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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12일의 재앙, 하루 1500만 배럴 ‘석유 블랙홀’ 이 세계 경제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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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12일의 재앙, 하루 1500만 배럴 ‘석유 블랙홀’ 이 세계 경제 삼킨다

유조선 통행 90% 급감에 LNG 공급 20% 증발, 에너지발 물가 폭탄 현실화
트럼프의 전략 혼선과 이란의 확전 전술 사이,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확산
세계 원유 공급의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이란이 배럴당 200달러(약 29만 5900원)를 공개 경고하고 나서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최악의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원유 공급의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이란이 "배럴당 200달러(약 29만 5900원)"를 공개 경고하고 나서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최악의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에너지 공급의 혈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지 12일째를 맞이하며 전 세계가 유례없는 경제적 충격파에 휩싸였다. 하루 1,5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통과하던 이 좁은 수로가 막히면서 국제 유가는 폭등했고, 전 세계 물류망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단순히 기름값이 오르는 수준을 넘어 에너지와 비료, 식료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하며 전 세계 가계의 생계마저 위협받는 이른바 '석유 블랙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영국의 에너지 전문 온라인 매체 오일프라이스가 3월 1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의 통행량은 평시 대비 90% 이상 급감했다.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카타르산 가스 공급마저 중단되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에너지 안보는 붕괴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오일프라이스는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단순한 인플레이션을 넘어 실업과 경기 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멈춰버린 유조선과 끊긴 가스 공급의 공포


해협 봉쇄의 여파는 즉각적이고 파괴적이었다. 유조선들이 해협 진입을 포기하면서 중동발 원유 공급망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이는 국제 유가를 단기간에 배럴당 100달러 위로 밀어 올렸고, 그 여파는 전 세계 모든 산업 현장에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특히 난방과 전력 생산에 필수적인 LNG 공급의 20%가 증발하면서 동절기 끝자락에 놓인 국가들은 에너지 수급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에너지는 모든 재화의 생산 비용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번 봉쇄는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물건에 '세금'을 매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 혼선이 키운 불확실성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불명확한 대응 전략이다. 백악관은 당초 이번 갈등을 조기에 종식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제 행동에서는 경제적 이익과 지정학적 영향력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의 최종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시장의 불확실성은 극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리더십 부재가 해협 봉쇄 장기화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곧 전 세계 소비자들이 치러야 할 '물가 폭탄'이라는 청구서로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란의 수평 확전 전략과 지정학적 벼랑 끝 전술


이란은 이번 해협 봉쇄를 단순한 군사 행동을 넘어선 '수평 확전'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란은 자신들이 압박을 받을 경우 전 세계 경제를 인질로 삼아 서방 국가들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계산이다.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지리적 요충지를 틀어쥐고 에너지 가격을 조종함으로써 미국과 그 우방국들의 전쟁 의지를 꺾으려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란의 이러한 전략이 주효할수록 전쟁은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며, 해협이 다시 열릴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세계 경제의 검은 그림자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사태가 초래할 장기적인 경제적 파멸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곧 비료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식료품 가격의 연쇄 상승을 불러온다. 생산 비용은 오르는 데 공급망 마비로 소비는 위축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주요 경제 기구들은 호르무즈 봉쇄가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이 급락하고 수조 달러 규모의 자산이 증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평화의 목표가 흔들리는 사이, 전 세계 시민들은 가혹한 경제적 시련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