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밀릴 순 없다" 정치권·산업계,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안에 총공세
기술 혁신 속도가 법·윤리 체계 추월… '실리콘밸리 독주' 경계론 확산
2026년 미 대선 핵심 쟁점 급부상… 우주 태양광 등 '에너지 안보'가 승부처
기술 혁신 속도가 법·윤리 체계 추월… '실리콘밸리 독주' 경계론 확산
2026년 미 대선 핵심 쟁점 급부상… 우주 태양광 등 '에너지 안보'가 승부처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8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데이터센터 확충과 AI 성장 속도를 둘러싼 정·재계 및 학계 전문가들의 격렬한 논쟁을 보도했다. 본질은 명확하다. 중국과의 AI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무한 속도전을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부작용을 막기 위한 민주적 통제 장치를 먼저 마련할 것인가의 선택이다.
"AI는 곧 국가 안보"… 샌더스의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에 쏟아진 비판
미국 정치권의 주류 세력은 AI 성장을 가로막는 어떤 시도도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해 행위로 간주한다. 렉싱턴 연구소의 폴 F. 스타이들러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이 제안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Moratorium)'를 강하게 성토했다. 스타이들러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건설이 노동 시장에 변화를 줄 수는 있으나, 정부의 강제적인 금지 명령은 미국의 생산성과 진보를 가로막는 '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번 논쟁은 체제 경쟁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민주당)는 지난 3일 연설에서 "미국은 중국과 AI Supremacy(최고 통제권)를 두고 전쟁 중"이라며 "미래를 제어하는 주체는 공산주의 중국이 아닌 미국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의료와 과학 분야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이 AI 혁명을 선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이들은 복지 국가와 자유 시장을 결합한 '노르딕 모델'처럼, 규제보다는 사회 안전망 확충을 통해 AI 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빅테크 독주 안 돼"… 법과 윤리 추월한 기술 속도에 경계론 확산
반면 AI의 무분별한 폭주를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사회적 기업가인 앤디 샬랄 '버스보이즈 앤 포이츠' 대표는 샌더스 의원의 주장이 기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개발'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그는 "AI는 이미 노동, 감시, 교육, 보건, 심지어 전쟁의 개념까지 재정의하고 있다"라며 "이토록 막강한 권력을 민간 기업에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은 정부의 직무 유기"라고 지적했다.
샬랄 대표는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그동안 공적 자금과 세제 혜택, 규제 완화를 통해 성장해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기업 주도의 '유기적 발전'이라는 수사는 공공의 기여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비판하며, "AI를 누가 통제하고 그 혜택을 누가 누릴 것인지, 그리고 기술 실패 시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민주적 합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는 기술 발전 속도가 법적·윤리적 체계의 정비 속도를 앞지르는 현 상황에 대한 냉정한 경고로 풀이된다.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우주 태양광이 대안 될까
AI 발전의 물리적 한계로 지목되는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파격적인 제안도 나왔다. 미국 에너지부 선임 분석가 출신인 앨런 R. 호프만은 우주 태양광 발전(Space Solar Power)을 AI 시대의 에너지 해법으로 제시했다. 우주에서 수집한 태양광을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지구로 전송하는 이 기술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됐으나, 그간 막대한 발사 비용이 걸림돌이었다.
호프만은 "최근 우주 궤도 진입 비용이 낮아지면서 경제적 타당성이 확보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거대 에너지 시설이 적대 세력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규모 배열 대신 소규모 이동식 태양광 시스템을 여러 개 운영하는 방식이 실무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는 데이터센터와 같은 고전력 소비 시설이나 재난 지역에 유연하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 패권과 민주적 가치의 균형점 찾기
현재 미국 내 논쟁은 단순히 'AI가 좋은가 나쁜가'의 차원을 넘어섰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반도체 패권, 그리고 에너지 안보가 복합적으로 얽힌 고차 방정식이다.
첫째 반도체와 AI의 무기화다. 미국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늦추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엔비디아 등으로 대표되는 AI 하드웨어 장악력이 곧 국방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둘째 노동시장의 재구성이다.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전문직 영역까지 침투함에 따라, 과거 제조업 붕괴 때와 다른 차원의 사회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셋째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다. AI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주 태양광이나 차세대 원전 기술 투자는 향후 10년 내 에너지 산업의 지형도를 바꿀 변수다.
미국은 '더 빠른 혁신'을 추진하면서도, 앤디 샬랄이 지적한 '민주적 통제'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는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AI 기술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와 우리 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될 중대한 질문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