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일본, NATO와 달리 책임 다할 것"... 미·일, 호르무즈 해협 안보·원유 비축 등 협력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일본, NATO와 달리 책임 다할 것"... 미·일, 호르무즈 해협 안보·원유 비축 등 협력

다카이치 총리 '미국산 원유 공동 비축' 제안, 에너지 공급망 '탈중국' 가속
자위대 함선 파견 법적 공방 속 실질적 방위비 기여 압박 거세질 듯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정세 안정을 위한 일본의 실질적인 군사·경제적 지원 확대를 강하게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정세 안정을 위한 일본의 실질적인 군사·경제적 지원 확대를 강하게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와 에너지·핵심 광물 공급망 강화를 골자로 한 공동 대응방안에 합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안보 기여를 긍정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차별화된 대우를 시사하는 동시에, 중동 정세 안정을 위한 일본의 실질적인 군사·경제적 지원 확대를 강하게 촉구했다.

트럼프의 'NATO 차별화' 전략과 일본의 안보 딜레마


약 1시간 30분간 이어진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석유의 9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 경로의 안정을 위해 일본이 지원을 강화해야 할 명분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NATO와 달리 일본은 책임을 다하려 한다고 확신한다"는 발언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대립해 온 유럽 동맹국들과 일본을 분리하여 대응하려는 자의적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함선 파견에 대해서는 "일본 법령으로 가능한 범위와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일본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현재의 이란 정세를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존립 위기 사태'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실제 전투 지역에 함선을 파견하는 데는 상당한 법적 허들이 존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카드… 미국산 원유 일본 내 비축 합의


양국 정상은 중장기적인 에너지와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해 경제 안보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 일본 측 투자로 미국산 원유를 증산하고, 이를 일본 현지에 공동 비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이는 지난해 양국이 체결한 관세 협상에 따른 5500억 달러(약 822조850억 원) 규모 대미 투자의 일환이다.

특히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요 광물 개발 협력 등을 포함한 3건의 합의 문서가 정리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발표된 1차 프로젝트(360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최대 730억 달러(약 109조 원) 규모의 2차 프로젝트를 통해 펜실베이니아주와 텍사스주의 가스 발전시설, 테네시주의 소형 모듈 원자로(SMR) 건설 등에 협력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에 대한 자원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중심의 첨단 산업 공급망을 공고히 하려는 포석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대중·대북 공조 확인 속 '방중 연기' 변수 부각


안보 분야에서는 중국과 북한 문제에 대한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미가 긴밀히 연계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인 납치 문제의 조기 해결을 지지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또한 양국은 미사일 공동 생산과 개발을 통해 억제력과 대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속에서 일본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한 일미 동맹은 필수"라고 역설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세를 이유로 당초 3월 말로 예정됐던 중국 방문을 연기하면서 일본 정부의 외교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직전에 회담을 가짐으로써 대중 정책의 보조를 맞추려 했으나, 일정 연기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에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이 동행해 실무 협의를 뒷받침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