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입찰 수요 급감·10년물 수익률 4.4% 돌파…채권시장 경보
유가 폭등·Fed 금리 동결 장기화…한국 환율·수출 직격 가능성
유가 폭등·Fed 금리 동결 장기화…한국 환율·수출 직격 가능성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치르는 사이, 10조 달러(약 1경 5000조 원)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채 만기가 한꺼번에 돌아오는 '재정 암초'에 걸려들면서 글로벌 금리의 기준점인 미국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Fortune)이 지난 28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토대로 국내외 관련 현황을 종합했다.
국채 입찰 '쇼크'…채권시장이 전쟁에 청구서를 내밀다
이번 주 미 재무부가 실시한 2년물·5년물·7년물 국채 입찰은 세 종목 모두 시장 예상을 웃도는 금리에서 낙찰됐다. 투자자들이 기존보다 높은 보상을 요구하며 사실상 수요를 거둔 것이다. 불과 한 달 전 30년물 입찰에서 사상 최대 수요가 몰렸던 것과 정반대 흐름이다.
2년물 국채 수익률은 4.0%를 돌파했고, 10년물은 4.4% 위로 치솟았다. 채권시장 변동성 지표인 무브(MOVE) 지수는 가격 불안정과 정책 혼선 국면에서나 나타나는 수준까지 급등했다.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지프 브루수엘라스(Joseph Brusuelas)는 3월 26일 보고서에서 "미국 국채 시장이 마침내 중동 전쟁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충격의 심각성과 전쟁이 미국 재정 불균형·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채권시장이 직접 평가하고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채권시장은 역사상 한 번도 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10조 달러 차환·2000억 달러 전비…미 재정에 두 개의 구멍
문제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미국 아폴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Torsten Slok)에 따르면, 미 연방정부는 올해 안에 만기 도래하는 국채 10조 달러를 새로 발행해 갚아야 한다. 재정 적자는 이미 2조 달러(약 3000조 원)를 향해 달리고 있다.
브루수엘라스는 "전쟁 비용 조달을 위한 추가 지출은 국가부채를 늘리고, 투자자들은 잠재적 손실 보전을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된다"며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비롯한 장기금리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에 연동되기 때문에 서민 경제에도 직격탄이 된다"고 경고했다.
슬록은 공급 측면의 압박도 수치로 제시했다. "2026년 전체 기업채 발행 규모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공급 증가로 2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투자등급 채권 공급만 합산해도 약 14조 달러(약 2경 1100조 원)가 시장에 나온다. 이는 금리와 신용 스프레드 모두에 상승 압력을 가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안전한가…'킹달러 재현' 시나리오에 수출·외채 비상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친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외국인 자금이 한국 채권·주식시장을 이탈해 달러 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2022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 당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하며 수입 물가가 치솟고 기업 외화 부채 부담이 크게 늘었던 전례가 있다.
국내 채권 운용업계에서는 "미국 국채 10년물이 4.5%를 안정적으로 웃돌게 되면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두 차례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를 2.75%까지 내렸지만, 미국발 금리 상승이 굳어질 경우 추가 인하 여력이 좁아질 수 있다.
유가 변수도 간과하기 어렵다. 이란과의 전쟁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지면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량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유가 상승이 경상수지와 인플레이션 양쪽을 동시에 압박하는 구조다.
이란 전쟁은 5주째 접어들면서 이라크·예멘의 친이란 세력으로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미군 해병대와 공수부대 수천 명이 추가 파병 중이며, 백악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지상작전 투입을 위해 1만 명 추가 파병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분석가들은 전쟁이 올가을, 심지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1980년대 월가에서 '채권 자경단'이라는 개념을 처음 만든 에드 야르데니(Ed Yardeni)의 경고는 지금도 유효하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에서 한 발 물러선 것도 채권시장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면서였다.
이제 미국이 실제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 채권 자경단이 다시 가격표를 들이밀고 있다. 그 청구서가 태평양을 건너 한국 금융시장에 도달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