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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가시 돋친 봉쇄’에 갇힌 세계 경제…트럼프식 해상 연합, 동맹국은 왜 머뭇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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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가시 돋친 봉쇄’에 갇힌 세계 경제…트럼프식 해상 연합, 동맹국은 왜 머뭇거리나

에너지 수송로 마비에 유가 200달러 경고…이란 ‘선별적 폐쇄’로 연합군 균열 조짐
한국·일본 ‘에너지 인질’ 위기 속 실리 외교 고심…국제 공조보다 개별 협상 우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다국적 해군 연합 결성을 제안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다국적 해군 연합 결성을 제안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발 전운이 세계 에너지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옥죄면서, 한국 경제의 생명선인 원유 수입 경로에 비상등이 켜졌다.

알자지라(Al Jazeera)가 지난 15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 해상 연합군 결성을 제안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에너지 안보와 외교적 이해관계가 얽힌 주요국들의 셈법은 복잡하게 꼬여가는 양상이다.

특히 이란이 적대국 선박만 골라 차단하는 ‘선별적 봉쇄’ 전략을 구사하면서, 미국 주도의 공동 대응 체계는 시작부터 실효성 논란에 직면했다.

정조준된 글로벌 공급망, 21해리의 사투와 ‘오일 쇼크’ 공포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현재 사실상 이란의 통제 아래 놓여 있다. 가장 좁은 구간의 폭이 39km(21해리)에 불과한 이 지정학적 요충지에서 이란은 기뢰와 드론을 활용한 비대칭 전술로 통행권을 장악했다.

실제로 지난 11일 태국 국적의 벌크선 ‘마유리 나리’호가 공격을 받는 등 최근 2주 동안 10여 척 이상의 선박이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을 이미 돌파했으며, 이란 측은 봉쇄가 지속될 경우 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에너지 무기화’ 경고를 노골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군사력을 ‘참수’ 수준으로 파괴했다고 주장하지만, 좁은 수로에 잠복한 소형 고속정과 무인 체계는 여전히 국제 물류망에 심각한 하방 압력을 가하는 실질적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자도생’으로 흐르는 동맹국들…개별 협상이 집단 안보 앞질러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수혜국들을 향해 군함 파견을 종용하며 나토(NATO) 회원국들에는 "매우 나쁜 미래"를 언급하는 등 고강도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외신 분석을 종합하면, 집단 안보보다는 자국 실리를 우선하는 ‘각자도생’의 움직임이 뚜렷하다.

특히 인도는 이란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전체 LPG 임포트의 80%를 차지하는 수송로를 일부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터키 역시 직접 협상으로 자국 선박 14척의 통행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는 미국 주도의 무력 대응이 오히려 이란을 자극해 수송로를 완전히 폐쇄할 것을 우려한 결과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들 역시 "전쟁 참여는 없다"는 방어적 태세를 고수하며 이란과의 비공식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이 구상하는 해상 연합군이 명분과 동력을 동시에 상실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국·일본의 ‘안보 딜레마’…청해부대 카드와 정상회담의 무게


에너지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오는 한국과 일본은 가장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오는 16일 워싱턴에서 열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현재로서는 군함 파견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미국의 강한 압박에 밀려 ‘조사·연구’ 목적의 제한적 파견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 역시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해 자국 선박을 보호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국내 안보 전문가는 "연합군 가담은 이란과의 단교를 각오해야 하는 위험한 도박"이라며 "정부는 자국 선박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미국에는 비군사적 지원책을 제시하며 수위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 또한 "현재 원유 재고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지만, 봉쇄가 한 달 이상 장기화될 경우 국가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자국 우선주의’ 앞선 중동 전운…한국, 동맹과 실리 사이 고차방정식 풀어야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는 군사적 힘의 논리보다 ‘에너지 생존’이라는 경제적 실리가 국제 사회의 움직임을 결정짓는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트럼프식 해상 연합군이 동맹국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개별 협상에 자리를 내어준다면, 앞으로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서는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이란과의 실무적 소통을 통해 에너지 수급을 안정화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