고유한 서사와 체계적인 운영 능력을 갖춘 곳만이 살아남는 '진검승부'의 장이 열렸다"라고 평가했다.
한국 산업계 파급효과... 공급망 재편 및 K-패션 '체질 개선' 시급
이러한 베트남 내수 시장의 지각변동은 현지를 주요 생산 기지이자 수출국으로 삼고 있는 한국 섬유·패션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베트남 로컬 브랜드향 원부자재 수출이 다소 위축될 수 있으나, 오히려 시장을 장악한 글로벌 SPA 브랜드의 공급망에 깊숙이 편입되거나 고부가가치 원단으로 품목을 다변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중국발 'C-커머스'의 공습으로 베트남 브랜드들이 붕괴한 사례는 국내 패션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순 가격 경쟁보다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재고 관리와 디지털 운영 효율 고도화, 그리고 명확한 브랜드 팬덤 구축만이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서 한국기업이 살아남을 유일한 열쇠"라고 입을 모은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trick26865@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