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한도 7조 원도 부족… 치솟는 몸값에 '자가보험' 갈아타는 은행들
'물량 쪼개기' 수송 작전… 철통 보안 속 "군대급 범죄 조직 타깃" 우려
'물량 쪼개기' 수송 작전… 철통 보안 속 "군대급 범죄 조직 타깃"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 15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실물 금 가치가 보험사 보장 한도를 넘어서면서, 금고 운영사들이 외부 보험 대신 스스로 위험을 책임지는 ‘자가보험(Self-insurance)’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지 확대보기보장 한도 50억 달러도 역부족… 대형 은행 "내 재무제표로 책임"
국제 금값의 가파른 상승세는 금 금융 시장의 기반인 보험 체계부터 흔들고 있다. 보험 중개업체 하우든(Howden)의 배리 비커리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단일 보관소의 보험 보장 한도는 평균 30억 달러(약 4조3300억 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50억 달러(약 7조2100억 원)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역사적인 금값 랠리가 업계의 관행마저 바꾸고 있다"며 현재의 보장 한도로는 폭등한 금의 가치를 모두 덮기 역부족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HSBC, JP모건, ICBC 스탠다드 은행, UBS 같은 대형 귀금속 은행들은 오래전부터 런던 보험 시장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금을 보유해 왔다. 이들은 외부 보험에 의존하는 대신 사고 시 손실을 은행 재무제표에서 직접 처리한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중견 보관소까지 확산 중이다. 보험 중개업체 마쉬(Marsh)의 폴 마틴은 "과거에는 금의 마지막 1달러까지 보험을 들었던 중견 업체들이 이제는 위험 일부를 스스로 떠안는 처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군대 동원해야 탈취 가능"… '물량 분산' 이면의 보안 자신감
보험 한도 문제에 직면한 보관소들은 보유 물량을 여러 창고로 분산 배치하는 '물량 쪼개기'에 나섰다. 보험사가 설정한 지점당 보장 한도를 넘기지 않기 위해서다. 한 금 거래 전문가는 "산업단지 내 여러 창고가 있다면 보험 요건을 맞추기 위해 물량을 섞어 옮기는 작업을 한다"고 전했다.
보안에 대한 자신감도 자가보험 선택의 배경이다. 배리 비커리는 보관소들이 의뢰한 전문 연구 결과를 인용해 "현재 쌓인 막대한 금을 훔치려면 여러 대의 트럭과 군대 수준의 인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동 중 도난 위험은 상존… 인도·미국 소매 수요가 시장 견인
하지만 금값이 오를수록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될 위험은 더욱 커진다. 전문가들은 금이 보관소에 있을 때보다 장소를 옮기는 과정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경고한다. 배리 비커리는 "금값이 오르면 범죄 조직에 그만큼 매력적인 목표물이 된다"며 "특히 이송 직전의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금 보험 시장의 변화는 실물 금에 대한 글로벌 수요 폭증과 맞닿아 있다. 폴 마틴은 "인도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소매 수요가 늘면서 시스템 내 유통되는 금의 양 자체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웨스트필드 스페셜티(Westfield Specialty) 같은 보험사들은 최근 귀금속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이 분야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보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금 시장 영향… '금테크' 열풍과 한은 보유량 논쟁
국제 금값이 5000달러를 돌파하며 국내 금 시장은 투자 자산 성격이 한층 강해졌다. 원화 약세가 겹쳐 국내 시세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 펀드와 KRX 금 시장을 통한 '금 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다만 가격 부담에 따른 실물 귀금속 소비 위축과 중고 금 거래 증가가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이 주요국 대비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이번 폭등은 외환보유액 다변화와 금 추가 매입 필요성에 대한 정책적 논쟁을 다시 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