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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패스트푸드 가격 인상에 발길 끊는 저소득층…美 소비 둔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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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패스트푸드 가격 인상에 발길 끊는 저소득층…美 소비 둔화 신호

지난 2021년 3월 3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크리스피 치킨 샌드위치와 감자튀김이 놓여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1년 3월 3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크리스피 치킨 샌드위치와 감자튀김이 놓여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패스트푸드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저소득층 소비자들의 방문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변화는 미국 경제의 소비 둔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한 웬디스 매장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구매한 병원 근무자 윌리엄 리는 “14달러(약 2만400원)를 냈는데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며 “이제는 외식 대신 집에서 음식을 해 먹고 식당은 특별한 경우에만 간다”고 말했다.

◇ 가격 인상에 달라진 미국 소비자 식사 패턴


FT에 따르면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식사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블랙박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퀵서비스 레스토랑 가운데 전년 대비 방문객 증가를 기록한 브랜드는 9%에 그쳤다. 전체 외식업체 평균인 27%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맥도날드, 웬디스, 버거킹 등 미국을 대표하는 패스트푸드 체인들은 저렴한 가격과 빠른 회전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지만 최근 인건비와 원재료비 상승, 에너지 비용 증가가 겹치며 기존 사업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

◇ 웬디스·피자헛 등 실적 부진…매장 폐점 확산


미국 소비자 신뢰도도 하락세다.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신뢰 지수는 1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충동적 소비와 편의 소비를 줄이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웬디스는 타격이 크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년간 48% 하락했고 켄 쿡 웬디스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계속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웬디스는 최근 수백 개 매장 폐점을 추진 중이다.

피자헛도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매출이 전년 대비 3% 감소했고 모회사 얌브랜즈는 매장 수백 곳을 정리하는 방안과 함께 브랜드 매각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 저소득층 소비 둔화에 외식업 구조적 부담

전문가들은 저소득층 소비 둔화가 외식업 전반에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라 세나토레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과거 경기 침체기에는 중산층 이상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식으로 이동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흐름이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 가격 상승 폭도 만만치 않다. 블랙박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외식 물가는 2015년 이후 52% 상승해 가정 내 식비 상승률 30%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한 해에만 메뉴 가격은 4.1% 올랐다.

◇ 인건비 상승과 소비 양극화 심화


여기에 인건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패스트푸드 종사자의 중위 시급은 14.65달러(약 2만1400원) 수준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패스트푸드 노동자 최저임금을 시간당 20달러(약 2만9200원)로 인상했다.

소비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고소득층을 겨냥한 고급 레스토랑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저소득층 의존도가 높은 패스트푸드 업계는 방문객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톰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고소득층 소비는 견조하지만 저소득층 소비에 의존하는 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할인 경쟁과 프로모션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 우려는 여전하다. 일부 체인은 할인 메뉴를 다시 도입했지만 원가 상승을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패스트푸드 업계의 부진이 단순한 외식 트렌드 변화가 아니라 미국 소비 구조와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시장 둔화가 본격화할 경우 저가 외식 수요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