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8만4000달러선 붕괴 "불타는 금값의 저주"
이미지 확대보기비트코인이 하루 새 6% 하락하며 8만 4,000달러선이 무너졌다. 글로벌 자산 동반 급락 속에서 5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청산이 발생했다. 시장은 기술적 지지선 붕괴와 함께 극심한 불안에 빠졌다.
이번 하락은 비트코인 및 알트코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 가격은 이날 역사상 처음으로 5,600달러(약 803만 원)를 돌파한 후 불과 30분 만에 400달러(약 57만 원) 이상 급락했다. 이에 따라 금 시장에서 증발한 가치는 비트코인 전체 시가총액을 웃돌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상치 못한 자산 급변에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고,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하락이 정상적인 조정이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암호화폐 분석가 미카엘 반드포페는 “오늘처럼 금과 은이 수 분 만에 수 조 원의 가치를 잃는 상황이 발생하면, 비트코인 역시 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비트코인이 진가를 드러낼 시점은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코인뷰로(Coin Bureau)의 대표 닉 퍼크린은 금과 은의 움직임을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정도의 급변은 귀금속 시장에선 전례 없는 일”이라며, 최근 현상이 글로벌 자산 시장에 대한 신뢰 붕괴의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퍼크린은 현재의 금·은 수요 급증은 각국 중앙은행과 기관투자자들이 금융 불안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성 매수’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암호화폐 정책, 연준의 유동성 확대, 달러 약세, 기관투자자 진입 등 통상적으로 비트코인을 밀어올릴 것으로 여겨졌던 요인들이 최근에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 트레이더는 “도대체 어떤 호재가 비트코인을 올릴 수 있는가”라며 시장의 집단적인 무기력감을 반영했다.암호화폐 시장은 현재 기술적 지지선과 거시경제 불안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 놓여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자산 흐름 속에서 비트코인이 다시 상승 모멘텀을 되찾을 수 있을지 시장의 눈이 쏠리고 있다.
데이터 플랫폼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하루 동안 강제 청산된 레버리지 포지션 규모는 6억 5,000만 달러(약 9,325억 원)를 돌파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단 한 시간 안에 발생했다. 청산된 거래 건수는 19만 건을 넘었고, 이날 가장 큰 단일 포지션 청산은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거래소에서 발생해 3,100만 달러(약 444억 7,000만 원) 규모였다.
이번 급락의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상 시한이 임박했다고 경고한 데 이어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 전단’을 중동 지역에 파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미국의 대이란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됐다.
이번 사건은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암호화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특히 레버리지를 활용한 매매 비중이 높은 시장 특성상, 외부 변수에 따른 급격한 가격 움직임은 대규모 청산을 불러오는 구조다. 당분간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코인의 가격은 중동 정세 및 미국 정부 발표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
비트코인의 이 같은 약세는 투자자들이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옮기는 ‘로테이션’(자산 재배분) 국면과 맞물려 나타났다는 평가다. 실제 대표적 전통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온스당 5600달러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은도 120달러 선까지 상승했다. 지정학적·경제적 불확실성이 재차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이 금과 은을 투자 피난처로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달러 약세가 더해지며 대체 가치저장 수단에 대한 수요도 강화됐다. 달러는 연초 이후 2.13% 하락한 상태다. 블룸버그는 “최근 몇 주 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 고조, 미국 달러 약세, 실물자산 수요 증가 등으로 귀금속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또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후임이 파월보다 비둘기파(금리인하 선호)일 것이란 관측도 금과 은 값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 외환당국이 엔화 강세를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미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우리는 항상 강달러 정책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달러화 가격이 다소 안정을 되찾았으나 전체적으로는 약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 전까지는 금융시장 여건이 그리 완화적이지 않은 만큼 제한된 유동성이 금과 은에 쏠리자 비트코인 등은 상대적으로 매수 여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