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대, 서울 아카데미서 6개월간 '오디션 0회'…BBC 보도로 드러난 실태
학원 등록 탓 규제 공백…연습생 4년새 1895명→963명 절반 급감
학원 등록 탓 규제 공백…연습생 4년새 1895명→963명 절반 급감
이미지 확대보기BBC에 따르면 일본 출신 10대 미유(가명)는 지난 2024년 서울의 한 K-팝 연수 아카데미 6개월 프로그램에 등록하면서 300만 엔(약 2790만 원)을 냈다. 아카데미는 전문 보컬과 댄스 레슨, 주요 기획사 주간 오디션 기회를 약속했다. 하지만 미유는 6개월 동안 약속된 대형 기획사 오디션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미유는 BBC 인터뷰에서 "매주 오디션이 있다고 했지만,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직원이 무릎에 앉히고 신체 접촉
미유는 고위 직원의 성희롱 의혹도 제기했다. 해당 직원은 과도한 감독을 하며 미유의 체형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프로그램 시작 3개월째, 직원은 아이스크림을 사준다는 핑계로 미유를 편의점으로 데려갔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촬영 의상을 논의한다며 자신의 무릎에 앉으라고 요구했다.
엘린(가명)도 유사한 피해를 호소했다. 엘린은 같은 직원이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신체 부위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엘린은 경찰에 성희롱과 불법 침입 혐의로 고소했으나, 경찰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사건을 종결했다. 해당 직원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여성 기숙사와 훈련실에 동의 없이 CCTV를 설치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아카데미 측 법률 대리인은 "설치는 사전에 공지했으며 전적으로 연습생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으나, 엘린은 사전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BBC가 인터뷰한 세 명의 연습생은 모두 아카데미가 오디션 기회를 약속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아카데미 측은 법적 문제를 이유로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으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2010년대 후반 개원 이후 약 200명의 외국인 연습생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학원 형태로 교육법 규제 비껴가
이번 사건은 한국 K-팝 연수 산업의 규제 미비를 드러냈다. 대다수 K-팝 아카데미는 학원으로 등록돼 있어 엄격한 교육법 적용을 받지 않으며, 문화체육관광부의 제한적 감독만 받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4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획사가 보고한 연습생 수는 2024년 963명으로, 2020년 1895명에서 4년 사이 약 절반으로 줄었다. 기획사 소속 연습생 중 공식 데뷔하는 비율은 약 60%에 불과하며, 외국인 연습생의 경우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인 지망생들이 관광 비자로 최대 3개월까지 체류하며 연수 프로그램에 등록할 수 있어 정확한 규모 파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표준계약서 적용 안 돼 사각지대
한국 정부는 연습생 보호를 강화하려고 지난 1월 1일부터 개정된 표준 계약서를 시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새 표준 계약서는 신체 폭행과 위협뿐 아니라 언어 폭력, 강압, 성희롱, 성폭력을 금지 행위로 명시했다. 미성년자의 경우 학업 포기를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제작사와 행사 주최자에게 청소년 보호 담당자 지정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정식 기획사와 계약한 연습생에게만 적용되며, 학원 형태로 운영되는 K-팝 아카데미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유와 엘린은 K-팝 산업이 발전하고 예비 아이돌을 더 잘 보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세 명의 연습생은 즉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이유로 K-팝 업계에서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 고액 비용을 낸 부모에게 알리기 어려웠던 점, 언어 장벽과 낯선 법체계를 꼽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