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튼·슈머 초당파 공동 발의…카메라·센서 탑재 로봇, '걷는 보안 구멍' 지목
세계 시장 90% 장악 중국 vs 뒤처진 미국…한국 부품업계 반사이익 주목
세계 시장 90% 장악 중국 vs 뒤처진 미국…한국 부품업계 반사이익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중국이 세계 인간형 로봇 시장의 90%를 장악한 가운데 미국 연방 기관까지 파고드는 상황에서, 워싱턴이 공화·민주 양당 합의로 법적 방어막을 치고 나섰다.
중국산 로봇에 내장된 카메라·센서가 데이터 유출과 원격 탈취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안보 우려가 법안의 핵심 근거이며,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인공지능(AI)·로봇 분야로 본격 확산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공화당 소속 아칸소주 톰 코튼 상원의원과 민주당 소속 뉴욕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미국 안보 로봇법(American Security Robotics Act)'을 초당파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화웨이·틱톡·DJI 드론에 이어 '두 발 달린 기기'까지 중국 기술 차단의 범위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걸어 다니는 보안 구멍'…법안이 정조준한 위협의 실체
이 법안은 행정부 산하 연방 기관이 적대 국가와 연계된 기업이 제조하거나 조립한 무인 지상 로봇 시스템을 구매·운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한다. 인간형 로봇, 자율 순찰 장비, 원격 감시 차량, 이동형 로봇이 모두 금지 대상에 들어간다.
슈머 의원은 성명에서 "중국공산당은 이번에는 로봇 분야에서도 전형적인 수법을 그대로 쓰고 있다"며 "미국 시장에 자국 기술을 쏟아부어 국민 사생활과 국가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튼 의원도 "중국공산당이 만든 로봇은 아칸소 주민의 사생활과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두 의원이 내세운 위협의 핵심은 물리적 접근성이다. 중국 로봇에 내장된 카메라·센서·마이크가 데이터 유출 통로가 되고, 원격 탈취의 진입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해킹은 데이터 위협에 그치지만, 공장·병원·군사 시설을 돌아다니는 로봇이 장악될 경우 물리적 파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화웨이 통신 장비, 틱톡, DJI 드론에 이어 이제 '두 발 달린 기기'까지 같은 잣대를 들이댄 셈이다.
하원에서도 공화당 소속 엘리즈 스테파닉 의원이 같은 취지의 법안을 함께 발의하며 상·하원 동시 공조 체제를 갖췄다. 미국 정치권에서 중국 기술 문제만큼은 여야 구분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대목이다.
중국의 '로봇 굴기', 수치로 읽는 압도적 격차
법안의 긴박함은 중국의 시장 지배력 수치가 뒷받침한다. 중국 기업들은 현재 세계 인간형 로봇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가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이에 본사를 둔 에이지봇(AgiBot)은 지난해 5100여 대를 출하해 세계 시장의 39%를 점유하며 출하량·점유율 모두 1위를 기록했다.
항저우의 유니트리(Unitree)가 4200대로 2위, 선전의 유비테크(UBTECH)가 1000대로 3위에 올랐다. 2025년 세계 연간 출하량 합계는 약 1만 3000대다.
유니트리의 출하량은 미국 경쟁사 피규어 AI(Figure AI)와 테슬라를 합친 것보다 약 36배 많은 수준이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조차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중국은 AI와 제조업 모두 매우 뛰어나며 테슬라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중국 밖에서 의미 있는 경쟁자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공개 인정했다.
중국의 선점 전략은 국가 주도다. 인간형 로봇 산업은 2021년 중국 14차 5개년 계획에서 핵심 전략 산업으로 지정됐으며, 지난해 세계에 배치된 인간형 로봇의 80% 이상을 중국이 공급했다.
유니트리는 올해 상하이거래소 스타마켓(STAR Market)에 42억 위안(약 9100억 원) 규모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며, 지난해 매출은 17억 1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335% 급증했고 순이익은 거의 8배 늘어난 6억 위안에 달했다.
'공급망 미로'와 한국의 역설적 기회
법안의 실효성을 둘러싼 물음표도 적지 않다. 업계 안팎에서는 세계화된 부품 공급망에서 '중국산'의 법적 정의 자체가 복잡한 난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희토류에서 이미 반복된 것처럼, 부품이 제3국을 경유해 재조립되면 원산지 판정이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인간형 로봇 시장이 연평균 35~45% 성장해 2030년에는 40억~150억 달러(약 6조 340억~22조 620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제품을 차단한 자리를 채울 대안 공급망 구축이 얼마나 빠르게 가능한지가 법안의 실질적 효과를 가르는 변수다.
이 지점에서 한국에 역설적인 기회의 창이 열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자료를 종합하면, 감속기·모터·센서·전력관리 등 한국기업이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핵심 부품 분야에서 인간형 로봇 공급망 참여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중국·일본산 산업용 로봇에 최대 43.6% 반덤핑 관세 부과를 건의하는 등 중국발 저가 공세에 맞서는 조치도 병행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1012대를 운용하는 세계 1위 로봇 밀도 국가다.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활용 경험과 부품 기술력이 미·중 패권 충돌 국면에서 어떤 방향으로 작동할지, 워싱턴의 다음 행보가 그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