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그린수소 공급망 붕괴에 10억 달러 지원금 '무용지물'
EU 탄소세(CBAM) 유상 단계 진입… 고로 비중 높은 아시아 기업 직격탄
국내 철강업계, '탄소 비용' 눈덩이… 연간 수천억 원대 추가 부담 우려
EU 탄소세(CBAM) 유상 단계 진입… 고로 비중 높은 아시아 기업 직격탄
국내 철강업계, '탄소 비용' 눈덩이… 연간 수천억 원대 추가 부담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철강 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1%를 차지하며 강력한 탈탄소 압박을 받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1일(현지시각)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 보도를 통해 미국의 그린스틸 프로젝트가 공급망 붕괴와 정책 변화 탓에 사실상 멈춰 섰다고 분석했다.
반면 유럽은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며 기술 혁신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글로벌 철강 시장의 주도권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탄소 비용이 실질적인 재무적 부담으로 전이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철강사들의 생존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 그린스틸 프로젝트 '올스톱'… 정책 불확실성에 화석연료 회귀
최근 미국 내에서는 야심 차게 추진되던 저탄소 철강 사업들이 잇따라 동력을 잃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 정부는 스웨덴 철강업체 SSAB와 클리블랜드-클리프스(Cleveland-Cliffs)에 총 10억 달러(약 1조4500억 원) 규모의 연방 자금을 배정하며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핵심 연료인 그린수소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지난해 9월 SSAB의 미시시피 공장에 수소를 공급하기로 했던 하이 스토어 에너지(Hy Stor Energy)가 계약을 파기한 것이 결정타였다.
이로 인해 SSAB는 프로젝트를 중단했으며, 클리블랜드-클리프스 역시 오하이오주 수소 제철 시설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철강업계 안팎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정책 기조가 급변하면서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친환경 전환 대신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생산 방식을 유지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책임 있는 광물 이니셔티브(RMI)의 케이틀린 라미레즈 선임 연구원은 "시장 수요는 저탄소 제품을 향하고 있지만, 기존 고로(용광로) 공정으로는 이를 충족할 기술적 대안이 없다"라며 "현재로서는 비용 경쟁력을 갖춘 해결책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EU 탄소국경세(CBAM) '돈 내는 단계' 진입… 아시아 철강사 '비상’
미국이 주춤하는 사이 유럽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라는 강력한 무역 장벽을 통해 글로벌 철강 시장의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2026년 1월부터 CBAM이 실질적인 비용을 부과하는 '확정적 전환기'에 진입하면서, EU에 철강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탄소 배출권 가격에 연동된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이는 특히 석탄 기반 고로 비중이 높은 아시아 철강사에 치명적이다. 본지 분석과 업계 자료를 종합하면, t당 탄소 배출량이 2.0t에 육박하는 중국과 인도 철강사들은 2030년대 중반에 이르러 t당 약 240달러(약 34만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역시 자유롭지 않다. 국내 철강사들은 유럽 수출 시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탄소 비용을 지불해야 할 처지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대형 철강사 관계자는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과 EU 가격의 차액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현금 유출이 불가피하다"라며 "유럽 구매자들이 이미 탄소 비용 부담을 이유로 공급선을 터키나 역내 기업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기로 비중 31% 돌파… '그린 프리미엄' 선점이 생존 열쇠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에 따르면, 전 세계 철강 생산 중 탄소 배출이 적은 전기로(EAF) 방식의 비중은 이미 31%를 넘어섰다. 고철을 재활용하는 전기로 방식은 고로 대비 탄소 배출량을 약 3분의 2까지 줄일 수 있어 당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연간 20억 t에 달하는 전 세계 철강 수요를 전기로만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로의 완전한 전환이 필수적이지만,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수소 공급망의 안정성과 경제성 확보가 선결 과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제 탄소 배출이 적은 철강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그린 프리미엄'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철강업계가 유럽발 규제 리스크를 극복하려면 단순한 비용 대응을 넘어, 독자적인 저탄소 공정 기술을 조기에 상용화하여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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