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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가 삼키는 미국 전력…삼성·SK '에너지 자립'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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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가 삼키는 미국 전력…삼성·SK '에너지 자립' 사활

NERC "수요 69% 폭증" 경고, 2028년부터 북미 전력난 고비
보조금보다 '공급 우선권' 확보…SMR·자가발전 투트랙 대응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급증이 북미 전력망의 신뢰성을 정면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급증이 북미 전력망의 신뢰성을 정면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급증이 북미 전력망의 신뢰성을 정면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북미전력신뢰성공사(NERC)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10년 안에 전력 수요가 공급량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 진출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단순한 인프라 보강을 넘어 직접 발전 시설을 짓고 차세대 원전을 도입하는 등 '에너지 독자 노선' 구축에 나섰다.

지난 29(현지시간) 더힐(The Hill)30일 로이터(Reuters) 통신 등에 따르면, NERC는 연례 '장기 신뢰성 평가'를 통해 북미 지역의 전력망 신뢰성 전망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데이터센터가 밀어 올린 수요, 2028년부터 '고위험' 지역 확대


NERC는 이번 보고서에서 향후 10년 동안의 여름철 피크 수요 전망치를 지난해 보고서 대비 69%나 상향 조정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가 북미 전력 수요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구체적인 위험 지역과 시점을 명시했다. 미드콘티넨트 독립 시스템 운영자(MISO)가 관할하는 중서부 주들은 2028년부터 전력 부족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2029년부터는 텍사스 일부, 미국 북서부, 중대서양 지역까지 '고위험' 구역에 포함될 전망이다.

존 모라 NERC 신뢰성 평가 책임자는 성명을 통해 "이번 평가는 실패에 대한 예측이 아니라 위험 궤적에 대한 조기 경고"라며 "앞으로의 길은 관리할 수 있지만, 계획된 발전 자원이 제때 가동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전환의 역설…전력망 운영 복잡성 증대


전력 공급 구조의 변화도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신규 전력원의 상당수가 태양광과 배터리 저장 장치로 채워지고 있는데, NERC는 이들이 인버터 기반이고 기상 의존적인 자원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전력망 계획과 운영의 복잡성을 가중시킨다는 뜻이다.

반면, 기존의 기저 부하를 담당하던 화석 연료 발전소는 향후 5년 내 대거 퇴역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현장에 연료를 비축해 둔 발전량이 줄어들면서 수요 급증 시 전력망이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데이터센터 구축 가속화를 지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데이터센터가 스스로 전력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동시에 화석 연료 발전을 옹호하며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속도를 조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정책적 불확실성도 커지는 모습이다.

1월 한파 견딘 PJM…도매 가격 MWh3000달러 '급등락'


실제 전력망 운영 현장에서는 이미 한계 시험이 진행 중이다.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 기구인 PJM 인터커넥션은 최근 북극 한파로 인해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인 141GW(기가와트)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PJM은 미국 인구 5명 중 1명에게 전력을 공급하며 중서부와 중대서양 13개 주를 관할한다.

이번 한파 기간 중 일부 지역의 기온이 영하 18(화씨 0) 이하로 떨어지면서 전력선 과부하가 발생했고, 천연가스 연료 공급도 일시적으로 제한됐다. 지난 26일경에는 PJM의 현물 도매 전기 가격이 MWh(메가와트시)3000달러(435만 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후 기온이 다소 오르면서 30일에는 173달러(25만 원) 수준으로 안정세를 되찾았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번 위기 상황에서 전력망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센터에 자체 백업 발전기를 가동할 것을 권고했다. PJM 지역은 데이터센터가 밀집해 있어 에너지 소비가 전력망 확충 속도를 앞지르고 있으며, 이것이 전기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SK '에너지 자립' 사활, 보조금보다 '공급 우선권'이 핵심…SMR·자가발전 투트랙 대응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폭증으로 북미 전력망에 '공심(空心) 현상'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에 진출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에너지 자립화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북미전력신뢰성공사(NERC)가 향후 10년 내 수요가 공급을 추월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자, 단순한 인프라 보강을 넘어 직접 발전 시설을 짓고 차세대 원전을 도입하는 등 '에너지 독자 노선' 구축에 나선 것이다.

최근 NERC'연례 장기 신뢰성 평가'에 따르면, 북미 여름철 피크 수요 전망치는 지난해 보고서 대비 69%나 상향 조정됐다.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의 한계를 시험하면서 2028년부터 미국 중서부를 시작으로 텍사스, 중대서양 지역까지 전력 부족 '고위험군'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에 한국 반도체 2사는 전력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에너지 자립과 공급 우선권 확보라는 투트랙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 공장의 안정적 가동을 위해 직접 천연가스 발전시설과 변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외부 전력망(ERCOT) 의존도를 낮춰 2021년과 같은 대정전 사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텍사스의 풍부한 일광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 구매 계약(PPA)을 맺고, 이를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연계해 정전 시 비상 전원으로 활용하는 체계를 갖췄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주정부 및 지역 전력사와 협상하여 전력 부족 상황에서도 반도체 라인을 최우선 공급 대상으로 지정하는 '중요 부하 보호' 법적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텍사스주가 조성한 50억 달러(72,500억 원) 규모의 에너지 기금(TEF) 등을 활용한 기저 전력 확충 정책과 맞물려 안정성을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첨단 패키징 시설의 전력난에 대비해 소형모듈원전(SMR) 카드를 꺼내 들었다. SK그룹은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TerraPower)에 약 3,000억 원을 투자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향후 미국 생산 거점에 SMR 전력을 직접 공급받거나 공동 사업을 전개해 24시간 안정적인 무탄소 전원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SMR 선두주자인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7,000만 달러(960억 원)를 투자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양사는 미국 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 협상 과정에서 현금 지원뿐만 아니라 연방 정부 차원의 전력·용수 인프라 보장책을 강력히 요구하며 정책적 조율을 지속하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장기 수익성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북미 전력망의 위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AI 인프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전력 공급 안정성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NERC는 새로운 전력원 확보와 승인 절차의 신속한 도입을 권고했다. 앞으로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만큼이나 안정적인 전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