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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 대신 로봇팔"… 24시간 만에 집 짓는 '이동식 공장', 주택난 해결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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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 대신 로봇팔"… 24시간 만에 집 짓는 '이동식 공장', 주택난 해결사 될까

인력난 늪 빠진 건설업, '로봇 마이크로 팩토리'가 구원투수 될까… 하루 만에 주택 골조 뚝딱
영국 AUAR, AI 기반 목조 패널 자동화 공정 상용화… 공기 4주에서 1일로 대폭 단축
공사비 30% 절감하고 탄소 배출은 낮춰… 북미·유럽 시장 넘어 'K-모듈러' 시장에 던지는 시사점
영국 기술 기업 오토메이티드 아키텍처(AUAR)가 선보인 '로봇 마이크로 팩토리'는 숙련공 없이도 단 하루 만에 주택 골조를 완성하며 건설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기술 기업 오토메이티드 아키텍처(AUAR)가 선보인 '로봇 마이크로 팩토리'는 숙련공 없이도 단 하루 만에 주택 골조를 완성하며 건설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전 세계적인 고물가와 금리 인상 여파로 주거 비용이 폭등하는 가운데,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로봇 기술로 돌파하려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영국 기술 기업 오토메이티드 아키텍처(Automated Architecture, 이하 AUAR)가 선보인 '로봇 마이크로 팩토리'는 숙련공 없이도 단 하루 만에 주택 골조를 완성하며 건설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CNN은 지난 6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자동화 기술이 주택 공급 위기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숙련공 절벽 시대의 생존 전략… '로봇 팔'이 대체하는 목수 노동


현재 글로벌 건설 시장은 '일할 사람이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했다. 영국 건설산업훈련위원회(CITB)에 따르면, 영국은 2028년까지 주택 건설 목표 달성을 위해 25만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장을 떠나는 인력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러한 인력 공백을 AUAR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으로 정조준했다.

AUAR의 핵심 경쟁력은 컨테이너 크기의 이동식 미니 공장이다. 설계 도면이 입력되면 AI 소프트웨어 '마스터 빌더'가 투입될 목재 양을 계산하고, 로봇 팔이 목재를 측정·절단·조립하는 전 과정을 수행한다.

이는 숙련된 목수 팀이 달라붙어 4주간 매달려야 했던 주택 골조 공정을 단 24시간으로 단축하는 수치적 혁신을 이뤄냈다.

몰리 클레이풀(Mollie Claypool) AUAR 공동 창립자는 "자동화는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부족해 생긴 공백을 메우는 것"이라며 "로봇이 단순 반복적인 패널 제작을 전담함으로써 현장 인력은 더 고부가가치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밀 공정으로 공사비 30% 절감… 친환경·고효율 '두 토끼' 잡다

단순히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다. AUAR의 공법은 경제성과 환경적 가치에서도 기존 방식을 압도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 마이크로 팩토리 방식은 전통적인 목조 골조 작업 대비 비용을 30%가량 절감한다.

대형 공장에서 패널을 제작해 운송하는 프리패브(Prefab) 방식과 비교해도 물류비용 등을 포함해 약 15%의 비용 우위를 점한다.

특히 AI 기반의 정밀 가공은 원자재 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인다. 목재 특유의 뒤틀림이나 옹이 같은 결함을 로봇이 실시간으로 감지해 최적의 절단 지점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주택의 기밀성 향상으로 이어져 열 손실을 막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 뱅거대학교(Bangor University)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의 목조 주택은 기존 벽돌 주택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나 낮출 수 있어 탄소중립 시대의 대안으로 꼽힌다.

데이비드 필프(David Philp) 영국 건설협회 자문위원은 "이러한 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닌 건설 비즈니스 모델의 '필수' 요소가 됐다"고 분석했다.

전통적 주거 문화와 규제의 벽… 'K-모듈러' 성장의 가늠자


하지만 기술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장벽'은 여전한 숙제다. 2019년 기준 잉글랜드의 목조 주택 비중은 9% 수준에 머물렀다. 대다수 건축주와 개발자들이 목조 주택의 내구성과 화재 안전성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국내에서도 '모듈러 주택'이나 'OSC(탈현장 건설)' 공법이 대두되고 있지만, 아파트 선호 사상과 철근 콘크리트 구조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의 자동화 공법은 규격화된 목조 주택이 중심이지만, 한국은 고층 공동주택 중심이라 로봇 도입의 층위가 다르다"면서도 "다만 심각해지는 현장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을 고려할 때, AUAR와 같은 이동식 자동화 설비 모델은 중소규모 주택 단지나 재난 구호 주택 등에 우선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AUAR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 1000개의 마이크로 팩토리를 보급해 연간 2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는 목조 주택 비중이 90%를 상회하는 만큼, 라이벌 홀딩스(Rival Holdings) 등 현지 투자사와의 협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건설 현장의 디지털 전환이 주택 가격 안정화와 주거 복지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