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지표는 ‘역대급’ 흑자 기록 중이나 현장 공장 폐쇄 속출… 빈 부지만 500헥타르
전통 제조 노동자 40대 실직 공포 확산… 로봇·AI 전환에 따른 극심한 경제 양극화 노출
전통 제조 노동자 40대 실직 공포 확산… 로봇·AI 전환에 따른 극심한 경제 양극화 노출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과 로봇공학을 앞세운 첨단 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반면, 그 이면에서는 수십 년간 도시를 지탱해온 전통 제조업 공장들이 문을 닫으며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기술 혁신이 불러온 거대한 전환의 물결 속에서 적응하지 못한 구식 공장과 중장년 노동자들의 ‘낙오’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 화려한 수출 지표 뒤에 숨겨진 공장 폐쇄의 비극
공식 통계상 동관의 경제는 견고해 보인다. 2025년 동관의 수출은 전년 대비 9.1% 급증한 9,707억 위안(약 1,410억 달러)을 기록했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 뒤에 숨겨진 현장의 목격담은 전혀 다르다.
동관의 산업 지구 곳곳에는 ‘임대’ 안내문이 붙은 빈 공장들이 즐비하다. 제조사 임원인 량루는 “동관 내 30개 마을 중 하나인 다오자오 타운에만 500헥타르(약 150만 평)가 넘는 공장 부지가 비어 있다”며 “도시 전체가 비슷한 공실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캐나다 기술 기업 셀레스티카가 21년 만에 철수했고, 10월에는 대만 킨포 전자가 생산 라인을 태국으로 이전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탈(脫)동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 40대 조립 노동자의 절규… "로봇이 내 자리를 뺏었다"
가장 큰 고통은 1980년대부터 동관의 성장을 일궈온 이주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15년 넘게 장난감 공장에서 일하다 최근 공장 폐쇄 통보를 받은 40대 여성 노동자 장리는 “20대에 입사해 청춘을 바쳤는데, 이제 40대에 어디서 직장을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중국은 2024년 말까지 200만 대 이상의 산업용 로봇을 현장에 배치했다. 자동화와 자본 집약적 산업으로의 체질 개선은 숙련되지 않은 단순 조립 인력의 설 자리를 급격히 뺏어갔다. 노동 수요가 줄어들면서 임금은 5년째 정체되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다.
◇ AI와 로봇으로의 강제 전환… "생존을 위한 고통스러운 도박"
동관 시정부는 저가 조립 허브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로봇, 스마트 단말기, 청정 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인간의 형상을 닮은 ‘체체화된 지능(Embodied Intelligence)’ 로봇 개발에 뛰어들며 혁신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이 반드시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동관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던 로봇 기업 ‘톱스타 테크놀로지’는 최근 AI 로봇 등 신분야 구조조정 과정에서 2017년 상장 이후 첫 연간 손실을 기록했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무너지고 있는데, 새로운 성장 동력은 아직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과도기적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 ‘세계 공장’의 지위 상실… 혁신 엔진인가, 중간 허브인가
동관은 과거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에도 GDP 성장률이 급락하는 위기를 겪었으나 스마트폰 산업의 부흥으로 재기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분석한다.
홍콩 항셍대학교의 데이비드 웡 강사는 “동관은 더 이상 중국의 유일한 글로벌 관문이 아니며, 다른 첨단 기술 도시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동관이 진정한 혁신 엔진이 되기보다는 글로벌 제조 체인의 ‘중간 생산 허브’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침체로 인한 지방 정부의 재정 압박 또한 산업 업그레이드를 위한 자금 지원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 한국 산업에 주는 시사점
중국 제조업의 상징인 동관의 양극화와 구조 조정은 한국 기업들에게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남긴다.
글로벌 기업들이 동관을 떠나 동남아시아로 이전함에 따라, 한국 부품사들도 현지 공급망(베트남, 태국 등)으로의 거점 이동을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동관 기업들이 AI와 로봇공학으로 무장하며 가치 사슬 위쪽으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초정밀 가공 및 소프트웨어 융합 기술에서 압도적인 격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중국 현지 공장들의 공급 과잉과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단순 제조보다는 현지 맞춤형 하이엔드 솔루션 제공으로 전략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