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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부러워한 한국 조선,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호황 뒤 이주노동 의존과 산재 급증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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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부러워한 한국 조선,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호황 뒤 이주노동 의존과 산재 급증 그늘

치명률 OECD 평균 상회, 조선업 사망률 4배…외국인 비중 최대 30% 확대
‘미국 조선 부활’ 1500억달러 약속 속 인권·노동규제 리스크 부상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 전경. 한화그룹은 이곳을 미 해군 함정 건조 및 MRO(유지·보수·정비)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 전경. 한화그룹은 이곳을 미 해군 함정 건조 및 MRO(유지·보수·정비)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한국 조선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제조 강국 부활의 모델로 찬사를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이를 발판 삼아 미국 조선업 재건에 협력하고 핵추진 잠수함 건조 권한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수주 실적과 효율성의 이면에는 내국인들이 외면한 위험한 일자리를 저임금 이주노동자로 채우고, 치명적인 산업재해를 방치하고 있다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미 글로벌 경제 뉴스 매체인 블룸버그가 지난 2월 1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의 압도적인 생산성은 낮은 임금과 높은 사고 위험을 감수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희생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노동자 10만 명당 산재 사망률은 약 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명을 크게 웃돈다. 특히 조선업의 사망률은 2024년 기준 국가 평균의 4배가 넘을 정도로 심각해, 숙련된 내국인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나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

이주노동자 2만 3천 명 시대와 현대판 노예제 논란


한국 정부는 조선소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고용 쿼터를 지속적으로 완화해왔으며, 현재 특정 숙련 직종의 경우 외국인 비중을 30퍼센트까지 허용하고 있다. 2025년 4월 기준 조선업 현장의 이주노동자는 2만 3,0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들은 한 사업장에 묶여 이직이 자유롭지 못한 비자 제도로 인해 부당한 처우에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처지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두고 자유로운 직장 선택권이 박탈된 현대판 노예제와 다름없다고 비판하며, 이러한 노동 모델이 규제가 엄격한 미국 시장에 그대로 이식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위험의 외주화 현실


조선소 현장 인력의 약 63퍼센트는 하청이나 파견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전체 산업 평균인 16퍼센트를 압도적으로 상회한다. 고위험 작업이나 야간 업무 등 안전 감시가 소홀한 시간대의 작업은 주로 하청업체 노동자와 외국인들에게 전가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뚜렷하다. 실제로 울산의 한 조선소에서 작업 중 고압 분사기에 맞아 시력을 잃은 이주노동자의 사례는 한국 조선업의 효율성이 얼마나 취약한 안전망 위에서 구축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조선 재건 약속과 인권 리스크의 충돌


한국은 미국 제조업 부활을 지원하기 위해 1,500억 달러 규모의 협력을 약속했지만, 국내 조선업의 지속 불가능한 노동 구조는 향후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잠재적인 폭탄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노동 및 인권 규제는 한국보다 훨씬 엄격하며, 최근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사례에서 보듯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 정책과 한국의 이주노동자 의존 모델이 충돌할 가능성도 크다. 국제적인 인권 기준과 국내 노동법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속 가능한 조선 강국을 향한 체질 개선의 시급성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빅3 업체들은 지난해 약 360억 달러의 수주를 기록하며 전 세계 물량의 20퍼센트를 점유했다. 하지만 노동권을 외면한 채 거둔 성과는 장기적으로 산업의 근간을 약화시킬 뿐이다. 전문가들은 숙련 기술이 핵심인 조선업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를 무시하는 것은 결국 기술력 저하와 국제적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 조선업이 진정한 글로벌 모델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생산성 지표뿐만 아니라 노동 환경과 인권 보호 측면에서도 혁신적인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