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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87% 폭등·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한국 경제 직격탄 [미·이란 전쟁 4월 6일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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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87% 폭등·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한국 경제 직격탄 [미·이란 전쟁 4월 6일 분수령]

'닥터 둠' 루비니 "오일쇼크 재림" 경고 — 협상 결렬 시 글로벌 침체 현실화 초읽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불려온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세계 경제학계 '닥터 둠(Dr. Doom)'은 1970년대 오일쇼크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불려온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세계 경제학계 '닥터 둠(Dr. Doom)'은 1970년대 오일쇼크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원유 수입의 70%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중동에서 전쟁 포성이 멈추지 않는 사이, 국내 주유소 기름값과 장바구니 물가가 동시에 치솟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불려온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세계 경제학계 '닥터 둠(Dr. Doom)'1970년대 오일쇼크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별 브렌트유 가격 전망.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투자은행(IB)별 브렌트유 가격 전망. 도표=글로벌이코노믹


'46'이 가를 전쟁의 방향… 트럼프의 이중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 시한을 오는 46일 오후 8(미 동부시간)까지 10일간 추가 연장한다고 선언했다. 이란 측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것이 공식 이유다. 앞서 23일 닷새짜리 1차 유예를 발표한 지 하루를 남기고 다시 시한을 늘린 것이어서, 이번 조치는 단순한 긴장 완화보다 협상 주도권을 쥐려는 '이중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이란의 '간청'을 수락한 것이라는 구도를 의도적으로 강조했다. 절박한 쪽은 이란이라는 이미지를 외교 무대에서 연출하는 동시에, 협상이 결렬되면 군사 행동을 즉각 재개할 수 있다는 압박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다. 내각 회의에서 트럼프는 이란이 합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최악의 악몽"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WSJCNN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46일이 미국이 당초 설정한 전쟁 기간 '4~6'의 마무리 시점과 겹친다는 점에서, 이 날짜가 사실상 협상과 군사 행동 사이의 마지막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는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종전 조건이 담긴 15개 항목의 '액션 리스트'를 전달한 상태다. 핵 프로그램 완전 폐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이양 등이 핵심 요구로 알려져 있다. 이란 외무부는 협상 자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며 "미국의 요구는 일방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트럼프의 낙관론과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넓은 간극이 존재한다.

"1970년대 악몽의 귀환"… 루비니의 스태그플레이션 경보


비관적 전망으로 명성을 얻어 '닥터 둠'이라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는 현재의 중동 위기를 1973년 욤키푸르 전쟁과 1979년 이란 혁명이 촉발한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정면으로 비교했다. 루비니 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전면전 확대 확률이 50%를 상회한다고 진단하며, 고물가와 저성장이 동시에 압박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현실화를 경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사전에 정확히 예측했던 그의 경고는 시장에서 무게감이 남다르다.

루비니 교수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단순히 연료비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가 폭등이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하면,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 인상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미 취약해진 글로벌 성장 동력은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그는 이번 위기가 공급망 붕괴와 지정학적 블록화를 가속화하는 구조적 문제로 번질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실제로 국제 금융 기관들의 경고는 잇따르고 있다. JP모건은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181000)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캐나다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켓은 충돌이 3~4주 더 이어지면 128달러(1931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은행은 브렌트유 130달러(196100)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이 수준까지 치솟으면 고물가 속 경기침체, 즉 스태그플레이션은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유가 87% 급등, 비료·식량까지 흔들리는 공급망


전쟁이 시작된 228일 이후 한국의 원유 수입 기준가격인 두바이유는 배럴당 68달러(102600) 수준에서 127달러(191600)대로 약 87% 폭등했다(한국은행·금융권 집계, 323일 기준). 브렌트유는 이미 배럴당 107달러(161400)를 돌파했으며, 씨티은행은 이 같은 추세라면 한국은행이 2026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에너지 가격 충격은 이미 식량 위기로 번지고 있다. CNBC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질소 비료의 기준 지표인 이집트산 요소 가격이 톤당 400~490달러(60~739400)에서 700달러(1056300)선까지 치솟아 최대 75%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리서치업체 알파인 매크로에 따르면 암모니아 가격도 20% 이상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비료 물동량의 약 3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교역로다.

문제는 이 충격이 하반기에야 본격적으로 나타난다는 데 있다. 영국 자산운용사 나인티원의 데이비드 헤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질소 비료 투입량과 수확량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 비료 공급이 끊기면 올해 하반기부터 식량 수확량이 타격을 입는 '애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비료협회는 전체 소비의 약 3분의 1을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긴급 서한을 보냈다.

한국 직격탄… 원유 70% 의존에 환율 1500원대 돌파


이번 사태에서 한국이 처한 위치는 특히 취약하다. 국내 원유 수입의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328일 현재 유가 급등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이미 1509원을 기록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동시에 닥치면 수입물가가 이중으로 뛰고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씨티은행은 이미 한국은행이 2026년 하반기 두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승용차 5부제 참여 캠페인에 나섰고, 정부는 27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 확대 적용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물가 방어 사이에서 정책당국이 동시에 압박을 받는 전례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한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도입 경로 다변화를 위한 대체 항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하면 추가 비용과 도입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확전 속 물밑 외교… 46일이 세계 경제의 운명을 가른다


군사 행동은 협상 기간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 내 핵 관련 시설과 에너지 인프라를 정밀 타격하고 있으며,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통행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 레바논 남부에서는 이스라엘 지상군과 헤즈볼라 사이의 교전이 격화되며 분쟁의 전선이 북쪽으로 넓어지고 있다. 유엔(UN)은 민간 에너지 시설과 민간인 피해에 대한 투명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으나, 양측은 군사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제 사회는 지금 46일을 숨죽여 바라보고 있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에너지 시장 안정과 함께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이 완화되고 한국 경제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되고 미군이 이란 에너지 시설에 대한 전면 공격을 재개한다면, 루비니가 경고한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은 교과서 속 역사가 아니라 2026년의 현실이 된다. 10일간의 시한부 평화가 남긴 질문은 단 하나다. 이 협상은 진짜인가, 아니면 더 강력한 군사 충격을 위한 포석인가. 시간은 불확실성 속에 흘러가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