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모든 금을 한국... 아니, 국내로?”... 폴란드 중앙은행장의 이유 있는 고집

글로벌이코노믹

“모든 금을 한국... 아니, 국내로?”... 폴란드 중앙은행장의 이유 있는 고집

금 550톤 보유한 폴란드의 ‘국가 생존 전략’... 런던·뉴욕·바르샤바 3각 분산 보관의 비밀
전부 가져오라는 주장은 어리석은 짓... 700톤까지 매입 늘리고 첨단 금고 구축 박차
지난 2022년 7월 13일(현지시각) 스위스 멘드리시오에 있는 금·은 제련 및 골드바 제조업체 아르거-헤레우스 공장에서 1kg짜리 금괴가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2년 7월 13일(현지시각) 스위스 멘드리시오에 있는 금·은 제련 및 골드바 제조업체 아르거-헤레우스 공장에서 1kg짜리 금괴가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
폴란드가 국가 자산의 핵심인 금 보유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외환 보유고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해외 보관 금의 전량 회수 주장에 대해 폴란드 중앙은행은 전략적 가치와 국제 금융 시장의 관행을 들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금을 어디에 두느냐가 단순한 물리적 위치를 넘어 국가 경제 안보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폴란드의 경제 뉴스 포털 사이트인 머니가 3월 1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아담 글라핀스키 폴란드 중앙은행(NBP) 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폴란드의 금 보유 현황과 향후 관리 원칙을 상세히 공개했다. 현재 폴란드는 약 550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외환 보유고의 30%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글라핀스키 총재는 이 거대한 자산을 런던과 뉴욕, 그리고 바르샤바에 나누어 보관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철저한 원칙임을 강조했다.

해외 보관 금 전량 회수 주장에 대한 강력한 반박


글라핀스키 총재는 해외에 맡겨둔 금을 모두 폴란드 국내로 가져와야 한다는 일부 정치권과 대중의 주장을 어리석은 생각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금을 런던이나 뉴욕 같은 글로벌 금융 중심지에 두는 이유가 단순히 공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유사시 국제 시장에서 금을 즉각적으로 현금화하거나 거래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세계 금융의 심장부에 자산이 실물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런던과 뉴욕이라는 금융 요충지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폴란드가 금을 분산 보관하는 것은 철저히 실용적인 선택이다. 런던은 세계 최대의 금 현물 거래 시장이며, 뉴욕은 글로벌 달러 결제의 중심지다. 이곳에 금을 보관함으로써 폴란드는 국제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국가 신용도를 유지하고 신속하게 외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모든 금을 국내에만 쌓아두는 것은 오히려 국가 자산의 활용도를 떨어뜨리고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 중앙은행의 판단이다.

금 700톤 시대 준비... 바르샤바 본사의 대대적 변신


분산 보관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폴란드 내 보관 비중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된다. NBP는 장기적으로 금 보유량을 700톤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바르샤바에 위치한 중앙은행 본사에 대규모의 첨단 금고를 새로 구축할 예정이다. 이는 늘어나는 금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국가의 상징적 자산을 국내에서도 충분히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가 안보와 경제 실익 사이의 정교한 줄타기


폴란드의 금 관리 전략은 국가 안보와 경제적 실익을 동시에 고려한 정교한 설계의 결과다. 글라핀스키 총재는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보관 원칙을 공개하며, 중앙은행의 결정이 감정이 아닌 냉철한 시장 논리에 근거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되는 시기에 폴란드가 선택한 금 분산 보관 원칙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자산 관리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