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원자재 쇼크+AI 메모리 쏠림 '이중 충격'…2026년 글로벌 PC 출하 15% 역성장 비상
표준 메모리 공백 파고든 중국 CXMT, 세계 소비자 시장 점유율 13% 돌파
표준 메모리 공백 파고든 중국 CXMT, 세계 소비자 시장 점유율 13% 돌파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석권하며 사상 최대 이익을 내는 동안, 노트북·데스크톱PC에 들어가는 표준 메모리 공급은 사실상 '절벽'에 몰렸다. 하지만 그 공백을 중국 반도체 기업이 거침없이 파고드는 상황도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PCB 원가, 중동발 연쇄 충격에 "상반기 인상 불가피"
인쇄회로기판(PCB) 산업이 먼저 비명을 질렀다. 구리와 금 가격이 위험 자산 회피 심리와 맞물려 역대 최고 수준을 잇따라 갈아치우는 데다, 유리섬유와 천연가스까지 동반 급등하면서 공급망 상단부터 원가 연쇄 충격이 작동하는 구조다.
HBM에 쏠린 생산라인 70%…표준 DRAM 시장은 '공황'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구조 변화는 더욱 근본적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세계 3대 메모리 업체가 전체 생산 라인의 약 70%를 HBM으로 전환하면서, 노트북·PC용 표준 DDR4·DDR5 메모리는 기록적인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글로벌 PC 제조사 에이수스(ASUS)는 지난 11일 발표한 시장 보고서에서 "AI 서버향 메모리 수요가 생산 가용 용량을 압도적으로 흡수하면서 일반 PC용 DRAM 공급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밝혔다. 에이수스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들어 일부 주력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100% 이상 급등한 사례가 실제로 확인됐다. 이 공급 교란이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 에이수스는 주요 메모리 업체들과 3~5년 단위 장기 공급 계약(MOU) 체결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충격은 곧바로 시장 전반으로 번졌다. 스페인 기술 전문 매체 하타카(Xataka)가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14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노트북 제조 원가에서 RAM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 16%에서 23%로 7%포인트 급등했다. 결과적으로 2026년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10~15%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CXMT, 소비자 메모리 '최후 보루'로 급부상
기술 수준도 괄목할 만하다. CXMT는 15나노미터(nm) 공정 안정화를 바탕으로 8,000MHz급 DDR5 제품을 양산하며 선두권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CXMT가 매달 30만 장 규모의 웨이퍼를 지속적으로 공급하지 않았다면 소비자용 DRAM 시장의 가격 충격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HBM 승자가 소비자 시장을 내준다는 것의 의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선점 우위를 확보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린 것은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전략의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간과해선 안 된다. 범용 DRAM 시장의 공백을 CXMT가 채우는 구조가 굳어질수록, 중국은 단순한 '저가 대체재 공급자'의 위치를 넘어 양산 노하우와 시장 신뢰를 동시에 축적하는 기반을 다지게 된다.
역사적 선례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D램 가격이 급락했을 때 삼성전자는 역(逆)투자로 맞받아쳐 일본·대만 경쟁사를 시장에서 퇴출했다. 이번 공급 공백은 CXMT에게 비슷한 '역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반도체 업계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도 원자재 가격 추이와 공급망 다변화 역량이 기업 가치를 가르는 핵심 척도가 될 전망이다. 중동발 에너지 쇼크가 장기화한다면, 제조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브랜드 파워와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를 동시에 갖춘 기업만이 2026년의 역성장 파도를 넘어설 수 있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은 지금 'AI 서버의 풍요'와 'PC 시장의 빈곤'이라는 역설적 양극화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그 틈새를 파고드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HBM의 오늘을 자축하는 동안, DRAM의 내일을 누가 지켜볼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