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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수함도 소리로 잡는다" 서방 해군을 공포에 빠뜨린 한국의 '침묵하는 포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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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수함도 소리로 잡는다" 서방 해군을 공포에 빠뜨린 한국의 '침묵하는 포식자'

원자력 족쇄 푼 리튬의 반란, 한 달간 물속에서 숨죽이는 ‘심해의 저격수’ 등판
디젤의 한계를 넘어 핵의 영역을 침범하다, 전 세계 해군 기지가 한국만 바라보는 이유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자기장을 이용해 리튬 이온의 수송을 제어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포스택이미지 확대보기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자기장을 이용해 리튬 이온의 수송을 제어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포스택

바다의 암살자라 불리는 잠수함에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는 ‘스노클’의 순간이다. 아무리 강력한 무장을 갖췄어도 수면 근처로 부상하는 순간 현대식 레이더와 위성의 감시망을 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전 세계 해군은 막대한 비용과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무제한 잠항이 가능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에 집착해 왔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이 선보인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 잠수함 기술은 이 수십 년 된 해군 전략의 공식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리튬이온이 만든 기적, ‘디젤은 시끄럽고 짧다’는 편견의 종말


미국의 해군 전문 매체인 네이벌 뉴스(Naval News)가 3월 27일 "핵잠수함 시대의 종말인가? 한국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수중전의 룰을 바꾸다"라는 제하의 아티클을 통해 전한 바에 의하면 기존 디젤 잠수함에 쓰이던 납축전지는 무겁고 효율이 낮아 며칠에 한 번은 반드시 부상해 엔진을 돌려 충전해야 했으나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잠수함용 리튬이온 배터리 체계는 에너지 밀도를 기존 대비 수배 이상 끌어올렸다. 이는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결합했을 때, 핵잠수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물 밖으로 코끝 하나 내밀지 않고 심해에 매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은밀성이 곧 생존인 수중전에서 한국산 잠수함은 이제 ‘유령’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다.

정치적 족쇄가 낳은 괴물, 핵 없이 핵의 성능을 구현하다


한국은 한미 원자력 협정 등 복잡한 국제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핵잠수함 보유에 제약이 많았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기술적 봉쇄’는 한국 방산으로 하여금 재래식 잠수함의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게 만들었다.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전통의 강호들이 기존 설계에 안주할 때, 한국은 세계 1위의 배터리 기술력을 잠수함에 이식하는 도박에 가까운 혁신을 단행했다. 그 결과, 핵연료 없이도 핵잠수함에 육박하는 잠항 성능을 갖춘 ‘K-잠수함’이라는 괴물이 탄생했다.

소음마저 지워버린 ‘완전 정적’, 원자력 잠수함도 긴장하는 스텔스 능력


원자력 잠수함은 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냉각 펌프가 24시간 돌아가야 하므로 미세한 소음이 상시 발생한다. 반면 리튬 배터리로 구동되는 한국의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은 모터 구동 시 소음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심해의 지형지물에 숨어 배터리로만 기동하는 한국 잠수함은 최첨단 소나 시스템조차 포착하기 힘든 ‘진정한 스텔스’를 구현한다. 미국의 고위 해군 전략가는 “한국의 리튬 잠수함은 핵잠수함의 추적을 따돌리고 역습을 가할 수 있는 유일한 비대칭 자산”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 세계 해군이 줄 서는 ‘K-잠항’의 마법, 수출 패권의 이동


이 기술의 파급력은 이미 글로벌 방산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필리핀, 캐나다, 폴란드 등 영해 방어와 장거리 작전 능력이 동시에 필요한 국가들에게 한국 잠수함은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핵잠수함 한 대를 도입할 비용으로 리튬 배터리 잠수함 여러 대를 운용하며 촘촘한 감시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경제성은 덤이다. 유럽의 방산 전문지는 “잠수함 시장의 주도권이 독일의 틸센크루프에서 한국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다의 지배 구조를 재편하는 ‘검은 유령’의 진격


이제 해군력의 척도는 단순히 ‘핵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더 조용히 숨어 있을 수 있느냐’로 바뀌고 있다. 한국의 리튬 배터리 기술은 강대국들의 전유물이었던 수중 패권에 균열을 내며, 중견국들도 강력한 거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잠수함 속에서 조용히 숨 쉬는 리튬 이온의 흐름은 단순한 전기에너지가 아니다. 그것은 전 세계 바다의 질서를 재편하는 대한민국 방산의 거대한 맥박이자,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심해의 영토’를 선점하겠다는 주권 선언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haed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