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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공급 병목’에 AI 빅테크 비상…수십억 달러 수익 증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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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공급 병목’에 AI 빅테크 비상…수십억 달러 수익 증발 위기

TSMC 투자 지연에 엔비디아·MS 직격탄…‘1조 달러 리스크’ 진원지 부상
초기 설비투자 보수적 판단이 화근…첨단 패키징 CoWoS 공정 수요 못 따라가
대만해협 긴장 시 세계 GDP 10% 증발 우려…삼성·인텔 ‘대안 찾기’ 사활
대만 가오슝에 위치한 TSMC의 반도체 생산공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대만 가오슝에 위치한 TSMC의 반도체 생산공장. 사진=로이터
세계 최첨단 논리 반도체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대만 TSMC가 급증하는 인공지능(AI)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산업 성장의 제동 장치가 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TSMC의 공급 능력 한계로 엔비디아(NVIDIA)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매출 손실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외신 보도와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TSMCAI 열풍 초기에 설비투자(CAPEX)에 소극적이었던 판단이 현재의 심복한 공급 병목 현상을 초래한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보수적 투자의 부메랑…빅테크 수익 손실위험 전가


27(현지시각) 스트라테커리(Stratechery)Wccftech 보도에 따르면, TSMCAI 공급망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으로 지목됐다. 과거 10년 초반에 자산 지출을 늘리는 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이 오늘날 생산 라인의 병목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TSMC는 올해 자본 지출을 560억 달러(804100억 원)까지 늘릴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실기(失期)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실제로 엔비디아와 AMD 같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들은 늘어난 납품 기간 탓에 고객사인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요구를 제때 맞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체 AI 마이아(Maia) 200’을 선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TSMCN3B(3나노급) 공정 공급 제약으로 인해 적정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분석가들은 이러한 공급 부족이 결국 빅테크 기업들의 매출 기회 상실로 이어지며, 그 위험이 고스란히 수익성 악화라는 형태로 전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3사 패키징 역량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파운드리 3사 패키징 역량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


CoWoS 패키징 한계와 대체 불가의 딜레마


반도체 원판(웨이퍼) 생산뿐만 아니라 첨단 후공정인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 패키징 부문도 심각한 구간이다. AI 칩 제조에 필수인 이 기술은 현재 TSMC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생산 라인 확장 속도가 수요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삼성전자나 인텔 파운드리로 눈을 돌리려 해도 전환 비용과 신뢰도 측면에서 위험이 크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스트라테커리는 "공급처 다각화가 장기적으로는 필요하지만, 당장 TSMC를 떠나는 것은 더 큰 사업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라고 전했다. 그 사이 TSMC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2나노미터(nm) 공정 웨이퍼 가격을 4년 연속 인상하는 등 가격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수요자가 공급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슈퍼 을()’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진 셈이다.

지정학적 위기와 글로벌 실리콘 방어전


지정학적 위기와 글로벌 실리콘 방어전’ TSMC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경제적 문제를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27일 웹프로뉴스(WebProNews)는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세계 경제가 약 10조 달러(14360조 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달하는 규모로, 2008년 금융 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에 미국은 반도체 과학법(CHIPS Act)’을 통해 520억 달러(74670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하며 TSMC의 애리조나 공장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 역시 구마모토에 TSMC 공장을 유치하며 반도체 부흥을 노리고 있다.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큐슈 피낸셜그룹은 지난 27, TSMC 구마모토 공장 진출에 따라 현지 기업 24개사의 공급망 참여를 지원했으며, 향후 10년간 112000억 엔(1055600억 원)의 경제 파급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분산 노력에도 TSMC는 최첨단 2나노 공정과 핵심 연구개발(R&D) 역량만큼은 대만 본토에 유지하는 ‘N-1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단일 실패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으로서의 위험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TSMC가 독점하는 첨단 패키징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인텔이 양산 수율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글로벌 AI 공급망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