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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돈 쏟기 싫다"… 월가가 점찍은 '최후의 안전 자산' 애플의 대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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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돈 쏟기 싫다"… 월가가 점찍은 '최후의 안전 자산' 애플의 대반전

AI 투자 피로감에 M7 ETF 11% 하락… 애플은 1년간 7.9% ‘나홀로 상승’
메타 CAPEX 1350억 달러 vs 애플 129억 달러… ‘10배 격차’가 가른 수익성
구글 제미나이(Gemini) 연합군 결성, 자체 개발 비용 아끼고 현금 흐름 극대화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하며 AI 패권 다툼을 벌이는 ‘매그니피센트 7(M7)’ 사이에서 애플이 유일한 ‘피난처’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하며 AI 패권 다툼을 벌이는 ‘매그니피센트 7(M7)’ 사이에서 애플이 유일한 ‘피난처’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2026년 세계 자본시장은 수천억 달러를 인공지능(AI)에 쏟아붓는 선두 주자들을 뒤로하고, 행보가 더뎌 보였던 애플에 다시 돈을 맡기고 있을까.

지난 17(현지시각)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하며 AI 패권 다툼을 벌이는 매그니피센트 7(M7)’ 사이에서 애플이 유일한 피난처로 부상하고 있다. 수익 반환 시점이 불투명한 ‘AI 무한 경쟁에 지친 투자자들이 탄탄한 현금 흐름과 낮은 설비투자 비용을 유지하는 애플의 실용주의 노선에 점수를 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M7 시가총액 흔드는 ‘AI 고정비공포… 현금 먹는 하마 됐다


최근 월가 투자자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발표하는 대규모 AI 투자 계획을 더 이상 환영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미래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여겼으나, 이제는 기업의 자유현금흐름(FCF)을 갉아먹는 비용의 늪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자유현금흐름이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에서 설비투자 등 필수 지출을 제외하고 남는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현금을 뜻한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수석 전략가는 "메가캡 기술주가 사랑받은 이유는 많은 고정 자산이나 비용 없이도 막대한 이익과 현금을 창출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근의 AI 투자는 대차대조표에 막대한 고정 비용을 추가하며 기업의 체질을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M7 종목을 추종하는 라운드힐 매그니피센트 세븐 ETF(MAGS)’는 지난해 102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11% 하락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FT), 알파벳(GOOGL), 아마존, 메타 등 4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합산 설비투자 규모가 약 6500억 달러(94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회수(ROI) 우려가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애플의 가성비 AI’ 승부수… 메타 투자액의 ‘10분의 1’ 불과


애플 주가는 지난 12개월 동안 7.9% 상승하며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등 경쟁사를 앞질렀다. 지난 17일 하루에만 애플은 3.2% 급등한 반면, 마이크로소프트(-1.1%)와 알파벳(-1.2%)은 약세를 보였다.

애플이 시장의 신뢰를 받는 핵심 근거는 압도적으로 낮은 설비투자 비중이다. 류타 마키노 가벨리 펀드 연구원은 "사람들은 애플을 AI 과잉 투자와 수익성 논란에서 벗어난 안전 가옥으로 본다""다른 거대 클라우드 기업과 비교해 설비투자가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수치는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애플의 2025년 설비투자액은 127억 달러(183900억 원)였으며, 올해는 129억 달러(186800억 원)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반면 메타는 올해 연간 설비투자 가이드라인을 최소 1150억 달러(166조 원)에서 최대 1350억 달러(195조 원)로 제시했다. 애플의 투자 규모가 메타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제미나이와 손잡은 실용주의… 성장성 입증이 다음 과제


그동안 시장에서는 애플의 뒤처진 AI 역량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애플은 직접 거대언어모델(LLM) 구축에 수천억 달러를 쓰는 대신, 구글과의 협력을 택하며 반전을 꾀했다. 지난달 애플은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에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모델과 클라우드 기술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직접 개발보다 파트너십을 통한 우회 전략을 택하면서 애플은 수천억 달러의 현금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게 됐다. 스티브 소스닉 전략가는 "애플은 여전히 엄청난 현금을 만들어내는 괴물"이라며 "그들은 수천억 달러를 보유하고도 이를 AI 설비 확장에 소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AI 구동을 위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제조 원가 압박이 커지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경우, 고물가에 시달리는 소비자의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34일 제품 출시 행사를 열고 신기기를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시장은 이 행사에서 애플이 단순한 '비용 절감형 자산'을 넘어, 사용자들을 열광시킬 구체적인 AI 서비스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