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직 칩 위에 모바일 LPDDR 수직 적층한 ‘HBC’ 기반 데이터센터 4대 제품군 로드맵 전개
2029년 150억 달러 데이터센터 정조준… 스마트폰 칩 의존 족쇄 풀고 포트폴리오 다각화
메모리 결함 시 통째로 상각되는 수율 장벽 존재… 삼성이 시도했던 ‘근거리 연산’ 최초 상업화 도전
2029년 150억 달러 데이터센터 정조준… 스마트폰 칩 의존 족쇄 풀고 포트폴리오 다각화
메모리 결함 시 통째로 상각되는 수율 장벽 존재… 삼성이 시도했던 ‘근거리 연산’ 최초 상업화 도전
이미지 확대보기엔비디아 가속기의 핵심 하드웨어 자산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전면 배제하는 대신, 자신들이 수십 년간 스마트폰 칩 시장에서 갈고닦은 초정밀 패키징 공학 기술을 이식해 전력 소모량을 획기적으로 분쇄한 차세대 아키텍처로 세계 반도체 안보판을 다시 짜겠다는 대담한 포석이다.
1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따르면,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뉴욕 맨해튼에서 대규모 투자자 행사를 개최하고 차세대 ‘고대역폭 컴퓨트(HBC·High Bandwidth Compute)’ 아키텍처를 핵심 무기로 삼은 자사 최초의 AI 데이터 센터 4대 제품군(AI 가속기, 데이터 센터 CPU, 맞춤형 ASIC, 연결 칩)의 다개년 로드맵을 공개했다.
HBM 족쇄 끊어낸 ‘HBC’ 혁신… “전력 효율 6배 향상” 모바일 제왕의 역발상
현재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인공지능 가속기 인프라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다이 옆에 HBM을 수평으로 나란히 배치하고 실리콘 인터포저라는 미세 통로로 연결하는 방식을 쓴다.
이 구조는 인공지능 모델이 커질수록 메모리와 연산 장치 사이를 오가는 무거운 트래픽 탓에 막대한 전력을 낭비하고 연산 정체 부침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특히 대규모 훈련 시장이 지나고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추론(Inference)’ 시장으로 자본 흐름이 이동하면서 이 전력 장벽은 빅테크 기업들의 거대한 마진 압박 요인으로 부상했다.
퀄컴은 연산 장치(로직 다이) 바로 위에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LPDDR) 메모리 칩을 옷감처럼 수직으로 촘촘히 쌓아 올리는 ‘HBC’ 기술로 우회 전술을 폈다. 물리적 거리를 극한으로 좁혀 데이터 수송 경로를 단축한 결과, 기존 HBM 대비 와트당 대역폭 효율을 무려 6배나 기습적으로 끌어올리는 공학적 쾌거를 거뒀다.
두르가 말라디(Durga Malladi) 퀄컴 데이터센터 부사장은 “과거 한국의 삼성전자(PIM)와 SK하이닉스(AiM)가 유사한 근거리 메모리 연산 개념을 선보였으나 수율 장벽 탓에 상업적 대량 양산에는 실패했다”며 “우리는 스마트폰 칩을 만들며 수십 년간 축적한 실리콘관통전극(TSV) 접합 노하우가 있어 과학 실험이 아닌 실제 상업용 완제품으로 시장을 독점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가혹한 ‘수율 손실’의 덫… 역설적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천금 같은 호재’
다만 글로벌 금융가와 시장 분석가들의 냉정한 장부상 시선은 매섭다. 모닝스타(Morningstar)의 주식 분석가 징지에 유(Jing Jie Yu)는 “메모리를 연산 칩 위에 직접 가쁘게 결합하면 단 한 개의 LPDDR 칩에만 미세한 공정 결함이 발생해도 하부의 값비싼 로직 다이 스택 전체를 폐기 상각해야 하는 부하 위험이 있다”며 “이러한 연쇄 수율 손실 증폭 현상 탓에 대량 양산 시 제조 단가 방어벽이 무너질 수 있다”고 송곳 지적을 내놓았다.
퀄컴의 HBC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혹한 수율 낙폭이 글로벌 메모리 웨이퍼의 실질 용량을 인위적으로 제한(공급 억제 효과)하게 되며, 이는 장기 불황 족쇄에 묶여 있던 메모리 시장의 공급 부족을 유도해 가쁘게 치솟는 고물가·고단가 기조를 단단히 뒷받침해 주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양대 제조사가 대안 전력 수요를 겨냥해 발표한 총 800조 원 규모의 메가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자산 역시 이번 퀄컴의 대형 참전으로 화력이 한층 배가될 전망이다.
2029년 150억 달러 타깃… TSMC 동맹 속 미국 규제 준수한 ‘중국 특화 칩’ 병행
퀄컴은 이번 하이테크 인프라 시장 전개로 오는 2027 회계연도에 50억 달러의 매출을 확보한 뒤, 2029년에는 이를 150억 달러(약 23조 원) 규모로 수송·팽창시키겠다는 청사진을 펼쳤다.
이를 달성하면 스마트폰 칩에만 편중됐던 비(非)휴대폰 매출 외형이 400억 달러로 급증해 모바일과 데이터센터가 완벽한 다각화 균형을 이루게 된다. HBC가 탑재된 최초의 차세대 AI 가속기 ‘AI250’은 2027년 대형 데이터센터 랙 인프라와 함께 전격 출하된다.
이를 위해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 거두인 대만 TSMC와의 강력한 웨이퍼 할당 보장 동맹을 과시했다. 아몬 CEO는 “우리는 대량의 최첨단 미세 노드 웨이퍼를 소비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동반자이며, 우리의 2027년 매출 청사진 배후에는 TSMC의 확고한 생산 캐파 약속이 묶여 있다”고 못 박았다.
지정학적 통상 전쟁의 포화 속에서 퀄컴은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완성차 및 모바일 OEM들과 맺어온 오랜 신뢰 자산을 데이터 센터 시장으로 그대로 이식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상 제재 펜스를 철저히 준수하면서도 중국 클라우드 시장을 포섭할 수 있는 ‘중국 전용 특화 4대 제품군’을 별도로 설계 중이다.
특히 서방의 Arm이나 x86 독립 족쇄를 풀기 위해 중국 시장이 사활을 걸고 있는 오픈소스 칩 아키텍처 ‘RISC-V(리스크 파이브)’ 기반의 맞춤형 실리콘 라인업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인수한 스타트업 벤타나(Ventana)의 기술 튜닝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 일본, 인도 등 동아시아 각국 정부가 강대국의 기술 종속 장벽을 넘기 위해 국책 사업으로 가쁘게 추진 중인 ‘주권 AI(Sovereign AI)’ 데이터센터 확장 물량을 선점하기 위한 연쇄 외교 협상 트랙도 가동됐다.
엔비디아의 독점 생태계를 깨부수고 차세대 연산 주권을 확보하려는 퀄컴의 거대한 모험과 이로 인한 동아시아 반도체 벨트의 자본 재편 시나리오는 하반기 글로벌 기술 공급망의 가장 뜨거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