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석유·가스 공급 충격에 ‘에너지 자립’ 절실… 화석 연료 의존 탈피 가속
인플레이션·인프라 투자 등 장애물 여전하지만 “전환 비용이 충격 비용보다 저렴”
인플레이션·인프라 투자 등 장애물 여전하지만 “전환 비용이 충격 비용보다 저렴”
이미지 확대보기화석 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공급 중단과 가격 폭등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국내에서 직접 생산 가능한 청정에너지가 국가 안보의 핵심 보루로 재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각)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위기는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화석 연료 의존을 끝내기 위한 결정적 전환점인 이른바 ‘우크라이나 순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수입 화석 연료는 시한폭탄”… 에너지 안보의 ‘내재화’ 열풍
4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번 10년대 들어 두 번째로 닥친 대규모 에너지 충격은 정책 입안자들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의 석유와 가스 공급이 차단되자, 수입에 의존해온 국가들의 경제는 즉시 마비 위기에 처했다.
BNP 파리바 자산운용의 울릭 푸그만 전략 책임자는 "에너지 안보의 최선책은 에너지 시스템을 자국 영토 내에 배치하고 내부화하는 것"이라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비용이 화석 연료 충격으로 인한 장기적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녹색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다안 월터 대표는 "1970년대 오일쇼크와 달리 지금은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며, 연료 가격 변동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국가들에게 전기차는 이제 '상식적인 선택'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 인플레이션과 전력망 투자… 넘어야 할 산
하지만 재생에너지 도입 가속화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여러 현실적인 장애물이 발목을 잡고 있다.
단순히 발전 설비를 늘리는 것을 넘어,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지능형 전력망(Smart Grid)과 대규모 에너지 저장 장치(ESS)에 대한 천문학적인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재생에너지 핵심 부품 시장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화석 연료의 중동 의존을 청정에너지의 중국 의존으로 대체하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중국, 글로벌 에너지 재편의 ‘최대 승자’로 부상
이번 위기로 인해 역설적으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는 곳은 세계 최대의 재생에너지 장비 생산국인 중국이다.
전 세계가 중동의 석유·가스 고립에 대응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로 눈을 돌리면서, 중국산 배터리와 터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번 달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와 친환경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는 투자자들의 강력한 매수세에 힘입어 급등세를 기록했다. 중국은 이미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등 청정에너지 솔루션 전반을 지배하고 있어 당분간 독주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 한국 에너지 업계에 주는 시사점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해상 풍력, 원자력, 수소 경제 등 기저 전력의 국산화를 더욱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는 ESS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LG·삼성·SK)가 중국과의 단가 경쟁을 넘어선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R&D 지원이 필요하다.
핵심 광물과 부품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맹국 간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Recycling)을 통한 자원 순환 체계를 조기에 완성해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