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nm FD-SOI 실용 공정 낙점…우주·국방용 '방사선 내성' 반도체 자급자족 선언
삼성·GF 주력 기술 FD-SOI 이식…유럽 칩스법 타고 '포스트 아시아' 거점 구축
레거시 공정의 재발견, '초미세공정'에 전념하는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던지는 과제
삼성·GF 주력 기술 FD-SOI 이식…유럽 칩스법 타고 '포스트 아시아' 거점 구축
레거시 공정의 재발견, '초미세공정'에 전념하는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던지는 과제
이미지 확대보기'전전략적 용도 최적화‘란 단순히 회로 선폭을 줄이는 '나노 공정 숫자' 경쟁(미세화)에서 벗어나, 해당 반도체가 쓰일 특정 목적(AI, 차량용, 데이터센터 등)에 맞춰 설계와 제조 공정을 최적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무조건 작게 만드는 것이 기술력이었다면, 이제는 고객사가 원하는 성능, 전력 효율, 비용에 맞춰 '맞춤형 전략'을 짜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양국은 이번 협력을 통해 유럽 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의 핵심 프로젝트인 'FAMES' 파일럿 라인을 가동하고, 폴란드 현지에 독자적인 반도체 생산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디펜스24(Defence24)가 지난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실리콘 실용주의'의 선택…왜 3nm 대신 130nm인가
이번 동맹의 핵심은 '완전 고갈 실리콘-온 절연체(FD-SOI)' 기술의 폴란드 이식이다. 주목할 점은 양국이 5nm 이하의 최첨단 공정이 아닌 '130nm급 실용 공정'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천문학적인 설비 투자비가 드는 파운드리 전면전 대신, 수익성과 안보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틈새시장을 정조준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로무알드 벡(Romuald Beck) CEZAMAT 부국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FD-SOI는 저전력 특성이 압도적이며, 특히 우주·원자력·국방 분야에서 필수적인 '방사선 내성(Radiation Hardening)' 시스템 구축에 최적화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나노미터 숫자를 줄이는 기술 경쟁보다 극한 환경에서도 오작동하지 않는 '안보용 칩' 공급망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유럽 칩스법 업고 '공급망 허브' 노리는 폴란드
폴란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생산 자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18년부터 가동된 정부 전문가 팀의 분석에 따라 130nm FD-SOI를 국가 표준 공정으로 낙점했으며, 이번 프랑스와의 협력을 통해 공정 노하우를 완전히 내재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는 FD-SOI의 선구자로 불리는 폴란드 출신 토마시 스코트니츠키(Tomasz Skotnicki) 교수가 합류했다.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GF) 등 글로벌 거물들이 채택한 이 기술의 원천 노하우가 프랑스를 거쳐 다시 폴란드로 유입되는 형태다. 업계에서는 폴란드가 유럽 내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역량 재건의 5대 거점 중 하나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레거시의 반격',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주는 3가지 과제
폴란드의 이번 행보는 '초미세 공정'에만 매몰된 한국 반도체 산업에 작지 않은 하방 압력과 전략적 착안점을 제공한다.
첫째, '안보용 레거시' 시장의 상실 우려다. 한국은 3nm 이하 선단 공정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나, 국방·우주·인프라용 특수 반도체 시장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폴란드가 유럽 방산 반도체 허브가 될 경우, 향후 NATO 및 유럽 우주국(ESA) 관련 공급망에서 한국산 칩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둘째, 기술 인력의 '역유입' 현상이다. 스코트니츠키 교수 사례처럼 유럽 각국이 자국 출신 글로벌 인재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불러들여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국내 반도체 핵심 인력 유출 방지 및 해외 인재 영입 전략의 전면 수정을 요구한다.
셋째, 공정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과제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 세계 칩 수요의 70% 이상은 여전히 레거시 공정에서 나온다"며 "한국 파운드리도 수익성 낮은 최첨단 경쟁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FD-SOI처럼 특정 산업에 특화된 고부가가치 성숙 공정 기술력을 강화해 '공급망 다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첨단 공정은 막대한 R&D 비용과 낮은 초기 수율로 인해 실제 이익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이미 감가상각이 끝난 성숙 공정은 기업의 '현금 제조기(Cash Cow)' 역할을 하고 있다.
폴란드의 선택은 '가장 앞선 기술'이 아니라 '가장 필요한 기술'이 승리하는 시대가 왔음을 예고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실용주의적 안보 경제'의 전형을 보여준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반도체 전략을 짤 때 '나노 경쟁'이라는 단일 트랙에서 벗어나, 글로벌 방산·우주 시장을 겨냥한 특수 공정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