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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온스당 5000달러' 돌파...잠들었던 남아공 '황금의 땅'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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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온스당 5000달러' 돌파...잠들었던 남아공 '황금의 땅' 깨어난다

15년 만의 신규 금광 '칼라 섀로우즈' 가동... 6조5100억 원 규모 생산 전망
2년 만에 가격 2배 폭등... 전 세계 금 탐사 예산 8조9000억 원 사상 최대
고비용 '노동 리스크' 넘고 현대화 박차... '세계 1위' 금 생산국 영광 재현 노려
금 선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0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과거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이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5년 만에 신규 지하 금광을 가동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금 선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0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과거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이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5년 만에 신규 지하 금광을 가동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지정학적 위기와 인플레이션 공포가 맞물리며 금 선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000달러(723만 원)를 돌파한 가운데, 과거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이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5년 만에 신규 지하 금광을 가동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6(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인근 '칼라 섀로우즈(Qala Shallows)' 광산이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들어갔으며, 이는 기록적인 금값 상승이 침체에 빠진 글로벌 광업계에 강력한 자본을 수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전했다.

15년 만의 신규 지하 금광 가동... '자마 자마' 대신 '첨단 드릴' 투입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16km 떨어진 루드포트 지역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자마 자마(Zama Zama)'라 불리는 불법 광부들이 망치와 끌로 목숨을 걸고 금을 캐던 버려진 땅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곳은 15년 만에 남아공 최초의 신규 지하 금광인 '칼라 섀로우즈'로 탈바꿈했다.

이 광산을 운영하는 호주 기업 웨스트 위츠 마이닝(West Wits Mining)은 약 1억 달러(1447억 원)를 투입해 현대적인 설비를 갖췄다. 루디 데이젤(Rudi Deysel) 웨스트 위츠 마이닝 최고경영자(CEO)"과거에는 배를 깔고 기어 들어가야 했던 열악한 환경이었으나, 현재는 첨단 수압 드릴과 비상 호흡 장비를 갖춘 전문 인력이 현장을 누비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첫 채굴에 성공한 이 프로젝트는 현재 시장 가격 기준으로 45억 달러(65100억 원) 이상의 금을 생산할 것으로 추산된다. 2026년에는 약 6000온스의 금을 채굴하고, 2029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7만 온스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불붙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헤지(Hedge)' 수단으로서의 금 가치 부각


금 선물 가격이 온스당 5000달러라는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른 배경에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정학적 연쇄 충격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화폐 가치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전시 상황이나 외교적 고립 상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최후의 자산'으로 금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중동 및 동유럽발 전운의 확산이 꼽힌다. 에너지 공급망의 요충지인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특히 최근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강력한 관세 장벽과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국가 간 통상 갈등을 넘어 '경제 전쟁' 수준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월가에서는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의 관세 마찰이 심화되고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 거세질수록,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 내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높이는 '탈달러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세계금위원회(WGC) 자료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량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며, 이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안전 자산으로의 대피'를 부추기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온스당 5000달러 돌파... 전 세계 '황금 확보' 전쟁 가열


금값은 지난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2배 이상 폭등하며 지난 26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온스당 5000달러를 넘어섰다. 이러한 '골드 붐'은 전 세계 광산 기업들의 투자 지형을 바꾸고 있다. S&P 글로벌 에너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금 탐사 예산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615000만 달러(8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공룡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세계 1위 금광업체 뉴몬트(Newmont)는 가나의 아하포 노스 광산에서 상업 생산을 시작했으며, 2위 업체 배릭 마이닝(Barrick Mining)도 미국 네바다주 포마일 프로젝트의 지하 개발을 앞두고 있다.

남아공 내부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현지 최대 생산업체 하모니 골드(Harmony Gold)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광산인 음포넹(Mponeng) 광산의 수명을 20년 더 연장하기 위해 확장을 추진 중이며, 시바니-스틸워터(Sibanye-Stillwater)는 중단했던 번스톤 광산의 재가동을 검토하고 있다.

'고비용·노동 리스크' 넘어야 할 산... 기술 혁신이 승부처


남아공은 20세기 대부분 동안 세계 금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절대 강자였으나, 2007년 이후 투자 위축과 노후 광산의 위험성 탓에 세계 12위 생산국으로 추락했다. 특히 강력한 노동조합에 따른 임금 상승과 기계화되지 않은 채굴 방식은 남아공의 채굴 비용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범이었다.

하지만 칼라 섀로우즈 광산은 현대 기술을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수압 드릴 등 기계화된 공정을 통해 손익분기점을 온스당 1291달러(187만 원)까지 낮췄다. 이는 수천 미터 깊이에서 운영되는 기존 심층 광산보다 훨씬 경쟁력 있는 수치다.

이작 오덴달(Izak Odendaal) 올드뮤추얼 투자 전략가는 "남아공 금광업계는 수년간 역풍에 시달렸으나, 금 가격 상승이라는 강력한 호재가 침체된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급격한 생산 확대에 따른 숙련 인력 부족과 장비 공급 지연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금값 5000달러 시대의 도래는 단순한 자산 가치 상승을 넘어, 남아공과 같은 전통적인 광업 강국들의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금융 데이터 분석 업체 팩트셋(FactSet)의 통계처럼 가팔라진 금값 상승 곡선이 꺾이지 않는 한, 기술력을 갖춘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유입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골드 붐'이 남아공이 잃어버린 금광 대국의 지위를 되찾는 동력이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