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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원전 패권전쟁] 한전, 튀르키예 신규 원전 8기 우선협상 가시권…러·중·캐 3강과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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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원전 패권전쟁] 한전, 튀르키예 신규 원전 8기 우선협상 가시권…러·중·캐 3강과 대결

구속력 있는 공식 제안서 요청받은 KEPCO…기술이전·현지화가 최종 낙점 열쇠
시놉·트라키아 신규 8기 건설, 2050년 원전 20GW 자립 로드맵의 핵심 퍼즐
트뤼키예가 추진하는 신규 원전 8기 건설권을 두고 한국·러시아·중국·캐나다가 사활을 건 4파전에 돌입했다. 이 경쟁의 결과는 단순한 계약 수주를 넘어 향후 20년 글로벌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트뤼키예가 추진하는 신규 원전 8기 건설권을 두고 한국·러시아·중국·캐나다가 사활을 건 4파전에 돌입했다. 이 경쟁의 결과는 단순한 계약 수주를 넘어 향후 20년 글로벌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2026, 글로벌 원전 시장의 게임판이 튀르키예를 향해 기울고 있다. 중동과 유럽을 잇는 지정학적 교두보에 자리한 이 나라가 탄소 중립과 에너지 자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아시아·유럽·북미 원전 강국들을 한 테이블에 불러 모았다. 신규 원전 8기 건설권을 두고 한국·러시아·중국·캐나다가 사활을 건 4파전에 돌입했다. 이 경쟁의 결과는 단순한 계약 수주를 넘어 향후 20년 글로벌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데이터 박스] 튀르키예 신규 원전 수주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데이터 박스] 튀르키예 신규 원전 수주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시놉·트라키아 4기씩 총 8기…바이락타르 장관, 4개국 협상 공식 확인


인도 경제 전문 매체 타임스 오브 인디아(Times of India)가 지난 18(현지시간) 보도한 내용과 복수의 에너지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알파르슬란 바이락타르(Alparslan Bayraktar) 튀르키예 에너지부 장관은 "한국·캐나다·중국·러시아와 신규 원자력 발전 용량 개발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건설 대상지는 흑해 연안 북부 시놉(Sinop)주와 유럽 접경 트라키아(Thrace) 지역으로, 각 지역에 원자로 4기씩 총 8기를 건설하는 구상이다. 튀르키예 정부가 2050년까지 확보 목표로 제시한 총 원전 용량 20GW(기가와트)를 채우는 핵심 퍼즐이다.

한국, '구속력 있는 제안서' 요청받아…협상 우위 점쳤나


현재 속도에서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전력공사(KEPCO)는 시놉 지역의 두 번째 원전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 튀르키예 정부로부터 '구속력 있는 공식 제안서(Binding Proposal)' 제출을 요청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한 의향서 교환 단계를 뛰어넘어 본격적인 협상 개시를 전제한 요청이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한전이 시놉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해당 제안서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연내에 협상 지속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원전(APR1400)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에서 검증된 기술력과 납기 준수 능력을 앞세우고 있다""그러나 최종 계약까지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파격적인 금융 조건과 기술 이전을 내세운 경쟁국들의 공세를 돌파하려면 정부 차원의 수출금융 패키지 지원이 필수"라고 짚었다.

로사톰·중국·캔두, 각자의 무기로 반격 채비


경쟁국들의 공세도 만만하지 않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은 자국이 시공 중인 튀르키예 최초의 원전 아쿠유(Akkuyu) 1호기를 올해 안에 상업 가동한다는 목표로 공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로사톰이 이 실적을 발판삼아 시놉 추가 건설권까지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쿠유 사업은 로사톰이 자금 조달부터 시공·운영까지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이른바 '턴키(Turn-Key)' 방식으로 진행돼, 튀르키예의 초기 재정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비교 우위가 있다.

중국은 트라키아 지역의 세 번째 원전 단지를 겨냥해 풍부한 자본력과 고속 시공 능력을 내세운 대규모 단지 조성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는 캔두 에너지가 최근 튀르키예 원자력공사(TUNAS)와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협상 테이블에 전격 합류했다. 중수로(CANDU) 기술은 농축 우라늄 의존도가 낮아 에너지 수입 의존을 줄이고자 하는 튀르키예의 전략적 요구에 부합한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최저가가 아닌 최적 파트너"…기술이전·현지화가 최종 판가름


튀르키예 정부의 사업자 선정 기준은 단순한 최저가 경쟁이 아니다. 바이락타르 장관은 인터뷰에서 "국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를 신중히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 발언의 핵심을 '경제성''기술이전(Technology Transfer)' 두 축으로 읽는다.

튀르키예는 핵심 부품의 현지 생산 비율과 기술 이전 범위를 최우선 평가 항목으로 두고 있다.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자립을 이루겠다는 튀르키예의 장기 전략이 반영된 결과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튀르키예가 러시아 단일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자간 경쟁 구도를 조성하고 있다""더 유리한 금융 조건과 기술 이전 혜택을 끌어내려는 전략적 레버리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형 원전 너머 SMR까지…EDF와 논의, 입체 전략 가동


튀르키예의 에너지 야심은 대형 원전에 그치지 않는다. 튀르키예 정부는 프랑스전력공사(EDF) 등과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도 병행 논의 중이다. 기저 전력은 대형 원전이, 분산 전원은 SMR이 담당하는 이중 공급 체계를 구축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 역시 SMR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대형 원전 협상과 SMR 협력을 연계한 패키지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의 금융 패키지와 정부 간 외교 채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력만으로 한계가 있다""한국이 UAE 바라카 모델처럼 종합 에너지 파트너십을 제안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원전'의 저력, 유럽 관문에서 다시 증명할 수 있을까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튀르키예가 이 다자 경쟁을 최대한 활용한 뒤 연내에 시놉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윤곽을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UAE 바라카 원전 수주로 국제 시장에서 'K-원전'의 저력을 처음 증명했을 때, 당시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튀르키예 수주전은 규모나 파급 효과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중동에 이어 유럽의 관문에서 다시 한번 'K-원전'의 이름을 새길 수 있을지, 그 답은 구속력 있는 제안서가 튀르키예 정부의 책상에 올라가는 순간부터 결정되기 시작한다. 경쟁의 시계는 이미 돌아가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