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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선별 개방' 이란, 중국 선박만 통행 허용… 위안화 결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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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선별 개방' 이란, 중국 선박만 통행 허용… 위안화 결제 요구

중국·이란계 선박 위주로 하루 7척 통행, 서방 차단 속 위안화 결제 강제
이란 드론의 유조선 공격과 선박 신호 은폐 급증, 해상 보안 공백 심화
에너지 70% 중동 의존하는 한국, 이란 자원 무기화로 안보 위기 직면
이란이 우호국 선박만 선별 통과시키는 해상 통제권을 경제 무기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란이 우호국 선박만 선별 통과시키는 해상 통제권을 경제 무기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란이 우호국 선박만 선별 통과시키는 해상 통제권을 경제 무기화하며, 서방 선박 차단과 위안화 결제 강요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위협하고 있다.

블룸버그(Bloomberg)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란의 해상 봉쇄 속에서도 이란 당국의 승인을 받은 특정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이 소폭 증가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선박 추적 데이터를 보면 최근 일주일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상업용 선박은 하루 평균 7척으로, 직전 주의 5척보다 늘어났다. 이는 평상시 통행량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치지만, 이란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선박만 골라 통과시키는 '선별적 복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선박엔 '위안화 통행료' 징수… 달러 패권 흔드는 이란의 포석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대부분 이란과 중국, 그리고 일부 비적대적 아시아 국가와 연계된 소수 함대로 확인됐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 새벽 사이 페르시아만을 빠져나온 선박 최소 6척은 모두 중국 및 이란계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이었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와 연계된 선박은 통행이 전면 차단된 상태다.

금융권과 해운업계에서는 이란이 통행 허가의 대가로 척당 약 200만 달러(한화 약 30억 원) 상당의 비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중국 위안화로 결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금융 제재를 무력화하는 동시에 국제 거래에서 달러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란이 해협을 단순한 통로가 아닌, 위안화 중심의 새로운 결제 체계를 실험하는 경제적 요새로 활용하고 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드론 공격과 ‘다크 십’의 등장… 안개 속 빠진 해상 물류


군사적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오전, 두바이 해안에서 원유를 가득 실은 쿠웨이트적 유조선 '알-살미'호가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 이는 이란의 허가 없이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에 대한 명확한 물리적 경고로 해석된다.
감시를 피하기 위한 선박들의 기만전술도 일상화됐다. 그리스 선사가 관리하는 한 유조선은 지난달 10일 페르시아만에서 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끈 뒤, 20일 만인 지난달 31일 인도네시아 인근 인도양에서 다시 신호를 켰다.

이처럼 신호를 끄고 운항하는 이른바 ‘다크 십(Dark Ship)’이 늘어나면서 선박 추적 데이터의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으며, 실제 통행 규모를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럼프의 '방관'과 에너지 안보 위기… 한국 경제에 던지는 과제


미국의 대응은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협이 사실상 폐쇄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에너지 자립을 이뤘다"라며 이란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해상 물류 보안의 책임을 해당 항로를 주로 이용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떠넘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과거 2008년 유가 급등 사태가 단순한 수급 불균형 때문이었다면, 이번 위기는 '지정학적 통제권'이 특정 국가에 귀속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에너지 경제 전문가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수도꼭지'처럼 조절하며 국제 유가를 좌우하는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유 도입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이란-중국 간 밀착 관계가 가져올 에너지 수송로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관련 업계 전문가는 "미국의 고립주의 정책과 이란의 자원 무기화가 맞물리면서 한국의 에너지 안보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라며 "원유 수입국 다변화와 함께 비상시 해상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독자적인 외교적·군사적 역량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