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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도 ‘인공태양’ 가뒀지만 전력망 연결은 ‘바늘구멍’… AI가 앞당긴 핵융합 상용화 [에너지 게임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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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도 ‘인공태양’ 가뒀지만 전력망 연결은 ‘바늘구멍’… AI가 앞당긴 핵융합 상용화 [에너지 게임체인저]

AI·플라즈마 제어 기법으로 상용화 시점 2030년대로 단축
투입 에너지 대비 생산 효율 낮고 극초고온 견딜 소재 한계
4500억 달러 쏠린 태양광 대비 투자 격차… ‘장기 승부처’ 부상
인공지능(AI) 기술이 핵융합로 내부의 까다로운 물리 현상을 해결하며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이를 실제 전력망에 연결해 각 가정에 전기를 보내기까지는 여전히 거대한 기술적·경제적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기술이 핵융합로 내부의 까다로운 물리 현상을 해결하며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이를 실제 전력망에 연결해 각 가정에 전기를 보내기까지는 여전히 거대한 기술적·경제적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류가 70년 넘게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핵융합에 매달리고 있음에도 여전히 전등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핵융합로 내부의 까다로운 물리 현상을 해결하며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이를 실제 전력망에 연결해 각 가정에 전기를 보내기까지는 여전히 거대한 기술적·경제적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지난 19(현지시간) 폭스뉴스(Fox News)는 핵융합이 과학의 단계를 넘어 공학의 영역으로 진입했으나, 실질적인 전력 공급까지는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보도했다.

에너지원별 연간 투자 규모 및 핵심 경쟁력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에너지원별 연간 투자 규모 및 핵심 경쟁력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


AI와 손잡은 핵융합, ‘실험실에서 발전소로 체질 개선


핵융합은 태양의 에너지 생성 원리를 지구에서 재현하는 기술로,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에서 수소 원자핵이 합쳐질 때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활용한다.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Commonwealth Fusion Systems, 이하 CFS)의 밥 멈가드(Bob Mumgaard)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지구상 핵융합은 별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는 천체물리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라며 "물질의 네 번째 상태인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성패를 가를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 분야의 가장 큰 변곡점은 AI 기술의 전면 도입이다. 구글 딥마인드(DeepMind)의 제어 알고리즘은 핵융합로 내부의 불안정한 플라즈마를 실시간으로 통제하며, 엔비디아(NVIDIA)의 소프트웨어는 발전소를 가상 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기술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돕고 있다. 멈가드 CEO"이제 핵융합은 순수한 과학 탐구를 지나 공학적 해결 단계에 들어섰다"라며 오는 2030년대 초반까지 상용화가 가능한 원자로를 선보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100 넣고 1 얻는효율의 늪… 소재 공학의 한계 뚜렷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냉혹한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핵융합이 실제 발전소 구실을 하려면 투입한 에너지보다 생산한 에너지가 훨씬 많은 '에너지 순증가(Net Energy Gain)'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지난 2022년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의 국가점화시설(NIF)이 순증가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찰나의 순간에 거둔 성과였다. 브레이크스루 연구소(Breakthrough Institute)의 아담 스타인(Adam Stein) 원자력 혁신 담당 국장은 "NIF 실험에서 나온 에너지는 LED 전구 하나를 20시간 켤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라며 "시설 전체를 가동하는 데 들어간 에너지는 생산량보다 약 100배나 많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태양 중심부보다 뜨거운 초고온을 견디며 플라즈마를 가둬둘 특수 소재 개발도 난제다. 스타인 국장은 "핵융합이 코앞에 와 있다는 낙관이나 완전히 실패했다는 비관 모두 경계해야 한다"라며 "실질적인 기술 진전과 공학적 불확실성이 팽팽하게 맞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자본 시장의 냉정한 선택과 국가적 패권 경쟁


투자 규모를 보면 핵융합은 아직 주류 에너지원과 큰 격차를 보인다. 관련 업계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해 7월까지 1년간 핵융합 산업에 유입된 자금은 26억 달러(39100억 원)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기존 원자력 발전(fission)에는 700억 달러(105조 원), 태양광 발전에는 4500억 달러(677조 원)가 투입됐다. 자본 시장은 핵융합을 당장의 해법이 아닌 '먼 미래의 고위험·고수익' 선택지로 분류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CEO는 핵융합을 "애완동물 키우기식 과학 프로젝트"라고 깎아내리며 태양광 투자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해 4월 세마포(Semafor) 포럼에서 "앞으로 몇 년 안에 투입량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뽑아내는 장치를 보게 될 것"이라며 "핵융합은 더 이상 '20년 뒤에나 가능한 기술'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융합은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해결할 '게임 체인저'임이 분명하다. 다만 전력망에 연결되어 안방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소재 혁신과 대규모 자본 투입을 통한 경제성 확보라는 험난한 고개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