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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배럴의 거대 요새”... 중국, 세계 최대 비축유로 ‘에너지 패권’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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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배럴의 거대 요새”... 중국, 세계 최대 비축유로 ‘에너지 패권’ 노리나

호르무즈 봉쇄에 100달러 뚫린 유가... 국제에너지기구 4억 배럴 방출에도 ‘역부족’
미국·일본 제치고 세계 1위 방어선 구축... 장기 봉쇄 시 글로벌 공급망 운명 가른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들이 2023년 10월 울산 석유비축기지에서 비축유 방출태세 및 시설안전 현장점검을 하고있다. 사진=한국석유공사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들이 2023년 10월 울산 석유비축기지에서 비축유 방출태세 및 시설안전 현장점검을 하고있다. 사진=한국석유공사
중동의 혈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닫히면서 전 세계가 유가 폭등의 공포에 휩싸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사상 초유의 비축유 방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막대한 양의 원유를 쌓아둔 중국의 전략적 행보가 전 세계 에너지 안보 지형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의 국제 방송사 도이치벨레가 3월 13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약 13억 배럴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통적인 에너지 강국인 미국과 일본을 넘어선 수치로, 중국이 장기적인 에너지 고립 상황에 대비해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해 왔음을 보여준다.

방출해도 100달러... 무용지물이 된 IEA의 4억 배럴 카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자 IEA 32개 회원국은 총 4억 배럴의 비축유를 시장에 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규모 방출 선언에도 불구하고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유지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가져온 공급 절벽의 충격이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압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90일 비축 의무의 함정... 한국·유럽이 마주한 생존의 마지노선

IEA 회원국인 한국, 독일, 프랑스 등은 평시 수입량의 90일분을 비축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재처럼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막히는 장기 봉쇄 상황이 닥칠 경우, 이 90일이라는 시간은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버티기 시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축유가 바닥나기 시작하면 첨단 산업부터 기초 생필품까지 전방위적인 마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안보의 새로운 권력... 중국의 13억 배럴이 갖는 함의


중국은 IEA 회원국이 아니기에 비축유 방출 의무에서 자유롭다. 오히려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원유 저장고를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에너지 위기 시 자국 경제를 보호하고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레버리지를 행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호르무즈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13억 배럴의 원유를 쥔 중국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급망 붕괴의 서막... 비축유 전쟁 이후의 세계


전 세계는 지금 비축유라는 최후의 보루를 헐어 쓰며 버티고 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풀리지 않는다면, 비축유 방출은 임시방편에 그칠 뿐이다. 에너지 방어선의 높낮이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갈리는 이른바 에너지 적자생존의 시대가 도래했다. 13억 배럴을 쌓아둔 중국과 90일의 시한부 마지노선을 지키려는 서방 국가들 사이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팽팽하게 흐르고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