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하루 1,500만 배럴 증발, 미국까지 전략비축유 카드 꺼냈다
시장에 퍼지는 유가 150달러 공포, 중동 전쟁 장기화 시 글로벌 에너지 쇼크 불가피
시장에 퍼지는 유가 150달러 공포, 중동 전쟁 장기화 시 글로벌 에너지 쇼크 불가피
이미지 확대보기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유례없는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전격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는 기어코 배럴당 100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중동의 지정학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전 세계 원유 공급의 혈맥이 끊기자, 시장은 공포를 넘어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가격 등락을 넘어 세계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거대한 충격파로 번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 채널인 CNBC가 3월 1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IEA의 이번 조치는 중동 전쟁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하루 1,500만 배럴에 달하는 공급 공백이 발생했다. CNBC는 미국 정부 역시 전략비축유(SPR) 1억 7,200만 배럴을 추가로 시장에 풀기로 했지만, 공급망 붕괴의 규모가 워낙 거대해 유가 상승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혈맥 막힌 호르무즈와 하루 1500만 배럴의 공백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심장부와 같다. 이곳이 봉쇄되었다는 것은 전 세계가 매일 사용하는 기름 다섯 통 중 한 통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하루 1,500만 배럴이라는 천문학적인 양의 원유가 시장에 나오지 못하면서 전 세계 정유시설과 물류망은 사실상 가동 중단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봉쇄가 해제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인위적인 공급 확대책도 시장의 갈증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급 부족이 만성화되면서 국제 사회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에너지 보릿고개'를 준비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최후의 보루 전략비축유마저 무너지는가
상황이 급박해지자 각국은 아껴두었던 최후의 보루인 '전략비축유(Strategic Petroleum Reserve)'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전략비축유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등 비상사태로 인해 에너지 공급이 끊겼을 때를 대비해 국가가 지하 거대 암반 등에 저장해 둔 원유를 말한다. 보통 90일 정도의 수입량을 비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금처럼 전쟁이 수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이 보관고마저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 미국이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비축유를 방출하고 있음에도 유가가 요동치는 이유는, 시장이 이미 '비축유 고갈 이후'의 시나리오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럴당 150달러 전망과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
에너지 전문가들과 주요 투자은행들은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를 내놓고 있다. 원유 가격은 단순히 주유소 기름값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전기료, 가스비는 물론이고 석유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 화학제품, 그리고 물류비용까지 연쇄적으로 끌어올린다. 물가는 폭등하는데 경기는 침체되는 최악의 경제 상황인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전 세계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 에너지 쇼크가 실물 경제 전반을 마비시키는 '도미노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장기전 대비하는 국제 사회와 에너지 안보의 대전환
중동 전쟁의 화마가 단기간에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국제 사회의 대응도 점차 장기전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가격 관리를 넘어 국가 생존 차원에서의 에너지 안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중동발 전쟁의 포성이 멈추지 않는 한, 세계 경제는 배럴당 100달러라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혹독한 시련을 견뎌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