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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2단계 진입… 엔비디아 독점 구조 깨지고 경쟁 체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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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2단계 진입… 엔비디아 독점 구조 깨지고 경쟁 체제로

시장 지수와 수익률 괴리는 지난해 급등 따른 착시… 가치평가 부담 완화 과정
차세대 칩 '베라 루빈' 성공 방정식, 연산 성능 넘어 전력 효율과 현금화 속도가 결정
엔비디아.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황제주로 꼽히는 미국 엔비디아 주가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시장 가치평가 논쟁이 뜨겁다.

올해 엔비디아 주가 상승률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밑돌자 일각에서는 AI 거품론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선행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와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 구조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수요 자체의 급격한 둔화보다 거대 기술 기업들이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려고 자본을 재배치하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

배런스는 지난달 30(현지시각) 엔비디아가 거대한 AI 반도체 투자 흐름 속에서 다변화하는 시장 요구에 직면하며 주가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수 폭등 속 엔비디아 제자리걸음… 기저효과와 메모리 주도 착시


엔비디아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200.09달러(31만 원)로 상반기 거래를 끝냈다. 올해 들어 7.3%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01% 폭등한 점과 비교하면 시장 평균을 크게 밑돈다.

그러나 이 수치를 단순한 부진으로 해석하는 것은 시장의 선행성을 간과한 착시다. 지난해 엔비디아가 독주하며 주가를 끌어올린 반면, 올해 상반기 지수 상승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위탁생산, 반도체 장비주들이 뒤늦게 추격하며 주도했기 때문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과거 과열 구간을 지나 주가 조정과 이익 성장이 맞물리며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왔다. 시장 구조가 엔비디아 1인 독점에서 반도체 생태계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하는 정상화 과정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주처인 빅테크 기업들의 움직임도 정교해졌다. 단순한 공급망 분산이 아니라 작업량별 분리 전략이다. 인프라 구축의 핵심인 AI 모델 학습 영역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거대 클라우드 기업들의 초대형언어모델 고도화 경쟁이 지속되면서 최고 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주문 대기 시간은 여전히 수개월 치가 밀려 있다.

반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서비스 운영(추론) 영역에서는 구글의 자체 칩이나 아마존의 트레이니움 같은 맞춤형 자체 칩 도입을 늘리는 추세다.

이러한 분리는 시장 주도권의 이동 경로를 보여준다. 소수 고객이 주도하는 학습 시장과 달리, 전 세계 사용자 트래픽과 직접 맞물리는 추론 시장은 규모가 훨씬 크고 비용에 극도로 민감하다. 장기적으로 가장 큰 수익처가 될 추론 시장에서 자체 칩 전환이 빨라지면서 엔비디아 중심의 독점 구조가 완화하는 흐름이다.

성능만으론 지갑 안 연다… 핵심 변수는 총소유비용과 AI 수익화


시장의 시선은 엔비디아가 준비 중인 차세대 하드웨어 베라 루빈에 쏠린다. 과거에는 경쟁사보다 압도적인 연산 성능 격차만으로 독점력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시장의 게임 법칙이 바뀌었다.

빅테크 기업들이 주주들로부터 막대한 설비투자를 정당화하라는 압박을 받으면서 이제는 성능이 아닌 총소유비용(TCO)이 구매의 최우선 기준이 됐다. 이는 어떤 자산을 살 때 들어가는 초기 구매 비용뿐만 아니라, 그것을 버릴 때까지 기간 전체 동안 발생하는 모든 숨겨진 비용을 합친 총액을 말한다.

특히 현재 AI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병목으로 꼽히는 전력 수급과 냉각 인프라 용량 한계를 감안할 때, 총소유비용은 단순한 칩 가격을 넘어 전력 대 성능비의 싸움으로 직결된다.

스위스 UBS 글로벌 자산운용의 마크 해펠 최고투자책임자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클라우드 대기업들의 주가 흐름은 투자 지출의 수익률을 증명하라는 주주 압력이 임계점에 달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설비투자 성장세가 둔화할 위험이 자산 가격에 반영되는 단계라는 의미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빅테크가 AI 서비스로 실제 돈을 벌고 있는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사용량 증가세나 구글 검색의 AI 결합 트래픽 같은 가시적인 현금화 속도가 엔비디아의 추가 주문량을 결정한다.

AI 서비스 매출 전환 속도가 클라우드 업체 서버 투자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엔비디아가 아무리 뛰어난 칩을 내놓아도 고객사의 투자 회수 기간이 늘어나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가 내다본 수요 경로별 3가지 시나리오


국내외 자산운용사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엔비디아의 가치평가 방향성을 공급망 내부의 병목 현상과 작업량별 점유율에 따라 3가지 경로로 분류한다.

첫째, 낙관 시나리오다. 베라 루빈이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며 총소유비용 혁신에 성공하고, 주요 빅테크의 AI 매출 기여도가 가속화하는 경우다. 이 경우 설비투자 내 AI 비중이 확대되며 엔비디아의 주당순이익 성장이 지속되고 주가수익비율의 재확장이 일어날 수 있다. , 이를 위해서는 TSMC의 첨단 패키징 용량 확충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HBM 공급 안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둘째, 기본 시나리오다. 거대 클라우드 기업들의 전체 설비투자 증가율은 둔화하지만 가속기 지출 비중은 유지되는 경우다. 추론 영역에서 자체 칩 전환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더라도 학습 영역의 지배력이 견고하다면 엔비디아는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면서도 주가수익비율은 하락 압력을 받는 박스권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셋째, 비관 시나리오다. 전력 인프라 부족이 심화하고 기업들의 AI 도입 속도가 지연되면서 클라우드 업체의 수익률 기대치가 꺾이는 경우다. 동시에 추론 시장에서 빅테크의 자체 칩 점유율이 급격히 확산한다면 실적 둔화와 주가수익비율 하락이 동시에 발생해 구조적인 주가 하락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 투자자들은 향후 발표될 빅테크 기업들의 분기 실적에서 전체 설비투자 규모보다 AI 부문의 실제 매출 전환율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지표로 꼽는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