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EU·일본까지 안보·주권 우선…WTO 자유무역 질서 급속 균열
보조금·관세·수출통제 난무…세계 경제, 협력에서 블록 대결로 이동
보조금·관세·수출통제 난무…세계 경제, 협력에서 블록 대결로 이동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경제가 효율과 분업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시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국가들은 더 이상 시장 논리만으로 산업과 교역을 맡기지 않고, 안보와 주권, 정치적 통제를 앞세워 경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경제는 모두가 이익을 나누는 구조가 아니라, 누군가의 이익이 곧 다른 쪽의 손실로 이어지는 제로섬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홍콩의 영문 뉴스 매체인 아시아타임스는 지난 2월 8일(현지시각) ‘제로섬 세계를 탄생시키는 경제 민족주의’라는 제하의 보도를 통해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보도는 각국이 경제 정책을 외교·안보 전략의 일부로 결합시키면서 세계 질서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효율보다 안보를 앞세운 국가들
아시아타임스에 따르면 경제 민족주의의 확산은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은 공급망 안정과 기술 주권을 이유로 관세와 보조금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중국은 자립형 산업 체계를 강화하며 외부 의존도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핵심 원자재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고, 일본 또한 반도체와 에너지 분야에서 국가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효율성을 극대화하던 과거의 자유무역 질서와는 정반대의 방향이다.
자유무역 질서의 구조적 균열
아시아타임스는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유지돼 온 다자 무역 체제가 사실상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관세 인하와 시장 개방이라는 공통 규칙 대신,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예외와 특례를 남발하고 있다. 무역 분쟁은 더 이상 일시적 갈등이 아니라 상시적 긴장 상태로 굳어지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조차 효율적인 생산보다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보조금과 통제로 뒤엉킨 세계 시장
아시아타임스는 최근 세계 경제의 특징으로 보조금 경쟁과 수출 통제의 확산을 꼽았다. 국가들은 자국 기업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경쟁국에는 기술과 자본의 흐름을 차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시장은 점점 파편화되고 있으며, 동일한 상품과 기술이 지역별로 다른 규칙과 비용 구조 속에서 거래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세계 전체의 성장 잠재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협력에서 블록 대결로 이동하는 세계 경제
아시아타임스는 이러한 변화가 세계 경제를 협력의 장에서 블록 간 대결의 장으로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는 더 이상 정치로부터 독립된 영역이 아니며, 동맹과 적대 구도가 교역과 투자 흐름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 매체는 이 같은 제로섬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제는 성장 둔화와 불안정성이라는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각국 정부가 효율과 안정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향후 세계 질서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