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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ESS 배터리 시장 64% 장악…한국 3사 점유율 4%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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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ESS 배터리 시장 64% 장악…한국 3사 점유율 4% 추락

CATL 단독 30% 점유, 상위 7개사 모두 중국 기업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LFP 배터리로 북미 시장 반격 시동
작업자들이 전기차 배터리 모듈을 작업하는 폭스바겐의 잘츠기터(Salzgitter) 배터리 재활용 공장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작업자들이 전기차 배터리 모듈을 작업하는 폭스바겐의 잘츠기터(Salzgitter) 배터리 재활용 공장 모습. 사진=로이터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이 압도한 가운데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이 4%로 급락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지난달 31(현지시각) 발표한 자료를 IT 매체 디지타임스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25년 세계 ESS용 리튬이온 배터리 출하량은 550GWh(기가와트시)로 전년 307GWh보다 79% 급증했다.

중국 상위 7개사가 83% 독식


국가별로는 중국이 352GWh를 출하해 전체 시장의 64%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117% 늘어난 수치다. 분석가들은 중국이 대규모 정부 주도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연계 ESS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면서 폭발한 수요 증가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북미는 88GWh16% 점유율을 기록해 2위에 올랐다. 다만 북미는 주요 지역 가운데 가장 낮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높은 관세 탓에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프로젝트 진행 속도가 둔화했다는 분석이다.

시장 집중도는 더욱 심했다. 2025ESS 리튬이온 배터리 출하량 기준 상위 7개사가 모두 중국 기업이었고,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83.3%에 달했다. 그 가운데서도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167GWh를 출하해 30% 점유율을 차지했다. 전년 대비 80% 늘어난 물량이다.

LFP 배터리 격차가 결정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부진은 뚜렷했다.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합산 ESS 리튬이온 배터리 출하량은 22GWh로 전체 시장의 4%에 그쳤다. 출하량 자체는 2024년보다 소폭 늘었으나 전체 시장 성장 속도가 빨라 점유율은 오히려 줄었다.

SNE리서치는 중국이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배경으로 LFP 배터리 생산 역량을 꼽았다. LFP 배터리는 높은 안전성과 원가 경쟁력을 갖춰 안전성과 가격 효율을 중시하는 ESS 용도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여전히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삼원계 ESS 배터리 위주로 생산하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원계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대신 비싸다. 반면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LFP 배터리는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낮다.

북미 시장서 반격 시동


위기 상황을 타개하려는 한국 배터리 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북미 시장을 돌파구로 삼아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LFP 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을 ESSLFP 전용 기지로 바꾸고 지난해 7월 테슬라로 추정되는 미국 기업과 약 6조 원 규모 ESS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7년부터는 충북 오창 공장에서도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SDI는 지난달 10일 미국 대형 에너지 전문기업과 2조 원이 넘는 규모의 ESS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인디애나주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인 스타플러스에너지에서 각형 LFP 배터리를 생산해 납품한다. 미국 인디애나주 공장의 일부 전기차용 생산 라인도 ESS용으로 전환했다.

SK온도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전환해 ESSLFP 배터리를 처음 생산한다. 충남 서산 공장에서도 연간 3GWh 규모 ESS 배터리 전용 라인을 갖출 예정이다.

2030년 북미 점유율 최대 35% 전망


증권가에서는 한국 배터리 3사가 북미 시장에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미국 ESS 시장은 202351GWh에서 2030485GWh로 급증할 전망이다. 연평균 20% 안팎 성장세다.

블룸버그는 "2030년 미국 ESS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현지화와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점유율은 20~30%, 최대 35%로 확대될 수 있다"는 긍정한 전망을 내놨다. 이는 64~112GWh 공급량에 해당하는 수치다.

iM증권 리서치본부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단기로 중국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장기로는 자국 내로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추진할 전망"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를 중심으로 국내 업체들이 미국 ESS 시장에서 절반 점유율을 확보할 경우 연간 약 6~7조 원 규모 영업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또한 "ESS 시장 배터리 수요는 아직 전기차 시장 대비 20~25% 규모"라면서도 "전기차 수요는 경기 변동과 보조금 정책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ESS 수요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 필요성 따라 상대적으로 안정한 수요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SNE리서치는 중국과 유럽, 한국을 제외한 여타 지역은 단기간 중국산 LFP 배터리에 주로 의존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국의 탈중국 정책 강화로 한국 기업들이 북미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