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다코타 폐광에 세계 최대 중성미자 검출기 'DUNE' 구축… 현대 물리학의 난제 도전
영하 186도 극저온 유지하는 거대 탱크 '크라이오스탯' 설치… 글로벌 과학 협력의 결실
영하 186도 극저온 유지하는 거대 탱크 '크라이오스탯' 설치… 글로벌 과학 협력의 결실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9일 베트남 매체 ‘ 송팝루앗’ 보도에 따르면,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샌포드 지하 연구시설(SURF)에서는 우주의 근원적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심층 지하 중성미자 실험(DUNE)' 프로젝트가 핵심 단계에 진입했다.
지하 1.5km 깊은 곳에 구축된 '유령 입자' 사냥터
이번 프로젝트의 무대는 과거 황금을 캐던 사우스다코타주의 폐금광이다. 미국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Fermilab)가 주도하는 이 실험은 '중성미자(Neutrino)' 라는 미세 입자를 포착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성미자는 매초 우리 몸과 지구를 수십조 개씩 통과하지만,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아 '유령 입자' 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과학자들이 굳이 깊은 지하를 택한 이유는 우주에서 쏟아지는 각종 방사선인 '우주선(Cosmic rays)' 의 간섭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두꺼운 암반층을 천연 방패로 삼아 오직 중성미자만이 검출기에 도달할 수 있는 정밀한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핵심 장비는 액체 아르곤을 가득 채운 거대 검출기다. 아르곤은 공기 중에 극미량 존재하는 불활성 기체로, 영하 186도까지 냉각하면 투명한 액체 상태가 된다.
중성미자가 이 액체 아르곤 속 원자핵과 충돌할 때 발생하는 아주 미세한 신호를 감지하여 입자의 궤적과 에너지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번 실험을 위해 투입하는 아르곤의 양은 무려 1만 5000톤에 이르며, 이는 입자 물리 실험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다.
올림픽 수영장 크기의 '거대 보온병'… 정교한 극저온 공학의 정수
이처럼 막대한 양의 아르곤을 영하 186도의 극저온 상태로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은 현대 공학의 거대한 도전이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크라이오스탯(Cryostat)' 이라 부르는 특수 단열 탱크를 제작했다. 크기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여러 개를 합친 수준에 달한다.
내부 벽면은 주름진 스테인리스강 판을 사용하여 설계했는데, 이는 극저온 상태에서 금속이 수축하거나 팽창할 때 발생하는 균열을 방지하기 위한 정교한 장치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냉각 시스템 책임자인 루이스 미랄레스 베르헤(Lluís Miralles Verge)는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 "지하 깊은 곳의 좁은 터널을 통해 모든 장비를 운송하고 조립해야 하는 전례 없는 물류적 도전" 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모든 구조물은 지상의 좁은 광산 갱도를 통과할 수 있도록 수천 개의 부품으로 세분화되어 운반된 뒤, 지하 현장에서 하나하나 정밀하게 조립된다. 이 기술은 선박을 이용해 액화천연가스(LNG)를 운송할 때 사용하는 최첨단 단열 기술을 입자 물리학 실험에 응용한 결과다.
우주 존재의 이유 밝힐 열쇠…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성 연구
이번 DUNE 프로젝트는 미국만의 독자적인 연구가 아니다. 전 세계 30여 개국, 200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하는 거대과학(Big Science) 협력 사업이다.
과학계가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중성미자가 현대 물리학의 최대 난제인 '물질과 반물질의 불균형' 을 설명할 결정적 단서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빅뱅 직후 우주에는 물질과 반물질이 똑같은 양으로 존재했어야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물질로만 이루어져 있다.
과학계에서는 중성미자의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하면 왜 반물질이 사라지고 물질만 남아 지금의 우주가 형성되었는지 그 근본 원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IT 산업의 게임 체인저… 수조 원대 기술 파급 효과 기대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거대과학 프로젝트는 단순한 지적 호기심 충족을 넘어, 차세대 산업 지형을 바꾸는 강력한 경제적 동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영하 186도에서 액체 아르곤을 통제하는 극저온 기술은 미래 에너지 시장의 핵심인 액화천연가스(LNG) 및 액체 수소의 저장·운송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직접 이바지할 전망이다.
아울러 초당 테라바이트(TB)급의 미세 신호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 알고리즘은 향후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분야의 핵심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및 관련 업계에서는 DUNE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될 특수 소재와 초정밀 공학 기술의 가치가 투입 비용을 상회 하는 수조 원대의 파생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 1.5km 폐광에서 시작된 이번 실험은 우주의 기원을 찾는 탐사선이자, 미래 산업의 근간이 될 핵심 기술력을 배양하는 거대한 연구개발(R&D) 전초기지인 셈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